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파 지름신 ‘필코노미’, 인생 순간몰입 ‘픽셀라이프’

서정민 2025. 12. 27. 00: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6년 라이프 스타일 키워드
해마다 연말이면 새해의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들이 출간된다. 대부분 소비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젊은 세대의 상황과 욕구를 진단하고 그 방향성을 짐작해보는 내용인데, 이들 책에서 언급된 키워드들은 새해의 소비 패턴과 젊은 세대 일상을 설명하는 신조어가 되기도 한다. 2026년에는 어떤 것들이 유행할까. 수년 간 지속적으로 트렌드 북을 출간해온 4권의 책에서 눈에 띄는 2026년 라이프 스타일 키워드들을 꼽아봤다.

‘핫플’이 된 국립중앙박물관. [중앙포토]
#김난도 서울대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한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08년부터 18년간 ‘트렌드코리아’ 시리즈를 발간하면서 큰 반향을 얻었다. 올해 출간된 『트렌드코리아 2026』에서 제시한 키워드는 10가지인데 그중 눈에 띄는 키워드로 5가지를 선정했다.

·필코노미 감정을 의미하는 ‘필(feel)’과 경제를 의미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다. 소비자가 자신의 ‘기분’을 진단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딱히 기능성이나 효용이 없어도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

민어회 같은 제철음식 먹기가 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픽셀라이프 디지털 이미지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픽셀(pixel)’처럼 작고 많고 짧게 소비하는 방식이 일상이 된다는 의미다. 책에서 언급한 픽셀라이프의 유형은 세 가지이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부분은 페스타·박람회·팝업스토어·제철 음식처럼 지금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순간에 몰입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질 거라는 예측이다.

·프라이스디코딩 ‘디코드(decode)’는 해독한다는 뜻으로, 소비자가 브랜드가 제시하는 가격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그 구성 요소를 분석한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행동을 책에서는 이렇게 명명했다.

1인 가구의 반려동·식물 키우기는 보편적인 풍경이 됐다. [중앙포토]
·1.5가구 혼자이면서 혼자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1보다는 크고, 2보다는 작은 숫자인 1.5로 풀이한 키워드다.

·근본이즘 본질을 의미하는 ‘근본’과 학설을 뜻하는 접미어 ‘이즘(-ism)’의 합성어다. AI 사회의 최신성·복제성·효율성에 대한 반발로 전통을 재조명하고, 원조를 숭상하며, 클래식을 선호하고, 아날로그의 낭만을 추구하는 경향을 말한다.

K컬처의 높아진 위상과 더불어 민화 ‘호작도’ 등 우리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중앙포토]
#국내 유일의 20대 전문 연구기관인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2011년부터 매년 연구·리서치 결과를 트렌드 리포트로 발간해왔다. 『Z세대 트렌드 2026』은 트렌드 주도층으로 자리 잡은 Z세대를 집중 조명한 ‘Z세대 트렌드’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2026년 ‘트렌드 이슈’와 ‘트렌드가 보이는 변화의 모먼트’를 정리한 내용 중 4가지 키워드를 소개한다.

·메타센싱 Z세대가 추구하는 시대 감각은 자기 자신을 객관화해서 인지하는 메타인지를 넘어 감정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는 ‘메타센싱’이라는 설명이다. AI시대에 희소해지고 있는 다정함, 배려, 여유 같은 가치들을 메타센싱을 통해 감각하고 채워나가기 위해 퍼스널 감정케어에 집중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적시소비 소비 트렌드의 핵심은 언제나 ‘희소성’을 좇는 것인데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지금, ‘적시’가 새로운 소비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내용이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순간을 누리는 것이 Z세대의 새로운 경험 소비의 핵심이 될 거라는 예측이다.

다이소 매장. [중앙포토]
·마이크로 소비 경제 불황 속에서 지갑은 얇아졌지만 Z세대의 소비 욕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를 넘어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신이 지금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인지하기 시작했다. 몇천 원으로 즐길 수 있는 편의점이나 다이소 등에 자주 들러 가격은 더 저렴하고, 크기는 더 작고, 부담은 덜하지만 특별함과 만족감은 큰 것을 소비하는 경향을 말한다.

·개인 안식 구역 유튜브 콘텐트 등에서 혼자이지만 자신의 취향을 찾아 멋지게 사는 선우용녀·최화정·정재형·밀라논나 등을 닮고 싶은 롤 모델로 꼽는 Z세대가 많아졌다. 자신의 삶에 집중하면서 ‘나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을 중요시하는 젊은이들이 늘면서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공간과 취향에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 브랜드 젤리캣의 토끼 인형은 어른들도 구매하는 ‘애착인형’으로 인기가 높다. [사진 젤리캣]
#빅데이터 분석그룹인 생활변화관측소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빅데이터 연구원들이 매주 데이터를 관측하고 그 안에서 찾아낸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간 및 월간관측소 형태로 소개해왔다. 그리고 연말이면 ‘트렌드 노트’ 시리즈를 발간하는데 그 10번째 기록이 『2026 트렌드노트』다. 책 속 7개의 챕터 중 우리 일상에 가장 큰 변화를 끼칠 것으로 보이는 3가지 키워드를 골라봤다.

·AI시대, 오프라인 공간의 새로운 가치 AI에 대한 집착이 강해질수록 AI와는 무관한, 오래전부터 있었던, 손과 발을 활용하는 취미, 감각으로 느끼는 맛과 공간감에 대한 담론이 커가고 있음을 주목한 것이 내용의 핵심이다.

·논디지털 취미생활 디지털의 대척점으로 설명되는 아날로그 감성과 능동적 몰입,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로 얻게 되는 성취감에 몰입하게 되는 경향을 말한다. 틱톡·릴스·쇼츠 등의 자극적인 디지털 콘텐트에 둘러 싸여 살지만 그 피로감 또한 커서 러닝, 필사 등 직접적인 오감 체험과 자극을 통해 안정감과 만족감을 높이는 것을 더욱 선호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덕질 같은 뮤지컬·영화를 N차 관람하고, 십수 년 간 연재중인 애니메이션을 필독하고, 우승 문턱에도 못 가본 야구팀을 여전히 응원하는 ‘덕질’이야말로 삶을 위로하는 가장 순수하고 매력적인 취향이며 이런 성향이 소비 트렌드를 움직인다는 설명이다.

#이노션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인사이트전략본부는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소비자 인사이트를 통해 사회문화적 변화 흐름과 마케팅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그 결과를 매년 연말에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시리즈로 발간하고 있는데 2026년 내용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들은 다음과 같다.

·모닝 레이브 모닝 러닝 클럽 등을 결성하고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아침에 모여 함께 즐기기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가 등장하면서 ‘밤 대신 아침에’ 파티를 즐기는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는 내용이다.

·소소(小小)소비 경제 불황이 계속되면서 젊은 세대의 소비 패턴은 단순히 ‘아낀다’가 아니라, 무엇에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내용이다. 무조건 지출을 참고 버티는 게 아니라, 가치 있고 만족감을 주는 지출에 집중적으로 돈을 쓰겠다는 새로운 소비생활의 등장이다.

·4989중고의 재발견 당근을 통한 개인 간 리커머스 뿐 아니라 기업형 리셀, 리퍼브(반품·전시품 등을 재정비해서 재판매), 바이백(사용하던 상품을 판매사가 일정 기준으로 되사서 재유통), 트레이드인(보유 제품 반납 후 차감 혜택을 받아 새상품을 구입하는 보상판매)을 포함한 재유통 시장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위 4권의 책이 제시한 트렌드 키워드는 각각 용어는 달라도 내용은 비슷하다. 이들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연구한 젊은 세대의 상황과 니즈가 똑같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현대는 AI시대를 맞아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학교와 직장에서 어쩔 수 없이 그 흐름을 따라야 하고 익숙해지려 노력하지만, 개인의 취향 만큼은 그 반대 성향 또한 강해져서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선택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때문에 취미와 공간, 놀이와 일상을 위해 지갑을 열 때는 논디지털, 아날로그 같은 단어들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 ‘나’를 만족시키고 디지털로 인한 피로감을 떨어버릴 수 있는 가치 있는 소비는 스스로 몸을 움직여 오감을 일깨우는 직접 경험을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1인가구들은 점점 늘 것이고 그만큼 자신의 공간을 위한 투자는 더욱 커질 것이다. 혼자인 것을 즐기면서도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방법으로 반려동·식물에 대한 호감도와 소비도 커질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별 효용성 없는 인형이나 돌멩이일지라도.

AI와 디지털에 대한 반감은 현재와 미래만 보고 달리던 젊은 세대를 ‘과거’까지 함께 즐기는 성향으로 변화시켜 놓았다. 사라질 ‘현재’, 지금 아니면 안 되는 페어·박람회·전시 관람 등의 공간 경험에 대한 관심과 니즈는 더욱 커질 것이고, 제철 음식 즐기기 또한 K푸드의 인기와 함께 더욱 인기를 끌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과거’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보다 더 신기하고 안정적인 흥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몇 년간 지속돼온 뉴트로(new+retro) 트렌드는 새해에도 여전히 젊은이들을 매료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때마침 높아진 K컬처의 위상은 이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관심 갖게 하는 매력적인 콘텐트로 자리 잡을 것이다.

서정민 기자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