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40원대 안착… 외환당국 개입-국민연금 환헤지 통한듯
엔화 등 亞통화 전반적 강세 영향
해외투자 수요에 내년 재상승 우려도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5원 내린 1440.3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24일 33.8원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하락하며 2거래일 동안 43.3원(2.9%)이나 하락했다. 이날 종가는 11월 4일(1437.9원) 이후 가장 낮다.
● 결국 국민연금 나섰나… 환헤지 소식에 급락
이날 환율 하락은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 의지를 보인 것과 더불어 실제 개입에 나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한국은행과 외환스와프를 통해 투자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해외 자산의 10% 규모까지 선물환(미래의 환율을 지금 확정해 두는 계약)을 매도해 환차손을 헤지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선물환을 매도하면 이를 사들인 은행은 달러를 풀어야 하는 등 시장에 보다 직접적으로 달러를 수급하게 된다. 또 주요 시장 참여자들이 줄줄이 국민연금 포지션에 따라 움직이기에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4일에 이어 26일에도 외환시장에 국민연금의 환헤지 물량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23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전략적 환헤지 탄력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용하며 국민연금의 환헤지가 가능한 조건을 마련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도 “은행과 기업의 회계기준이 되는 환율이 보통 분기 말 환율이기 때문에 30일 종가가 중요하다”며 “외환당국이 30일 환율을 낮추기 위해 23일부터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고환율의 원인으로 꼽은 외환시장 수급과 그로 인한 심리 과열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여럿 발표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까지 뛰어오르자 24일 국내 증시에 복귀하는 서학개미들에게 양도소득세 감면이라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이례적으로 강력한 메시지의 구두 개입을 통해 이후 여러 조치가 가능함도 시사했다. 시장은 이를 외환당국의 직접 개입, 국민연금 환헤지 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환율 꺾였지만… 과도한 하락은 경계해야”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의 전방위적인 조치로 2거래일 연속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며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다만 추세가 완전히 꺾였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이날 아시아 통화 전반이 강세를 보이는 등 국외 요인들은 외환시장에 긍정적인 상황이다. 원화는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일본도 외환당국이 강력한 구두 개입에 나섰고,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가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도 밝히자 엔화의 강세가 이어졌다.
다만 외환보유액이나 국민연금 환헤지 물량이 한정돼 있고, 기업과 개인의 해외 투자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내년에 다시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누적된 조치와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한풀 꺾인 현 상황이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과 비슷한 상황인 일본도 환율 안정화에 나서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정 연구원은 “정부 조치는 변동성을 관리하며 적정선을 찾겠다는 취지인 만큼 환율이 과도하게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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