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논란에도 '흑백요리사2' 시청자 몰렸다

큰 틀 유지하면서 곳곳에 변주… 전작과 달리 심사위원 대결 포인트 줄어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흑백요리사2'에 출연한 후덕죽. 사진= 넷플릭스 공식 유튜브 캡처.

한국 사회에 미식 열풍을 일으킨 '흑백요리사'의 속편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흑백요리사2'는 공개 첫 주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쇼 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콘텐츠 가운데 화제성도 높았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 조사에 따르면 12월 3주차 TV-OTT 통합 드라마, 비드라마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전작과 같은 틀을 유지하면서도 히든 백수저, 히든 식재료, 히든 심사위원 등을 도입해 곳곳에 변주를 줬다. 팀전에선 반전 매력을 보이거나 귀감이 되는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는 측면이 컸다. 백종원 심사위원의 출연이 강행돼 우려가 컸지만 전작에 비해 심사위원 간 대결을 부각하지 않는 방식으로 돌파했다.

'아는 맛'에 숨겨 둔 히든

'흑백요리사2'는 아는 맛이다. 전작처럼 요리사들을 명성과 인지도를 고려해 흑과 백으로 나눠 대결하는 방식이다. 1차 미션은 흑수저들의 자유주제 요리, 2차 미션은 흑백 1:1 대결, 3차 미션은 팀전으로 전작과 구성이 동일하다. 전작이 큰 성공을 거둔 만큼 기존 포맷을 그대로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여러 곳에 보완을 한 흔적이 보였다. 흑수저 자유주제 대결에 전작에서 아쉽게 떨어진 백수저 2명을 '히든 백수저'로 출전시키고 두 명의 심사위원 모두의 합격을 받아야 한다는 강한 기준을 적용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3차 팀 대결에선 1편에서 활약한 요리사들을 히든 심사위원로 출연시키고, 1편의 요리 주제였던 두부를 '히든 식재료'로 다시 꺼내들었다.

다만 변주에는 호불호도 뒤따른다. 3차 팀전에선 관람차를 연상케 하는 대형 기계를 마련해 식재료를 고르게 했는데 무작위로 선별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각적인 효과 외엔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압도적인 표차로 두 판을 이기고도 마지막 판에서 엎어질 수 있게 한 새로운 팀전 기준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별과제 떠올리는 팀전, 민심은 '백'에 쏠리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협동 미션에선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와 행동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되고, 몰입할 요소를 만든다. 1편 팀전에서 고기 주제를 택한 백수저들의 갈등이 '망한 조별과제'를 연상케 했다. 반면 흑수저에선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했던 이모카세, 급식대가와 자신의 오판을 인정하고 사과한 철가방요리사의 태도가 호평을 받았다. 1편에서 흑수저들의 캐릭터성이 강한 상황에 팀전까지 잘 치러내면서 흑수저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컸다.

▲'흑백요리사2' 팀전 갈무리. 사진= 넷플릭스 공식 유튜브 캡처.

반면 2편에선 백수저가 큰 응원을 받고 있다. 팀전을 소재로 한 한 유튜브 쇼츠 영상에는 “백팀 떨어지면 나도 안봄” 댓글이 1700건의 추천을 받았다. 전편에 비해 '냉장고를 부탁해' 등 방송으로 이름을 알린 유명 요리사들이 대거 등장한 덕도 있지만 매력적이거나 '귀감'이 되는 캐릭터가 많아 몰입도를 높인 면도 있다.

특히 많이 회자되는 인물이 후덕죽, 손종원, 임성근이다. 중식의 전설인 후덕죽이 팀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보단 다른 요리사들을 믿고 묵묵히 따라주는 모습이 '팔로워십'의 귀감으로 주목 받았다. 손종원은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을 두 곳이나 운영하는 실력자지만 막내처럼 뛰어다니며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은 점이 호평을 받았다. 임성근은 '사짜'처럼 보여 의심을 사지만 실력으로 증명해내는 모습에서 반전 매력을 드러냈다. 온라인에선 '요리 잘하는 김풍'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심사위원 대결' 비중 줄여 백종원 논란 돌파?

'흑백요리사2'는 백종원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는 와중에서 백종원 대표 출연을 강행했다. 1년 전에 비해 백종원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가 크게 떨어졌음은 물론이고 전문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 상황은 콘텐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 '흑백요리사' 1편 포스터. 1편에선 심사위원 간 대결구도가 부각됐다.

제작진은 '심사위원 간 대결'이라는 요소의 비중을 줄이면서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전작에선 대중적 맛을 추구하는 백종원과 완성도를 중시하는 안성재의 논쟁이 핵심 콘텐츠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통상 경연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을 홀수로 두는 반면 이 프로그램에선 짝수로 둔 것이 심사위원의 의견충돌을 하나로 콘텐츠로 만들기 위한 제작진의 노림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편에선 1:1 상황이 자주 발생했음에도 의견 충돌하는 모습은 잘 비추지 않는다. 오히려 의견이 다르게 나왔지만 서로의 평가를 이해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부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