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총선 하루 전 양곤 통금 해제
한국 체류 미얀마인도 감시 대상 올라
미얀마 군사정권이 2021년 쿠데타 이후 5년 가까이 유지해 온 최대 도시 양곤의 통행금지를 총선을 하루 앞두고 전격 해제했다. 표면적으로는 치안 안정을 과시하며 유화책을 폈지만, 뒤로는 한국 등 해외에서 군부 반대 시위를 벌인 자국민들을 블랙리스트(감시 명단)에 올리며 체포 위협을 가하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27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양곤 지역에 적용되던 오전 1~3시의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이날부로 철폐한다고 발표했다. 군정 측은 “양곤의 안정이 개선되었고, 국민 편의와 경제·사회적 발전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28일부터 시작되는 총선을 앞두고 미얀마 사회가 정상화되었다는 점을 대내외에 선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군부는 해외 민주화 시위 참가자 감시를 지속하고 있다. 현지 독립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주한 미얀마 대사관은 최근 한국 내에서 총선 반대 시위를 주도하거나 참가한 미얀마인들을 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등재했다. 특히 지난 7일 대구에서 열린 미얀마인 300여 명의 집회가 주요 대상이 됐다. 당시 참가자들은 “군부가 주도하는 총선은 사기극”이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 리스트에 오른 이들은 여권 갱신이 거부되거나, 미얀마로 귀국할 경우 공항에서 즉시 체포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현재 한국에는 인도적 체류 비자 등을 받은 미얀마인 6000여 명이 머물고 있다.
양곤은 인구 700만명이 거주하는 미얀마 제1의 경제 도시다. 과거 미얀마 수도였고, 한국인에게 알려진 ‘아웅산 묘소 테러 사건’의 장소인 아웅산 묘소가 있다. 현지 주민들과 외신에 따르면 양곤의 도심 기능은 코로나 팬데믹과 쿠데타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2021년 쿠데타 이후 양곤 지역에서 잦은 민주화 집회가 열리자 군부는 양곤에 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저녁이 되면 택시를 잡기 어렵고 식당과 술집들도 일찍 문을 닫아 도시는 기괴할 정도로 고요하다. 과거 총선 때마다 거리를 뒤덮던 유세 차량과 축제 분위기는 사라졌고, 현지에서는 “선거 분위기가 얼마나 없는지 거리의 개들조차 따분해 보일 지경”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군정은 “정상 국가로 돌아가겠다”며 총선을 강행하지만, 실상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집권 연장을 위한 ‘3단계 쪼개기 선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선거는 28일 1차 투표를 시작으로 내년 1월 11일, 25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군부가 반군과의 내전으로 국토의 약 60%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기 때문에, 투표소를 지킬 병력이 부족해 선거일을 나눌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양곤 내 45개 구역(Township) 중 1차 투표가 진행되는 곳은 군부 통제력이 미치는 12곳에 불과하다.
선거 제도 또한 군부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미얀마 헌법은 전체 의석의 25%를 군인에게 자동 할당한다. 군부 위성 정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선거에서 26% 의석만 확보해도 군부는 과반(51%)을 넘겨 정권을 재창출하게 된다. 반면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강제 해산됐고, 수지 고문은 27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미얀마의 경제 상황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쿠데타 직전인 2019년 약 760억달러였던 미얀마의 국내총생산(GDP)은 현재 640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 집계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군부에 의해 사망한 민간인은 최소 760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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