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배 따로, 디저트 배 따로? 과학적 이유 있다

식사를 마치고 "이제 정말 더는 못 먹겠다"고 말해놓고는 막상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이 나오면 생각이 달라진다. 분명 배는 찼는데, 이상하게 디저트는 또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흔히 "밥 배 따로, 디저트 배 따로 있다"는 이 말에는 단순한 농담을 넘어서는 과학적 배경이 있다.
해부학적으로 위에 '디저트 전용 공간'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콤한 음식이 당기는 이유에 대해 영국 브리스틀대 미셸 스피어 교수(해부학)는 위의 물리적 특성과 뇌의 보상 시스템, 그리고 학습된 기억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다.
부드럽고 가벼운 디저트, 위에서 받아들이기에도 부담 적어
위는 일정 용량이 정해진 주머니가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유연하게 만들어져 있다.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평활근이 이완되며 내부 공간이 늘어나고, 위 내부의 압력이 크게 증가하지 않아도 추가로 음식이 들어갈 여지가 생긴다. 특히 아이스크림이나 푸딩처럼 부드러운 음식은 씹거나 분해하는 데 드는 물리적 부담이 적어, 고기나 기름진 음식으로 이미 위가 늘어난 상태에서도 받아들이기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또한 설탕과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은 단백질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보다 위에서 더 빨리 비워지는 경향이 있다. 소화에 요구되는 작업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미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받아들이기에 조금 더 수월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디저트, 위가 아니라 뇌가 원해
식욕은 단순히 물리적인 허기 때문에만 생기지 않는다. 즐거움과 보상을 기대하며 먹고 싶어지는 '쾌락적 허기'라는 개념도 존재한다.
달콤한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는 뇌, 특히 보상과 쾌락에 관여하는 신경 경로와 관련이 있다. 디저트는 뇌의 보상 회로인 중변연계 도파민 신경계를 강하게 자극하고, 이 과정에서 포만감을 전달하는 신호는 일시적으로 약해지고 먹고 싶은 동기가 강해진다. 따라서 메인 요리로 생리적 허기는 사라졌더라도, 달콤한 디저트에 대한 기대는 먹고 싶다는 또 다른 차원의 보상 욕구를 만들어낸다.
같은 음식엔 질리고, 다른 맛에는 끌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메커니즘은 '감각 특이적 포만감'이다. 한 가지 맛과 질감의 음식을 계속 먹으면, 뇌는 점차 그 자극에 익숙해지고 흥미를 잃는다.
이때 달콤하고 부드러운 디저트가 등장하면 뇌의 보상 반응이 새롭게 활성화된다. 더 이상 메인 요리에는 손이 가지 않는데도, 전혀 다른 맛의 디저트가 나오면 다시 식욕이 살아나며 조금은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포만감은 시간차 두고 완성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타이밍이다. 포만감을 만들어내는 장-뇌 신호는 즉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 GLP-1, 펩타이드 YY 같은 호르몬은 식사 후 서서히 증가하며, 포만감을 안정적으로 형성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호르몬 반응이 충분히 발휘되기 전에 디저트를 먹을지 여부를 결정하고, 그 사이 보상 시스템이 선택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사회적 상황에서 학습된 기억
많은 사람에게 디저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축하, 보상, 여유와 연관 지어지는 하나의 기억에 가깝다. 어린 시절 생일 케이크나 시험을 마친 뒤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음식은 좋은 기억과 함께 학습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디저트는 배가 고플 때가 아니라 식탁에 올려지기 전부터 즐거운 마음이 들고 기대하게 되는 대상이 된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보다 여럿이 함께 식사할 때, 또 특별한 자리에서 더 많이 먹는 경향을 보고했다.
디저트 배, 핑계나 변덕이 아니다
이처럼 디저트가 들어갈 자리가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따라서 다음 번에 "정말 더는 못 먹겠다"고 말해놓고도 케이크 한 조각 앞에서 마음이 흔들린다면, 의지가 약하다며 자책할 필요가 없다. 이는 그저 인간의 몸과 뇌가 협력해 만들어낸 매우 정상적인 반응이다.
지해미 기자 (pcraem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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