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죽은 다음' 맞이할 것인가… 연대의 눈으로 해부한 장례 현장 [수상작]
'죽은 다음' 희정 작가

"사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죽은 다음'의 저자 희정(44)은 여러 장례지도사가 입관 전 고인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을 보며 깊은 유대감을 느꼈다고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뚜렷한 염습실에서 생의 고단함을 고리로 산 자가 죽은 자와 연대하는 모습이 그로 하여금 공동체에 대한 믿음을 한층 견고히 만들어준 셈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장례노동 현장에서 발견한 귀한 깨달음이었다.
희정 작가가 죽음에 관심 갖게 된 것은 이전 저작들에서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 문제를 다루면서였다. 젊은 여성들의 증가하는 자살 시도율과 고독사에 대한 2030세대의 두려움도 눈에 띄었다. "다르게 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 죽음 앞에서 사람이 하는 일을 보러 간 거죠." 그는 혹여 자신의 무지함이 죽음에 대한 무례한 질문으로 나타날까 봐 장례지도사 자격증도 땄다.
의전관리사, 수의 제작자, 화장기사, 장묘업체 운영자 등을 만나며 작가가 포착한 건 상업화된 장례의식 위에서 부유하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였다. "제가 노동에 대해 쓰는 사람인데도 장례 노동자 대부분이 특수고용직이란 건 몰랐어요. 20대 장례지도사가 많지만 이직률도 높은 이유예요. 장례인이 바뀌어야 장례문화도 바뀌는데,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오기가 어려워요."
전통이란 이름으로 고착화된 가부장적 요소도 짚었다. 해방공간에 여자 상여꾼이 존재했음을 알리고, 한국사회가 상중에 여성의 역할을 규범적으로 제한해 온 역사를 분석하며, 평등한 장례식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전시 사업을 소개했다. '최초의 여성 화장로 기사' '20년 경력의 여성 장례지도사'와의 만남을 통해 장례업계의 성차별적 관행에 균열을 내는 노동자들의 모습도 다뤘다.
희정 작가는 팬데믹 시기의 애도 방식과 반려동물 장례식에 대한 사유를 거쳐, 공영장례에 대한 고민으로 책을 마무리 지었다. '장례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그는 "죽음이 있는 한 애도의 행위는 계속될 테지만 그것을 의례적으로 표현하는 질과 양은 변화할 것"이라며 "장례 제도를 복지 차원으로 접근하는 유럽에선 재산이나 직위와 무관하게 순서대로 공동묘지에 묻힌다"고 말했다.

'죽은 다음'은 출간 직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서점가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 사회가 죽음에 관심 갖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숱한 참사를 겪으며 죽음이라고 하는 것들을 제대로 소화하고 해석하지 못했기 때문 아닌가 싶어요." 자신 또한 세월호, 이태원,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거듭되는 비극을 목격하며 죽음을 대하는 방식과 감정을 고민해왔다는 답변이다.
그래서 희정 작가는 다음 작품으로 "애도의 마음을 비껴나지 않는 책"을 구상하고 있다. '죽은 다음' 독자들과 자살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는 방법을 두고 여러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 문제는 꼭 내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짚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앞으로 시공간을 넓혀 우리가 어떤 애도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려고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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