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살렸다…끝없는 메모리 성장세[2025, 칩의 해①]

이지용 기자 2025. 12. 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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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에…메모리, 이례적 수요 촉발
HBM 등 고성능 칩, 올해 몸값 급등세
공급 부족 현상…구형 칩에도 고객사 몰려
"내년 빅테크 AI칩 출시…수요 강세 지속"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의 HBM을 둘러보고 있다. 2025.04.24.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인공지능(AI)이 올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다시 그렸다. 글로벌 경기 민감도가 높았던 메모리는 AI 확산을 계기로 유례 없는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고성능 메모리부터 범용 메모리까지 전 제품군이 동시에 초호황을 맞으며 올해를 '메모리의 해'로 불러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메모리 공식 전환…HBM, 빅테크 수요 중심에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한 해 메모리 시장은 AI 확산 영향으로 예년과는 뚜렷하게 다른 패턴을 보였다.

통상 메모리 시장은 '글로벌 경기침체→IT기기 판매 감소→메모리 수요 감소'의 사이클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결정됐다. 하지만 올해는 AI가 메모리 수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메모리 호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선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AIDC) 및 서버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HBM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며 빅테크들의 필수 구매 품목이 됐다.

AI 데이터센터는 PC, 모바일 등과 달리 장기적인 AI 수요에 따라 일시적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는 올해에만 AI 모델과 제품을 구동하는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총 3000억 달러(약 445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AI 데이터센터 구동에 필요한 AI 가속기에는 대당 6~8개의 최신 HBM이 필요한 만큼, HBM의 몸값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5세대 HBM3E의 가격은 300달러에서 350달러로 상승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최소 30%에서 최대 50% 이상 더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HBM과 함께 AI 가속기에 필요한 서버용 D램 DDR5의 계약 가격은 연초 대비 123% 상승했다. 내년 4분기까지 45%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메모리사들은 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주요 고객이 원하는 물량의 절반만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생산 상황이 빠듯하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SK AI 서밋 2024가 열리고 있다. 2024.11.03. photo@newsis.com

구형도 품귀현상…"내년까지 상승세 지속"

메모리사들이 AI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고성능 메모리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면서, 구형(레거시) 메모리 제품군 또한 품귀 현상을 보이며 엄청난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구형 메모리는 현재 공급 제한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지난달 말 기준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은 7년2개월 만에 8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당장 내년 2분기까지 메모리 가격이 40% 이상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사들 입장에서는 고성능 메모리 뿐 아니라 구형 메모리로도 적지 않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메모리 품귀 현상에 따라 PC 제조업체 및 전자 부품 공급업체들이 SK하이닉스를 방문해 끊임없이 긴급회의를 열고 있다는 후문이 전해지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에도 전 세계 고객들이 내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마치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전 세계를 강타했던 반도체 공급난을 방불케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낸드 또한 대부분의 PC,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낸드 평균 가격은 내년 1분기에도 22%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4분기 역대급 실적을 보일 전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4분기 영업이익 15조1000억원, SK하이닉스는 16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점은 메모리 호황이 단기적 가격 반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AI 모델 고도화, 데이터센터 확장에 AI 투자는 장기 경쟁 구도로 접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가 AI 산업 전반을 관통하는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내년 빅테크들의 신형 AI 가속기가 대거 출시됨에 따라 메모리 수요는 꾸준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삼성전자(위)와 SK하이닉스(아래). 2025.06.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leejy52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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