성폭력 가해자 징계 없이 사직 처리한 회사, 법적 책임지게 할 수 있나 [슬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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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가해자의 권고사직 처리에 동의하라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A씨는 가해자의 권고사직에 일단 동의하더라도 뒤늦게 사측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성폭력 가해자를 징계 없이 사직시킨 회사는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A씨와 유사한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며 회사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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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자 조치 의무 위반

대한항공 직원인 원고는 2017년 상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공항 보안사고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후 2019년 12월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을 조사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했지만, 회사는 별도의 조사나 징계 없이 가해자를 사직 처리했다. 원고는 성범죄 방지 주의 의무와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대한항공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2020년 7월 제기했다.
1억원 중 6500만원은 강간미수 불법 행위가 회사의 사무 집행과 관련해 이뤄진 것을 이유로 했다. 강간미수행위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해 정신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3500만원은 회사가 가해자를 징계 절차에 회부하지 않은 것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주의 조치 의무 위반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사건에 대한 1심과 2심의 판단은 달랐다. 1심은 강간미수행위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해 1500만원을 최종 손해배상으로 판정했다. 그러면서도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한 사업주의 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2심은 회사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법상 피해자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다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하며, 1500만원에 더해 300만원의 위자료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사측은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의 ‘징계 등 필요한 조치’는 반드시 징계처분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비공식절차를 통한 분쟁 해결도 가능하다. 이때 비공식절차라도 신고인에게 선택지를 제공해 신고인이 만족할 방식으로 도와야 한다.
법무법인 지평은 ‘2024년 주요 노동판례·행정해석집’에서 해당 판례에 소개하며 “피고 회사는 공식적인 징계 절차에 회부될 경우 피해가 공개될 염려가 있다는 점만 지속 강조해 무징계 사직을 받아들일 것을 사실상 강권했고, 이로써 원고가 다양한 선택지의 장단점을 검토하고 선택할 권리를 침해했다”고 짚었다. 또 원고가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의 구체적인 진술 양상이 어땠는지를 전달받아 형사고소 여부 등 대응을 정리할 기회를 얻어야 함에도 회사는 단순히 가해자가 권고사직을 수용했다는 점만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에 따른 의견청취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동시에 원고가 성폭력에 따른 정식적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상담이나 인사상 배려 등 지원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아 보호조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이 판결은 사내 성폭력 피해자에게 사측이 문제 해결 방식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으면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주의 조치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의견청취, 보호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분쟁을 종결할 경우 피해 노동자에 대해 민사상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시사점도 남겼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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