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총 잡은 손 떨려도 말리는 이 없다… ‘안전핀’ 뽑힌 민간 사격장

마주영 2025. 12. 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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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참변’ 남 일인가… 총구 고정장치도 없는 사격장
신분증만 보면 ‘프리패스’
직원 1명이 10개 사로 ‘힐끗’
총구 옆사람 겨눠도 ‘속수무책’

경기도내 한 민간 실탄사격장 사격대에 소총과 권총이 놓여 있다. 2025.12.26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지난 26일 오후 1시께 찾은 경기도내 한 민간 실탄사격장. 입구에서 신분증 검사를 마치자 곧장 사격대에 설 수 있었다. 음주, 정신건강 이상 여부 등 총을 들기에 적합한 상태인지에 대한 별도 확인 절차는 없었다. 아이들도 사격을 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직원은 “이곳은 화약총이 아니라 공기총을 사용하기 때문에 초등학생도 사격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총기 종류와 관계 없이 14세가 넘어야 사격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현행법에 어긋난다.

게다가 사격대 위에 놓인 소총과 권총은 총기를 결박하는 안전 장치도 없었다. 총기를 훔쳐 달아나거나 총구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 주변 사람을 조준할 위험이 있는 셈이다. 사격장 한쪽에서 남녀 2명이 소총을 쏘고 있었지만,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직원도 없었다. 사격장 안에는 10개가량의 사격대가 자리잡고 있었지만 돌발 사고를 제지할 수 있는 관리자는 카운터 앞에 선 직원 한명이 전부였다.

인천 한 민간 사격장에서 방문객이 자신이 들고 있던 권총에서 발사된 실탄에 맞아 숨지는 일(24일자 6면 보도)이 벌어진 이후에도 현장에서는 사격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나 지침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 22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한 민간 사격장에서 20대 남성 A씨가 실탄에 맞아 사망했다. A씨는 사격장에서 사격 체험을 하던 중 자신의 총에서 발사된 실탄에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자신을 향해 실탄을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격장은 경찰서장이나 시·도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 운영되고, 매년 1번 이상 점검을 받아야 한다. 사격장을 관할하는 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서에서 주기적으로 사격장들을 점검하고 있다”며 “해당 사격장을 대상으로 관련 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민간 사격장이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는 모두 480건이며, 이 중 고의 사고가 301건을 차지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어떤 총이든 살상 위험은 충분하기 때문에 종류와 장소에 관계 없이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사격장에 안전 관리자를 일정 인원 이상 배치하는 등 사고 예방책을 강화하고, 경찰은 사격장이 사고 예방을 위한 법이나 지침을 제대로 지키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마주영 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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