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억 언제 들어오나' 부글부글…24만 개미들 결국 터졌다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진영기 2025. 12. 2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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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 결국 해 넘겨, 개미 무덤 될라"
속 타는 24만 금양 주주
금양, 유상증자 납입일 여섯 차례 연기
자금조달 늦어지며 재무 안정성 악화
소액주주, 경영진과 간담회 예정
강경 대응 촉구하는 목소리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양의 자금조달 일정이 또 미뤄졌다. 회사는 "절차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주주들은 더 이상 회사를 신뢰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가 부여한 개선기간도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양은 지난 24일 40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을 2026년 2월 15일로 2개월 미룬다고 공시했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1월 14일에서 같은 해 3월 9일로 변경됐다.

금양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 일정을 미룬 건 이번이 무려 여섯 번째다. 당초 납입일은 지난 8월 2일이었다. 금양은 사우디아라비아 업체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스카이브)에 보통주 1300만주, 상환우선주(RPS) 1400만주를 발행해 405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후 연거푸 유상증자 공시를 정정하며 9월 3일, 9월 17일, 10월 17일, 11월 28일, 12월 24일로 납입일을 늦춰왔다.

지난달 24일에도 스카이브의 자금이 입금되지 않자 금양은 유상증자 금액의 10%인 405억원을 유상증자 대상자인 스카이브로부터 단기차입금 형식으로 우선 받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기차입금도 금양에 제때 입금되지 않았다.

금양은 자금조달 지연 이유로 절차상 문제를 꼽았다. 지난 24일 금양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스카이브가) 한국에 가져왔던 수표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 달러로 환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홍콩에 스카이브 법인을 설립해 다른 방법으로도 업무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금양은 투자사가 제시한 일정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며 "약속한 일정 내에 납입이 완료돼 (투자사와)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금양은 지난 8월과 9월에도 해외 송금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10월에는 "스카이브 측이 금양에 대한 투자 의지를 강조했고, 빨리 납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고 공지했다.

앞서 금양은 투자 의사를 입증하기 위해 알 셰흐리 스카이브 대표를 이사로 선임했다. 하지만 알 셰흐리 대표는 유상증자 납입 일정 변경을 논의하는 이사회에 단 한 차례도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3월 10일 설립된 스카이브의 재무제표나 자금력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도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과 기사 내용은 관계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자금 조달 계획이 미뤄지며 경영 정상화도 요원해졌다. 올해 초부터 3분기까지 누적된 금양의 영업손실은 390억원, 순손실은 558억원이다. 3분기 말 기준 유동부채는 7121억원에 달하지만, 유동자산은 669억원에 불과하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46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2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금양은 지난 3월,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아 주식 매매 거래가 정지됐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많은 탓이다. 당시 금양의 감사인인 한울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 그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가 부여한 개선기간도 끝이 다가오고 있다. 금양의 개선기간은 내년 4월 14일까지다. 해당 기한까지 재무구조 개선과 상장폐지 사유 해소에 실패할 경우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손실률이 53.3%라는 한 투자자는 포털 종목 토론방에 "올해 코스피가 70% 넘게 올랐는데, 금양은 개미 무덤이 됐다"고 한탄했다. 금양이 상장폐지될 경우 손실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6월 말 기준 금양의 소액주주는 23만5882명에 달한다. 금양의 마지막 거래일 종가는 9900원으로 2023년 7월의 최고가 대비 94.9% 폭락했다. 정리매매에 돌입하면 주가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에는 금양 주주 3000여명이 모여있다. 이들의 지분율은 3.39% 수준이다. 3%는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지분율이다. 지분율이 3%를 넘으면 상법에 따라 회계장부열람권, 이사·감사 해임청구권, 주주제안권, 임시주주총회소집청구권, 집중투표청구권, 업무·재산상태 검사청구권, 청산인 해임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오는 31일 소액주주와 회사 경영진은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주주들 사이에선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한 주주는 액트에 "어느 회사가 금양에 투자하겠나. 회사의 변명에 더 이상 현혹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소액주주 연대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비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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