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문 다른 쿠팡 ‘아전인수’…영문 성명서 법적 리스크 해소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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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지난 26일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자백을 받아내고 기기를 회수했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내면서, 국문본과 영문본에 미묘한 차이를 둔 것으로 드러났다.
국문본은 "정부 기관과 국회, 일부 언론으로부터 '쿠팡이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는 억울한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라고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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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지난 26일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자백을 받아내고 기기를 회수했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내면서, 국문본과 영문본에 미묘한 차이를 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여론에는 감정적 호소를 한 반면, 해외 투자자들 향해서는 법적 리스크가 해소되었음을 강조하는 강경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성명에서 “정부의 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조사했다는 잘못된 주장이 계속 제기되면서 불필요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문장에서 ‘불필요한 불안감’이라는 표현은 영문본에서 ‘잘못된 불안감(false insecurity)’으로 옮겨졌다. 국문본이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을 묘사하는 데 그쳤다면, 영문본은 불안 자체가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근거 없는 감정이라고 설명한 셈이다.
비슷한 차이는 “억울한 비판”이라는 표현에서도 드러난다. 국문본은 “정부 기관과 국회, 일부 언론으로부터 ‘쿠팡이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는 억울한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라고 서술했다. 반면 영문본은 단순 비판을 뜻하는 ‘criticism’ 대신 법률적 뉘앙스가 강한 ‘혐의 제기(accuse)’를 사용해 ‘허위 혐의 제기(falsely accused Coupang)’로 번역했다. 국내 비판을 사실과 다른 주장, 즉 잘못된 책임 추궁으로 규정하려는 성격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표현 차이가 확인된다. 국문본은 “12월 1일, 쿠팡은 정부와 만나 전폭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적었지만, 영문본에서는 “12월 1일 정부는 쿠팡에 접촉해 전폭적인 협력을 요청했다(On December 1, the government approached Coupang and asked for full cooperation)”라고 썼다. 국문본이 쿠팡의 능동적 협조를 강조했다면, 영문본은 정부가 조사를 주도했고 쿠팡은 그 지시에 충실히 따랐다는 인상을 준다.
앞서 쿠팡은 지난 25일 유출자의 자백을 받았고, 해킹에 사용된 기기를 회수했으며 외부 전송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쿠팡 모회사인 쿠팡아이엔씨(Inc.) 주가는 쿠팡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26일(현지시각) 전 거래일 대비 6.45% 상승 마감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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