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표심 챙기냐"… 李정부 '가석방 확대' 둘러싼 오해와 현실 [주말의 디깅]
범죄자 조기 사회 복귀에 대한 국민적 우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내년부터 가석방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 교정시설의 고질적인 과밀 수용 문제를 완화하고 수형자의 단계적 사회 복귀를 돕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내년 연간 가석방 인원은 올해보다 약 30% 늘어날 전망이지만, 보호관찰 인력 보강 없는 성급한 확대가 치안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법무부는 지난 21일 '2026년 가석방 확대안'을 마련, 내년부터 이를 적극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과 고령자, 환자 등 1218명을 가석방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교도소 과밀화가 해소되지 않자 내린 결단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월평균 가석방 인원은 2024년 794명에서 올해 1032명으로 약 30% 증가했다. 내년에 목표치대로 30%를 추가 확대할 경우 월평균 가석방 인원은 약 134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가석방은 징역 또는 금고형을 사는 수형자 중 교정 성적이 양호하고 뉘우침이 뚜렷한 이를 형기 만료 전 조건부 석방하는 제도다. 현재 정부가 가석방 카드를 꺼내 든 핵심 이유는 한계치에 다다른 교정시설 수용 능력 때문이다.
실제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는 시급한 상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국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은 128.5%에 달한다. 특히 부산구치소는 158.1%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서울구치소(141.3%)와 청주여자교도소(127.1%) 등도 모두 정원을 크게 초과한 상태다.
이로 인해 교도관 1인당 관리 재소자 수는 교정 행정의 질적 저하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2025년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교도관 1인당 관리 재소자는 2022년 3.1명이었지만 2024년에는 3.52명으로 증가했다.

가석방 확대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강력범죄자들이 대거 풀려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강력범에 대한 가석방 심사는 매우 엄격하다. 살인, 강간 등 강력사범의 경우 형기의 90% 이상을 채워도 가석방이 불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무부는 "강력사범에 대한 엄정한 가석방 심사를 유지하되, 재범 위험성이 낮은 수형자에 대한 가석방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오해는 가석방을 사면과 혼동하는 것이다. 사면은 대통령이 죄를 면제시켜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이지만, 가석방은 형 집행이 정지되는 것이 아니라 교도소 밖에서 감시를 받으며 형을 집행하는 것이다. 가석방 대상자는 출소 후 보호관찰, 준수사항 부과, 필요 시 전자감독 등 관리·감독을 병행하게 된다. 또한 가석방 중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보호관찰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즉시 재수감된다. 가석방 기간이 지나야 비로소 형 집행이 종료된 것으로 본다.
가석방이 확대되면 재범률이 높아진다는 의견 역시 사실과 다르다. 실제 통계를 보면 가석방은 재범 방지에 효과적이다. 법무부 교정본부 자료에 따르면 가석방으로 출소한 수형자의 재범률은 6.8%에 불과하다. 반면 형기를 모두 채우고 출소한 수형자의 재범률은 29.2%로, 가석방 출소자보다 4.3배 높다.
이는 가석방이 단순히 수형자를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보호관찰과 사회복귀 지원을 통해 재사회화를 돕기 때문이다. 형기를 모두 채운 후 아무런 지원 없이 사회로 나가는 것보다, 가석방 기간 동안 단계적으로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재범 방지에 효과적이다.
문제는 가석방 확대의 실효성을 담보할 '보호관찰 인력' 부족하다는 점이다. 2025년 기준 우리나라 보호관찰관 1인당 관리 사건 수는 평균 98.3건으로, OECD 주요 국가 평균(32.4건)의 3배를 웃돈다. 이러한 살인적인 업무량은 밀착 관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현재 인력으로 가석방 인원만 30% 늘릴 경우,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해 자칫 재범 방지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경고나 나오는 이유다.

최근 가석방된 강력범의 재범 사례가 잇따르며 국민적 불안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지난해 두 차례 살인을 저질러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60대가 가석방 이후 또다시 살인을 저지른 사례와, 살인죄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은 50대가 가석방된 뒤 3년 만에 재차 살인을 저지른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해자의 조기 사회 복귀가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서적 거부감도 상당하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가뜩이나 처벌이 약한데 더 일찍 풀어준다니", "피해자는 평생 고통받는데 가해자는 조기 석방이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 온 상황에서, 가석방 확대는 처벌이 더 약해진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처벌 수위에 대한 불만이 가석방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투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가 가석방 확대시 납득 가능한 기준과 엄격한 심사 원칙을 마련하고, 가석방 심사 과정과 판단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석방 제도의 취지와 필요성만을 앞세우기보다, 국민이 체감하는 불안과 범죄 피해자의 고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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