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살 애교’ 길냥이, 앞발로 툭툭 뱀을 잡기 시작했다
반려동물이 있는 시골살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 사료를 얻어 먹는 고양이 ‘나비’, 공놀이에 과몰입하는 개 ‘렉스’. 아내와 내가 시골에서 함께 지내는 동물들이다.
도시에서도 고양이와 개를 기르는 집이 많지만 우리는 한 번도 그러질 못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 ‘강아지 사달라’ 노래를 불렀지만, “우리 집에 강아지는 너희 둘만으로 충분하다”며 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아내는 닫힌 공간인 아파트에서 동물을 키우는 걸 내켜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당이 있는 시골에서야 마다할 까닭이 없었다. 이제 나비와 렉스는 우리의 5도 2촌 생활에 활기를 더해주는 친구들이다.
먹을 것 몇 번에 무장해제된 고양이

나비는 우리가 밭에서 일하면 어느결에 다가와 곁에 있곤 했다. 또 우리가 먹이를 주기 시작한 이유를 알아챘는지, 밭에 돌아다니는 뱀을 두어 번 잡았다. 한 번은 밤중에 별을 보러 나왔는데 마당에 있는 나비의 거동이 좀 이상했다. 우리를 보고 ‘야옹야옹’하면서도 자리를 지킬 뿐 다가오지 않았다. ‘왜 저러지?’ 싶어 손전등을 비춰보니 알록달록한 긴 뱀의 길을 막고 앞발로 툭툭 치며 싸우는 중이었다. 이렇게 나비가 밤낮으로 돌아다녀서인지, 농막 근처에 아내가 무서워하는 쥐나 뱀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뱀·쥐 걱정이 사라졌다
아내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살던 고양시가 지원하는 고양이 중성화 지원 정책을 활용해 불임수술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나비를 잡아 케이지에 넣고 헌 이불로 빛이 들어가지 않게 덮었다. 올라오는 차에서 나비는 노여움이 섞인 소리를 내며 버둥댔다. 수술은 잘 끝났고 며칠 입원한 뒤 퇴원했다. 고양시 지원 덕분에 20만원 남짓한 비용으로 중성화 수술을 할 수 있었다. 나비가 수술 부위를 핥지 못하도록 엘리자베스 칼라를 씌워 농막에 데려와 풀어줬다. 우리는 이로써 나비와의 인연은 끝났으리라 생각했다. 도우려 한 일이지만 고양이가 그걸 알 리는 없고, 자신을 해코지했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한데 나비는 달아나지 않았다. 오히려 수술 전보다 더 우리에게 달라붙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행이었다.

집이 비어도 끼니 챙겨먹는 비결

길고양이였는데도 나비가 사회성이 좋은 이유를 알아낸 것은 먹이를 주고 한참이 지나서였다. 어느 날 동네 할머니 한 분이 지나가는 말로 “그 고양이 집에서 키우던 거야” 하시는 것이었다. 처음엔 흘려들었으나 나비와 친해지면서 그 말뜻이 궁금해졌다. 동네에 당사자가 있어 내놓고 말씀하길 꺼리는 걸 졸라서 들었다. 나비는 새끼 때 어미, 형제와 떨어져 수로에서 울고 있다 발견됐다. 동네 할머니 한 분이 데려가 키웠는데 어느 날 내쳐졌다 한다. 나비가 밤에 돌아다니다 가끔 생쥐나 새를 잡으면 그걸 자랑하듯 현관문 앞에 가져다 놓았는데, 주인 할머니가 새벽 댓바람에 그걸 보고 기겁을 해 사료를 끊었다. 나비는 그 길로 길고양이가 되었다 한다. 길지 않은 ‘묘생’에 집냥이-길냥이-집냥이를 오간 셈이다.
공놀이 채근하는 이웃집 보더콜리
그런 렉스지만 우리가 줄을 풀어 데리고 나가려는 기미를 보이면 갑자기 천방지축 날뛰기 시작한다. 영리하고 활동량 많기로 유명한 보더콜리가 계속 묶여 있었으니 오죽 답답했으랴. 그 길로 우리는 렉스를 냇가로 데리고 나가 둑길을 달린다. 줄에서 풀려난 렉스는 양몰이 개의 DNA가 살아난 듯 힘차게 달린다. 가끔 물가에 숨어 있던 고라니가 우릴 보고 튀어 나가는 일이 있는데, 렉스는 총알같이 고라니를 쫓는다. 우리가 개를 잃을까 다급히 부르지 않으면 끝까지 따라갈 기세다.
고양이와 개가 있는 시골의 삶
잘 따르는 고양이와 개가 있는 시골 생활은 재미있다. 우리와는 느슨하게 연결된 반려동물인 지라 언제까지 일지 모르지만, 나비·렉스와 오래오래 함께하기를 바란다.
이봉현의 농막일기는?
기자로 35년간 서울에서 일했습니다. 혼자 집중할 때 에너지를 얻는 편이어서, 텃밭과 정원이 있는 호젓한 공간을 꿈꿔왔습니다. 마침내 충남 공주의 산간마을 밭을 사 2018년 사과대추, 자두 등 유실수를 심었습니다, 2020년 봄부터는 농막을 들여놓고 금요일 밤에 내려가 주말 텃밭 농사를 짓고 옵니다. 5년간의 ‘5도2촌’ 생활에서 경험한 기쁨, 시행착오, 지역의 현실 등을 담아 격주로 독자를 만나려 합니다. 한겨레 로그인 콘텐츠 ‘오늘의 스페셜’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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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막 ‘이런 곳’에 지어야 후회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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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를 놀렸더니, 경고장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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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막에서 빚어 먹는 막걸리와 쑥인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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