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 이후 주가 밀린 삼성바이오, 재반등 기대되는 이유는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5. 12. 28.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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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은 2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선 3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에피스)가 보여줬다. 로직스는 바이오 CDMO(위탁개발생산) 회사이며, 에피스는 복제약(바이오시밀러) 회사다. 애초 한 몸이었던 두 회사는 지난 달 쪼개진 이후 합산 시가총액이 크게 늘고 있다.

에피스가 신규 상장주여서 아예 쳐다보지 않았던 투자자들은 한달 새 주가가 크게 오르자 고민에 빠졌다. 바이오 주식들은 그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분석하기 어려워 여전히 고위험 주식으로 평가 받는다. 다만 로직스는 다르다. 바이오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제론 설비 투자 중심의 ‘굴뚝기업’으로 분석된다. 분할 상장이후 비용 부담이 줄어 현금배당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1바이오캠퍼스.
둘로 쪼갰더니 하나일때보다 한달새 4조원↑
삼성이 기존 바이오로직스를 로직스와 에피스로 쪼갠 것은 삼성전자가 이해상충 문제를 겪었던 경험에서 비롯된 해법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주요 부품 공급사이지만 동시에 ‘갤럭시’ 브랜드로 애플의 ‘아이폰’과 경쟁하는 구도다. 애플 입장에선 핵심 기술이 새어나갈까봐 삼성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맡기기 어려웠다.

삼성전자는 미래 사업으로 파운드리를 키워야 하는 입장인데 애플 물량 없이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올들어 테슬라로 부터 23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수주를 받아왔다. 테슬라와 삼성전자는 직접적인 경쟁사가 아니어서 가능했다.

삼성그룹은 똑같은 문제를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겪고 있었다. 로직스는 CDMO와 바이오시밀러라는 두 축으로 움직여왔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일종의 ‘설계도’를 주고 로직스에 위탁 생산을 맡긴다. 이때 로직스가 제약사의 기밀을 활용해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키울 수 있다. 제약사들은 “공급자에게 내 생산을 맡기다가 내 약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은근한 압박’에 따라 두 회사가 분리·상장됐다. 지난 11월 24일 에피스의 상장 직후 종가 기준 시총은 10조9112억원. 로직스는 82조8145억원을 기록했다. 두 상장사 합산 시총은 92조7257억원이었다. 이후 약 한달이 지난 12월 19일 합산 시총은 약 97조원이 됐다. 두 회사의 본질 가치는 변한 것이 없는데 따로 상장하니 한달 만에 약 4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4조원 증가의 속내를 보면 로직스의 시총은 2조원 줄었는데 신규 상장된 에피스의 덩치가 6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로직스 주주 입장에서 우려했던 쪼개기 상장 악재가 일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는 단기적인 현상이며 결국엔 로직스에게도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소 위험스런 바이오 사업은 에피스가 맡는다. 오리지널 신약을 복제해 만드는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개발 등 두 가지다. 일단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는 존재감이 분명하다. 지난 3분기 실적으로 매출 4410억원, 영업이익 12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34%, 90% 증가라는 뛰어난 성적표를 보여줬다.

인공지능(AI) 신약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로직스 등 3사가 공동으로 AI 단백질 치료제 개발사 제너레이트바이오메디슨과 항체·약물 접합체(ADC) 전문기업 브릭바이오 등에 투자하면서 에피스의 기술 생태계 확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가능성이 큰 초기 신약 개발사의 모습이다. 그래서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K개발 신약사의 청사진과 강달러 효과, 바이오 업종으로의 ‘머니무브’ 덕분에 주가는 이후 2배 가량 상승했다.

로직스, 마진율 상승과 지배구조 호재 여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순이익률은 30%대로 오를 전망이다. <자료=에프앤가이드>
이번 사업 분리는 로직스의 이익률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 에피스가 자회사들을 통해 영위하는 사업군인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사업’ 비용 부담이 확연하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마진이 높은 국내 CDMO 회사에만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들에게도 로직스의 이같은 ‘분리·독립’은 긍정적 요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로직스의 순이익률은 20%대 중반에서 30%대로 뛰어 오를 전망이다. 순이익률은 당기순이익을 해당년도 매출로 나눈 값이다. 2024년 23.8%였던 순이익률은 올해 35.1%, 내년 33.5%, 2027년 34.6%로 한단계 도약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이후는 증권사 추정치 평균이다.

이는 삼성그룹 계열사 중 가장 높은 마진율이다. 오너 지배구조상에서도 핵심 축이다. 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삼성물산→로직스’로 이어진다. 이 회장이 최대주주인 물산이 로직스 지분 43.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로직스 주식을 31.2%나 들고 있다. 로직스가 삼성의 미래로 불리는 이유다.

로직스가 바이오 업종으로 분류되는 주식이긴 하나 실상은 삼성전자와 유사하다. 신약 개발 기술이나 능력이 아니라 설비투자(CAPEX) 등 ‘규모의 경제’가 핵심이다. 바이오 CDMO는 대형 배양기나 정제, 충전·품질 시스템 등 초대형 투자가 필요하다. 고정비 부담으로 왠만한 기업들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로직스를 분석할 땐 항상 공장 가동률이 중요하다. 가동률이 상승하면 이익이 크게 뛰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과 흡사하다. 반도체는 양질의 제품 성공 비율, 즉 수율이 중요한데 CDMO는 배치(batch) 성공률이 핵심인 것과도 유사하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나 CDMO나 장기 계약으로 고객사를 묶어둘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고, 이는 장기 실적 우상향과도 연결된다”며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 운영 노하우를 로직스에 적용해 글로벌 CDMO로 키워 반도체에 집중된 그룹 포트폴리오를 점차 바이오 중심으로 변화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바이오사 대비 고평가 부담
<자료=야후파이낸스,에프앤가이드>
로직스의 이익률 상승은 주주환원 압박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순이익률이 높은 회사 중 배당을 아예 주지 않는 기업은 드물다는 것이다. 에피스는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중요해 당분간 주주환원이 어렵다는 분석이어서 대신 로직스가 이제 배당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로직스의 배당은 주요 주주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투자 수익으로 이어진다.

배당 투자자들이 로직스 투자를 주저하는 주요 이유는 실적 대비 고평가다. 바이오 주식은 주가수익비율(PER)과 EV/EBITDA 등 크게 두 가지 지표를 주로 본다. 로직스의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PER은 43.63배다. 이는 비교 대상군인 스위스 론자(26.67배),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23.7배), 터모피셔(TMO·23.58배) 보다 높다.

EV/EBITDA는 기업 가치를 설비투자 이전 단계의 현금창출능력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 사냥꾼 입장에서 M&A 대상 기업을 거래할 때 주로 쓰인다. 로직스는 35배 수준에서 거래되는데 나머지 3곳의 글로벌 기업들은 21~22배 수준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에피스의 분리 상장이후 미래 가치가 떨어져서라기 보단 로직스 자체의 주가가 비싸서 하락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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