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왜 이렇게 기각되는가 [최승환 변호사의 경영권 분쟁 해결사]
SM·고려아연 사건이 보여준 ‘경영상 목적’의 회색지대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신주발행은 단순한 자금조달이 아니다. 신주 1주는 의결권 1표이고, 신주의 대량 발행은 곧 의결권 구조를 바꾸는 행위다. 그럼에도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이 법원에서 인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회사 73개사의 ‘제3자 대상 신주발행’ 관련 분쟁 105건(가처분 78건, 본안 27건) 가운데 가처분채권자 또는 원고의 주장이 인용된 비율은 가처분 29.49%, 본안 14.81%에 그쳤다. 정리하면, 신주발행을 다툰 분쟁 네 건 중 약 한 건만 인용되는 셈이다. 이 통계는 전자공시를 기반으로 한 분석이므로 일부 사건 누락 가능성은 있지만, 신주발행에 제동을 거는 일이 쉽지 않다는 방향성 자체는 분명해 보인다.
표면적으로 보면 “법원이 회사 측 자율성을 지나치게 존중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상법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회사 편’을 드는 것이라기보다 제도 설계 자체가 제3자배정 신주발행에 대해 원래부터 엄격한 심사를 예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법은 제418조 제2항 단서에서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제3자배정을 허용하고, 제424조에서 회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하거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방법으로 주식을 발행하여 주주가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에 신주발행유지청구권을 인정한다. 실무에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은 바로 이 유지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구성된다.
한편, 주금 납입 이후에는 신주발행무효 확정판결의 장래효(상법 제431조 제1항)와 거래안전이 강하게 고려되면서 사후 구제의 문턱이 더욱 높아진다. 이미 발행된 신주가 유통되고 제3자의 이해관계가 개입된 이후에는, 효력정지 가처분으로 과거를 되돌리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결국 “예외적 허용 요건(418조 단서) – 사전구제(424조) – 사후구제(431조·거래안전)”의 삼중 구조가 가처분채권자에게 상당한 수준의 요건사실 소명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최근 사건이 SM과 고려아연이다. SM 사건은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3. 3.자 2023카합10034 결정으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이 인용된 사안이고, 고려아연 사건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2. 24.자 2025카합22020 결정 요지에 따르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이 기각된 사안이다. 결론은 정반대지만, 재판부가 던지고 있는 질문의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SM 사건을 살펴보자. 서울동부지방법원의 결정에 따르면, 회사는 카카오를 상대로 신주 123만 주와 전환 시 114만 주 상당의 신주가 발행되는 전환사채를 제3자배정 방식으로 발행하기로 결의하였다. 전환이 모두 이루어질 경우 카카오는 회사의 제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되고, 인수계약상 향후 제3자배정 신주나 주식연계증권을 발행할 때 우선인수권까지 부여받는 구조였다. 이는 정관상 잔여 제3자배정 한도 대부분을 소진하는 대규모 발행이었고, 회사의 지배권 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했다.
재판부는 상법 제418조 제1항·제2항, 제513조 제3항(전환사채의 제3자 배정), 제424조, 제516조(전환사채에 대한 제424조 준용)를 전제로 법적 판단의 틀을 설정하였다. 그 위에서 이 사건 발행이 제418조 제2항 단서 및 제513조 제3항이 예정하는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검토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당시 회사는 상당한 현금 및 예치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차입금이 없었으며, 영업이익도 양호한 수준이었다. 회사는 장기 신규사업과 대규모 투자를 위한 전략적 제휴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해당 사업계획이 구체적 실행 단계에 이르렀는지, △자금조달이 ‘바로 지금’ 제3자배정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할 정도의 긴급성과 불가피성이 소명되었는지에 관해 상당히 회의적으로 보았다.
재판부는 이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이미 현실화된 상황에서 이 발행이 최대주주의 지분율과 의결권 구조에 미치는 효과를 중시하였다. 지분 구조와 과거 주주총회 의결 결과를 종합하면, 카카오에게 상당한 지분을 부여하는 이 발행은 향후 경영권 경쟁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이 사건 발행이 상법과 정관이 예정한 범위를 벗어나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중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고, 상법 제424조가 예정하는 “현저하게 불공정한 방법에 의한 발행”에 해당할 개연성이 크며, 발행이 강행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 결과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긴급성이 소명되었다고 보고,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을 인용하였다.
반면 고려아연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상반된 결론에 이르렀다. 언론에 보도된 결정 요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유상증자는 미국 합작회사(JV) 설립과 현지 제련소 투자 등 특정 해외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조달을 주된 목적으로 하며, 해당 프로젝트가 미국 핵심광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미 협력 강화, 안정적 글로벌 수요처 확보와 직결된 전략적 사업이라는 점이 소명되었다. 미국 정부 및 현지 파트너의 참여 의사, JV 구조와 계약관계의 윤곽도 일정 부분 구체적 자료로 제출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다른 자금조달 방식과의 비교에서도, 제3자배정이 경영권 방어만을 위한 자의적 선택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정황들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전제로, 이 사건 유상증자를 오로지 현 경영진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의 수행을 위한 자금조달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가진 것으로 평가했다는 요지다. 신주발행이 지분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효과가 곧바로 지배권 귀속을 ‘결정적으로’ 변경하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도 함께 전해진다. 결국 사업 목적·자금수요·파트너십 구조가 상당한 정도로 객관적 자료에 의해 뒷받침된 상황에서, 제3자배정이 제418조 제2항 단서의 예외 요건을 명백히 일탈하였다거나 상법 제424조가 요구하는 ‘현저한 불공정’에 이르렀다고 볼 만큼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가처분을 기각한 것으로 이해된다.
두 사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법원이 던진 질문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양 사건 모두에서 재판부는 “회사의 현재 재무상태와 자금수요는 무엇인가”, “사업 목적은 어느 정도 구체화되어 있는가”, “주주배정·다른 방식의 증자·차입 등 대체수단은 검토되었는가”, “배정 대상자와 조건은 합리적으로 설계되었는가”, “그 결과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를 차례로 묻는다. 다만 SM 사건에서 회사가 제시한 답변은 ‘전략적 제휴의 필요성’에 머문 반면, 고려아연 사건에서는 ‘장기간 준비된 실질적 사업’과 ‘외부 파트너의 구체적 참여 구조’가 비교적 충실한 문서로 제시되어 있었다는 점이 결론의 차이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상법의 구조를 다시 정리해보자. 제3자배정은 주주배정을 원칙으로 하는 상법 체계에서 예외적 제도이며, 예외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는 요건사실로 통제된다(상법 제418조 제2항 단서). 실무에서는 단지 목적이 존재하느냐를 넘어, 해당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왜 제3자배정이어야 하는지,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왜 그 수량·조건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비례성·불가피성 심사가 사실상 결합된다.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해서도 상법 제513조 제3항과 제516조를 통해 동일한 구조가 준용된다.
사전구제 측면에서는 상법 제424조가 핵심이다. 이 조문은 신주발행유지청구권의 요건을 회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하거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방법에 의하여 주식을 발행함으로써 주주가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로 규정한다. 명백한 법령·정관 위반만으로도 유지청구권은 인정될 수 있으나, 경영권 분쟁에서 실질적인 쟁점이 되는 것은 후자의 “현저하게 불공정한 방법” 부분이다. 단순히 경영권 분쟁 중이라는 사정이나 우호지분의 증가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발행가 산정 방식, 할인율의 수준, 특정인에게만 부여되는 특혜적 권리, 이사회의 심의·결의가 형식에 그친 점 등 여러 요소가 결합하여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과 비례적 지위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수준이라는 인상을 줄 정도의 구체성이 필요하다.
여기에 시간과 거래안전이 겹쳐진다. 신주발행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주금 납입 다음날 발생한다. 납입 전 가처분은 필연적으로 촉박한 심문 일정 속에서 진행되고, 납입 후에는 본안에서 신주발행무효를 다투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확정판결은 장래효에 그친다. 이미 발행된 신주가 유통되고 제3자의 이해관계가 개입된 이후에는, 효력정지 가처분을 통해 과거를 되돌리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실무는 납입 이후에는 효력정지보다는 의결권행사금지와 같은 제한적 보전수단을 택하는 경향을 띤다. 결국 “납입 전”이라는 시간 구간이 신주발행 분쟁에서 사실상 유일한 정면 충돌의 무대가 되고, 그 짧은 기간 안에 고도의 요건사실을 소명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인용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 구조 아래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 경영상 목적과 필요성이 소명되면 회사(가처분채무자) 측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높다. 회사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하고 공시하기 전부터 가처분 신청을 예상해 자료를 준비할 수 있다. 반대로 경영권 분쟁의 상대방인 주주 등 가처분채권자는 공시 이후 짧은 기간 안에 발행 구조를 파악하고 납입기일 전에 심문과 결정을 치러야 한다. 같은 법률 틀 안에서도 “자료와 시간의 우위”가 어느 쪽에 있는지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이유다.
이러한 회색지대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89706 판결 및 그 하급심, 이른바 한창제지 사건은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1심과 2심의 결론이 엇갈렸고, 대법원이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한 사례다. 울산지방법원 2013. 2. 6. 선고 2012가합2312 판결에서 1심 법원은,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만 대량의 신주를 제3자배정한 점을 중시하여 지배권 방어 목적을 인정하고 신주발행을 무효라고 판단했다. 반면 부산고등법원 2014. 12. 4. 선고 2013나2139 판결에서 항소심은, 설비투자 계획과 자금조달 필요성, 채권단과의 경영정상화 약정 등 자료를 종합하여 설비투자와 외부자금 조달이 실질적인 경영상 필요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고, 제3자배정 방식 선택도 자의적 남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대법원 2014다89706 판결은 이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같은 사실관계에서도 ‘경영상 목적’과 ‘지배권 방어’의 경계는 재판부의 사실 평가와 자료의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무가 얻어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회사(발행 측)는 제3자배정의 “경영상 목적”을 구두로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자금수요의 객관화, 대체수단 검토, 발행조건의 공정성, 배정 대상자 선정의 합리성, 이사회 심의·기록의 충실성까지 하나의 ‘소명자료 패키지’로 준비해야 한다. 반대로 주주 등 신청인 측은 “경영권 방어 목적 같다”는 인상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긴급·불가피한 경영상 필요의 부재, 다른 자금조달 수단의 존재, 조건의 불공정성과 절차적 하자를 각각 요건사실로 정교하게 구성해 ‘현저한 불공정’의 문턱을 넘을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법원이 보는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상법이 요구하는 요건사실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소명되었는지이다.
신주는 단순히 자본 항목을 늘리는 종이가 아니다. 경영권 분쟁의 현실에서는 표를 새로 만들어 내는 도구다. 그러나 법원은 그 표가 누구에게 유리한지를 직접 묻지 않는다. 법원은 “왜 지금, 왜 이 방식, 왜 이 상대방, 왜 이 규모인가”를 묻고,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문서와 숫자가 준비되어 있는지를 본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의 낮은 인용률은, 결국 그 질문에 법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답해 낸 사건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G도 이렇게는 못 만든다'…제니, 압도적 '한 줌' 라인
- 말랐는데 볼륨까지?…선미, 비키니로 입증한 '사기캐' 피지컬
- 'CG인 줄'… 윈터, 보정 1도 필요없는 '실사판 AI'
- '와이프가 예뻐서 눈이 멀었나봐요'…돌싱남들이 꼽은 '이혼 이유' 1위는 바로
- '96kg 과거 싹 지웠다'… 최준희, 갈비뼈까지 드러낸 '한 줌' 몸매
- '긴 머리 미련 없이 싹둑'…송혜교, '여신' 수식어 지운 '잘생쁨'
- '49세' 김준희, 속옷만 입고 놀라운 복근 몸매 공개 '6년째 몸매 유지'
- '연금 300만원 받는다고? 어떻게?'…국민연금, 월 100만원 이상 수급자 100만명 돌파
- '46세 박지윤, 이렇게 말라도 돼?'…또 최저 몸무게 '인증샷' 봤더니
- '매장 냉동고에 알몸 상태 여의사 시신 발견'…상상도 못 했다, 무슨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