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키우며 옛날 부모님 마음 느껴져”…67세 ‘7남매 아빠’ 사연
2010년 첫째부터 최근 일곱째까지 슬하 2남 5녀
32세 연하 부인과 가정…“용접 일 끊겨 실직 상태”
동대문구 ‘생애돌봄 지원’ 1호…산후조리 비용 받아
“아이들과 함께하니 행복…막내 위해선 건강 우선”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처음에는 둘만 낳으려고 했죠. 그런데 딸하고 아들, 둘만 있으니까 좀 삭막한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하나만 더 낳을까 해서 딸을 낳았는데 애들이 너무 예쁜 거예요. 애들 엄마도 아이들을 예뻐하고…. 그러다 보니 일곱째까지 낳았네요. 허허.”(남편 양영준 씨)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사는 양영준(67)·김운자(35) 씨 부부는 다자녀 가정을 이뤘다. 2010년 첫째를 시작으로 2012년 둘째, 2015년 셋째, 2017년 넷째, 2021년 다섯째, 2023년 여섯째에 이어 지난달 12일에 태어난 일곱째 막내까지 15년 동안 일곱 자녀를 봤다. 이번에 태어난 일곱째는 출산 후 3주간 삼육서울병원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다 이달 초 집에 왔다.
채 20평이 안 되는 다세대주택 2층에 사는 아홉 식구의 아침은 그야말로 전쟁터와 같다고 ‘7남매 아빠’ 양씨는 전했다.
최근 회기동 자택에서 만난 양씨는 “(오전)5시에 일어나서 아이들 먹을 걸 준비하기 시작한다. (오전) 6시50분이 되면 하나둘 아이들을 깨우기 시작한다”면서 “그런데 아이들이 한 번에 안 일어나잖느냐. 처음에는 ‘일어나세요’ 좋게 말하다가 나중에는 ‘너네 빨리 안 일어나’ 하고 소리를 지르게 된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우선 중학교에 다니는 첫째와 둘째가 먼저 욕실을 쓴 다음 셋째부터 여섯째까지는 막 뒤섞여서 씻고 입히고 그런다”며 “그렇게 (오전) 8시가 조금 넘으면 아이들이 다 나가고 그때부터 청소, 빨래, 설거지를 한다. 그러면 오전이 다 끝난다”고 덧붙였다.
그러는 동안 ‘엄마’ 김씨는 갓난아이 막내를 방에서 돌본다. 아직 산후조리가 필요하기에 아이들 학교 보내고 집 안 정리하는 일은 대부분 양씨의 몫이다.
보통의 가정에서는 아이 한두 명도 돌보기 힘들어한다. 그런데 어떻게 환갑을 넘은 양씨는 7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을까.
“아직 어리다 보니 말도 안 듣고 그러면 짜증도 나고 그러죠. 하지만 힘들어도 사랑하는 자식이잖아요. 그래도 식구가 많아서 그런지 첫째가 동생들을 잘 돌봐주고 동생들도 언니를 잘 따르고요. 서로 양보도 잘하고 아이들끼리 크게 다투거나 그런 건 없어요.”
![양영준(뒷줄 왼쪽 두 번째)·김운자(뒷줄 왼쪽 세 번째) 씨 부부 가족과 삼육서울병원 관계자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부부의 자녀 7명이 함께했다. [삼육서울병원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28/ned/20251228100408421odqg.jpg)
현재 양씨는 사실상 ‘실직 상태’다. 원래 용접 일을 했는데, 최근 몇 번 다치는 바람에 쉬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그러다 최근에 일곱째까지 출산하면서 일터에 나갈 시간이 더 없어졌다고 한다.
그는 “용접이란 게 한 자세로 긴 시간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몸에 무리가 오더라”며 “일을 쉰 지 한 1년 반 정도 됐는데 지금은 한 달에 두어 번 시간이 될 때마다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양씨 가족은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다. 여기에 양씨가 받는 노령연금까지 합쳐 생활비로 쓰고 있다.
이런 힘든 사정을 알게 된 동대문구는 지난달 일곱째 아이를 출산한 양씨 기족에게 산후조리 비용 300만원을 지원했다. 가족은 동대문구가 삼육서울병원, 시단법인 아드라코리아가 맺은 취약계층 돌봄지원 업무협약에 따라 ‘생애돌봄: 임산부’ 사업의 첫 지원 대상 가정으로 선정됐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양씨 부부는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양씨는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시기다 보니 한 번 외식을 나가면 30만원이 그냥 없어진다”며 “지금은 모으는 돈이 없지만,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 힘이 생기고 불안한 마음도 싹 없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학생인 첫째와 둘째가 고등학교에 가면 학원비 등 돈 들어갈 데가 더 많아질 텐데 그런 부분이 걱정”이라며 “지금 태어난 막내가 스무살이 되면 나이가 87세가 되더라. 지금은 우선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덧붙였다.
서른 살이 넘는 나이 차이를 극복한 양씨 부부는 원래 10여 년 전 일터에서 만난 인연이다. 지방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던 양씨와 김씨는 같이 업무를 하면서 서로 호흡을 맞추게 됐고 그러다 어느새 연인이 돼 있었다고 한다.
양씨는 “언제부터 사귀었다 이런 날짜는 기억이 안 난다”면서 “옆에 어느 순간부터 이 사람이 있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가정을 이루게 됐다”며 수줍어했다.
혼인신고만 하고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는 형편이 나아지는 데로 좀 더 큰 집으로 이사도 하고, 결혼식을 올릴 계획도 세우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일곱 아이를 낳고 기르고 있는 양씨 부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뭘까. “지금 젊은 사람들은 아이 안 낳고 자기 인생만 즐기려고 하잖아요. 하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그 아이한테서 내 모습을 볼 수가 있잖아요. 또 우리 부모님 마음이 어땠을지, 내가 크면서 부모한테 얼마나 사랑받고 컸는지를 느낄 수 있잖아요.”
양씨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아이가 얼마나 예쁜지, 이 아이 때문에 얼마나 사랑과 행복을 느끼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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