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투트랙 택한 현대차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박성수 시사저널e.기자 2025. 12. 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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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로 수익성 방어와 동시에 전기차 기술 개발에 속도
전기차 기술 격차 확대 우려 속 ‘투트랙 전략’ 시험대

(시사저널=박성수 시사저널e.기자)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지금 전동화 전환의 중대한 시험대에 서있다. 전기차(EV)는 여전히 미래 모빌리티 핵심으로 꼽히지만, 시장의 움직임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조정되고, 충전 인프라 확충 속도는 더디며, 가격 장벽에 소비자 구매심리도 위축됐다. 그 결과 전기차 수요는 일시적인 정체, 이른바 '전기차 캐즘(chasm)'에 빠져들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파고가 높다. 이 변화는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전반을 흔들고 있다. 한때 전기차 전환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글로벌 제조사들조차 계획 수정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투자 속도를 조절하거나,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HEV)를 병행하는 전략이 다시 힘을 얻는 모습이다. 전동화의 방향성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속도'와 '방식'에 관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퍼스트 무버'를 외치며 질주하던 현대차에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환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나선 전통 완성차 업체로 평가받아왔다. 전용 플랫폼(E-GMP)을 앞세워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정 수준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현대차도 숨 고르기가 불가피해졌다.

2025년 4월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현대자동차의 '더 뉴 아이오닉6'가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HEV로 수익 방어…EV 기술 격차는 '숙제'

현대차의 승부수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단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를 통해 수익성과 판매 안정성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다만 이 전략이 장기적인 경쟁 우위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된다. 전기차에 '올인'한 경쟁사들과 기술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하이브리드 비중 확대가 분명히 드러난다. 현대차는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 SUV 전반에 걸쳐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췄으며,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를 18종까지 늘릴 계획이다. 기아 역시 쏘렌토, 카니발, 스포티지 등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제네시스도 새해 하이브리드 투입을 예고했다.

이 전략은 전기차 캐즘 국면에서 현실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결합한 과도기적 해법이다.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부담이 적고 연비 효율도 높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에 비해 가격 부담이 낮고 사용 편의성도 뛰어나다. 완성차 업체로서는 이미 검증된 기술을 활용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 존재감이 다시 커지면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둔화된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하이브리드 강화가 자칫 전기차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전기차 산업은 단순히 파워트레인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배터리 기술, 소프트웨어 역량, 전력 효율, 차량 아키텍처 전반에 걸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집중 투자'와 '경험 축적'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동시에 키우는 전략은 자원 분산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선두 기업과 후발 기업 간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배터리 효율과 소프트웨어 최적화는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판매로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그 시간이 곧 전기차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전기차 시장 내 현대차 입지는 '애매'

전기차 시장 경쟁 구도는 이미 전통 완성차 업체들에 불리하게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테슬라는 설립 초기부터 내연기관을 배제하고 전기차에만 집중하며 기술적 우위를 쌓아왔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 전력 효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역량은 테슬라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전기차를 '움직이는 전자기기'로 정의한 접근 방식은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과 결이 다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대규모 내수시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빠른 기술 축적에 성공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 배터리 내재화, 생산 규모 측면에서도 강점을 확보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 중국 업체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이와 비교해 현대차 위치는 애매모호하다. 전통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전기차 전환에 나섰지만, 전기차 전문기업이나 중국 업체들과 비교하면 기술적·구조적 한계도 분명하다. 특히 소프트웨어 중심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하드웨어 제조 역량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기차 경쟁력의 핵심 요소인 자율주행 기술에서도 밀리는 모습이다. 전기차 플랫폼은 자율주행과의 결합이 용이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데이터 축적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인 성능 개선이 가능하다. 이 분야에서 뒤처질 경우 전기차 시장 전반에서의 경쟁력도 함께 약화될 수 있다.

현대차가 직면한 딜레마는 명확하다. 하이브리드를 통해 단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전기차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는 오히려 전기차 캐즘이 위기이자 전략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캐즘 기간에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앞서간 테슬라를 따라갈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 시대에 후발주자로 출발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경험은 강점이다"며 "하이브리드를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삼는 한편, 전기차 핵심 기술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아야만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생존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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