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톡톡] K-애니메이션 도약 이끈 이 기술… 창작 판 바꾼 ‘리얼타임 렌더링’은

이경탁 기자 2025. 12. 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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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령층 사로잡은 K-애니메이션, 국내외 흥행 지속
게임 엔진 기반 리얼타임 렌더링, 제작 방식 패러다임 전환
‘킹 오브 킹스’·‘미스터 로봇’, 리얼타임 제작으로 완성도↑
킹오브킹스의 한 장면./모팩스튜디오

K-애니메이션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 어린이 중심 장르로 인식됐던 애니메이션이 섬세한 감정 묘사와 영화적 연출을 기반으로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종합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 2월 개봉한 오컬트 블록버스터 ‘퇴마록’은 개봉 6주 만에 50만 관객을 돌파했고, 올해 4월 개봉한 3D 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도 개봉 이틀 만에 1만명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해외 시장에서도 K-애니메이션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국내 VFX(특수시각효과) 전문 기업 모팩스튜디오가 제작한 ‘킹 오브 킹스’는 올해 5월 북미에서 5771만달러(약 796억원)의 수익을 기록해, ‘기생충’의 북미 흥행 성적을 넘어섰습니다. 정부도 1500억원 규모의 애니메이션 산업 진흥 계획을 발표하며 산업 기반 확충에 나섰고, 봉준호 감독은 제작비 700억원을 투입해 심해 생물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김태용 감독은 연극 ‘꼭두’를 원작으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 각본 작업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콘텐츠 제작 방식을 근본부터 바꿔놓은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게임 엔진 기반의 실시간 렌더링, 이른바 ‘리얼타임 제작 방식’입니다. 기존의 애니메이션 제작은 장면을 일일이 계산해 출력하는 오프라인 렌더링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모델링·조명·애니메이팅 등의 작업을 마친 후 수시간에서 수일이 소요되는 렌더팜(고성능 컴퓨터 군집) 작업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 방식은 수정이 발생하면 공정을 다시 반복해야 하고, 중간 편집 단계에서는 최종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어 제작 효율과 유연성 모두에서 제약이 컸습니다.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렌더링은 작은 수정에도 전체 공정을 반복해야 해 시간이 많이 들고,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어 디렉팅·피드백도 늦어진다”며 “제작 기간과 비용이 불필요하게 증가하는 구조였다”라고 했습니다.

리얼타임 기술을 통한 실시간 렌더링 작업을 하는 모습./모팩스튜디오 제공

리얼타임 렌더링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결한 기술입니다. 편집자가 장면, 조명, 캐릭터의 표정을 수정하면 즉시 그 결과가 화면에 반영됩니다. 마치 게임 화면처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반복 실험과 빠른 피드백이 가능하고, 제작 속도와 완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습니다.

‘킹 오브 킹스’는 이러한 리얼타임 렌더링 기술을 전면에 도입한 대표 사례입니다. 제작진은 언리얼 엔진 기반의 ‘버추얼 프로덕션(가상 세트 내 실시간 연출 시스템)’을 활용해 가상의 세트에서 조명과 환경을 구성하고, 배우들의 모션과 표정을 실시간으로 캡처·수정하며 제작을 진행했습니다. 이 같은 방식은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제작보다 실사 영화에 가까운 감정 표현과 동작 묘사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미스터 로봇’도 동일한 기술을 적용해 높은 사실감을 구현했습니다. 눈동자 반사, 표정 떨림 같은 미세한 감정 표현까지 반복 조정할 수 있었고, 조명 톤이나 카메라 워킹도 실시간으로 수정 가능해 영화 수준의 연출을 실현했습니다. 배우의 퍼포먼스를 디지털 캐릭터에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모션캡처(motion capture) 기술도 함께 적용돼, 전체 작업의 효율과 정밀도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해외에서도 리얼타임 렌더링을 활용한 성공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디즈니TV는 ‘빅 시티 그린’에 3D 기술을 접목해 제작 속도를 높였고,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러브, 데스 + 로봇’ 시즌3의 한 에피소드를 단 4개월 만에 완성했습니다. 웨타FX는 단편 애니메이션 ‘War is Over!’로 언리얼 엔진 기반 작품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기술력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았습니다.

국내에서도 ‘유미의 세포들’ ‘미니특공대’ ‘아머드 사우루스’ ‘다이노파워즈’ ‘윌벤져스’ 등 다양한 작품들이 리얼타임 렌더링 기술을 활용해 제작됐습니다. 제작 기간 단축과 품질 향상이라는 두 과제를 모두 해결한 이 기술은 K-애니메이션 산업에서 점차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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