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안암병원, AI·로봇·정밀의료로 미래 중증 치료 준비

김지영 기자 2025. 12. 2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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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 공인 ‘스마트병원’ 고려대안암병원

● 로봇수술 적극 도입해 고난도 수술 영역 확장
● 차세대 로봇수술 시스템 ‘다빈치5’ 아시아 최초 도입
● 세포 치료,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 등 첨단 인프라 가동

고려대안암병원이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다빈치 로봇수술 기기.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안암병원은 미래를 준비하는 대표적 스마트병원으로 꼽힌다. 단지 최신식 건물과 장비 등의 인프라를 도입해서가 아니다. 최적화된 첨단 의료기술과 디지털 인프라를 중증 치료에 연결하는 다양한 연구와 시도를 통해 미래 의료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안암병원은 진료와 연구, 산업 연계를 통해 새로운 진단, 치료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실제 환자 진료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중심병원 지정 이후 정밀의료, 의료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과제와 대형 연구를 수행하며, 중증질환 치료의 근거를 축적해 왔다. 이러한 연구 기반이 있기에 로봇수술, 세포치료, 정밀 방사선치료, 인공지능(AI) 기반 진단 보조 등 첨단 의료를 중증 환자에게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로봇수술, 고난도 중증질환 치료의 새로운 표준

국내 로봇수술을 선도해 온 이력도 돋보인다. 고려대안암병원은 국내 로봇수술이 처음 도입되던 시기부터 현재까지 직장암 로봇수술법과 구강을 통한 로봇 갑상선 수술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수술 기법을 제시해 왔다. 아울러 비뇨의학과, 대장항문외과, 간담췌외과, 산부인과 등 다양한 진료과가 로봇수술을 적극 도입해 고난도 수술 영역을 넓혀왔다.

그 결과, 고려대안암병원은 2024년 말 누적 로봇수술 1만례를 넘어섰으며 그 증가 추세는 갈수록 가속도가 붙고 있다. 단일 병원에서 1만 건이 넘는 로봇수술 경험을 축적했다는 것은, 단지 수술 건수가 많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연령과 질환, 위험도를 가진 환자에게 로봇수술을 적용해 본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는 뜻이다. 고난도 암수술, 기능 보존이 중요한 수술,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에서 로봇수술이 실질적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장비 측면에서도 로봇수술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왔다. 고려대안암병원은 차세대 로봇수술 시스템인 '다빈치5'를 아시아 최초로 도입했다. 최근에는 기존에 운용하던 로봇수술 장비 4대에 더해, 싱글포트 로봇수술 장비를 1대 추가로 갖추면서 현재 멀티포트 3대, 싱글포트 2대, 총 5대의 로봇수술 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의 병원 안에 멀티포트와 싱글포트를 아우르는 장비 구성을 갖춘 곳은 국내에서도 손꼽힌다.

고려대안암병원에서 만날 수 았는 최신 방사선암치료기.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안암병원은 수술방 수 대비 보유 로봇수술 장비 수의 비율이 상급종합병원 중 가장 높을 정도로 로봇수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처럼 다양한 질환과 수술에 맞춰 최적의 장비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함으로써, 로봇수술 빅센터로서의 위용을 한층 더 갖추게 됐다. 로봇수술 장비와 인력, 경험이 함께 쌓이면서, 점차 더 복잡하고 위험도가 높은 수술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환자에게 최상의 수술 결과를 전하기 위해 다양한 수술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봇수술의 영역 확대는 수술 후 회복 기간 단축, 출혈 감소, 기능 보존 등 환자 삶의 질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다. 고려대안암병원은 로봇수술의 이러한 장점을 중증 암, 고위험 환자 치료에 적극 활용해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수술 경험을 공유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다른 의료기관과 원격으로 연결해 수술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수술 노하우를 전하는 로봇수술 텔레프록토링을 진행하며, 로봇수술 교육·연구의 허브로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2026년 1월에는 로봇과 스마트병원을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세계 각국 연사를 초청해 로봇수술과 미래 의료의 발전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러한 활동은 고려대안암병원이 단지 로봇수술을 많이 시행하는 병원을 넘어, 로봇수술의 세계적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고 있다.

방사선, 세포치료, 뇌질환 첨단 장비 갖춘 중증 치료 인프라

고려대안암병원은 중증 암환자를 위한 방사선치료 분야에서도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최신 방사선치료기를 활용해 종양의 위치와 크기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주변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치료를 지향한다. 이는 수술이 어렵거나, 수술 전과 후 치료가 필요한 암환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고난도 세포치료인 CAR-T 치료제 등 새로운 세포치료를 실제 진료에 적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혈액암 등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기회를 넓혀가고 있다. CAR-T 치료는 고도의 시설, 인력, 안전관리 체계가 필요해 국내에서 시행 가능한 기관이 제한적이어서, 관련 센터를 중심으로 다학제 협력을 강화하며 중증 혈액질환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 기여하고 있다. 

뇌질환 분야에서는 고집적 초음파를 활용한 비침습 뇌수술 시스템을 도입, 기존의 개두술만으로는 부담이 컸던 환자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진전, 일부 운동질환, 특정 뇌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두개골을 열지 않고 고집적 초음파를 활용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스마트병원으로서의 고려대안암병원을 특징짓는 또 하나의 축은 디지털 병원정보시스템과 정밀의료 인프라다. 병원은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P-HIS'를 기반으로 진료·검사·영상 데이터 등을 통합 관리하며, 이를 바탕으로 신속한 의사결정과 다학제 협진을 지원하고 있다. 외래와 병동에서는 사물인터넷 기반 장비와 스마트 병동 시스템을 활용해 환자 상태와 처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중증 환자의 악화를 조기 감지하고, 필요한 처치를 지연 없이 시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옴니버스 플랫폼 활용 데이터 통합 연구 진행

고려대안암병원이 2025년 1월 10일 로봇수술 1만례를 기념하는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또한 고려대안암병원은 옴니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데이터 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진료와 검사, 영상 정보는 물론 향후 생체 신호와 유전체 정보까지 단계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환자 단위의 입체적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만큼 만성·중증 질환을 겪는 환자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여러 질환을 동시에 앓는 환자도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대안암병원이 로봇수술, 첨단 방사선치료, 세포치료, 디지털 헬스케어, 정밀의료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도 미래의 중증질환을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종합적으로 치료해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다. 고려대안암병원은 중증 관련 국가 지정 센터 운영 경험과 연구중심병원으로서의 연구 역량, 스마트병원 인프라를 바탕으로 급성기·중증 환자를 책임지는 최종 치료기관이자 첨단 중증 의료를 선도하는 병원으로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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