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대홍수', 국내선 "속았다" 세계에선 '대박'

정민경 기자 2025. 12. 2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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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호불호와 글로벌 성공, 더 이상 연결되지 않는 시대"
"배달 플랫폼 리뷰를 보는 느낌" 혹평에 대한 문제 제기도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스틸컷.

※ 이 기사에는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됐습니다.

지난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가 국내의 거센 혹평 속에서도 글로벌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24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대홍수'는 공개 3일 만에 279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으며 대한민국, 스페인, 브라질, 카타르, 태국을 포함한 총 54개 국가에서 시청 1위에 올랐다. 또한 93개 국가에서 TOP10 리스트에 오르며 전 세계적 관심을 끌어냈다.

그러나 '대홍수'를 둘러싼 국내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재난 영화인 줄 알고 봤는데 전혀 다른 영화였다”, “장르적 쾌감이 없다”, “개연성이 전혀 없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재난 영화의 공식적인 전개와 클라이맥스를 기대한 관객들이 중반 이후 SF적 설정과 '모성애'를 중심으로 한 감성적인 서사로 전환되는 구조에 혼란을 느꼈다는 평가다. SF적 설정 역시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에서 나왔던 듯한, 주인공의 티셔츠에 숫자가 달라지는 듯한 장면 등 곳곳의 클리셰로 인해 새롭지 않다는 평가다.

혹평의 강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올 정도다. 허지웅 작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배달 플랫폼 리뷰를 보는 느낌”이라며 감정적으로 과열된 평가 양상을 지적했고, 영화번역가 황석희 역시 “몇 년 전부터 느끼는데 관객들 평이 점점 짜다. 그리고 평의 염도에 비례해 표현이 과격해진다”며 “내가 신뢰하는 주변인들 평을 보자면 대단한 수작은 아니어도 평작 수준. 감탄할 건 아니지만 재밌게 볼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라 평가했다.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스틸컷.

'대홍수'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상단을 장악했다. 국내 시청자들의 혹평이 오히려 궁금증을 자극해 시청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는 장르 혼합 자체가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부정할 수 없이 큰 스케일에 '한국형 신파'로 보일 수 있는 모성애와 관련된 장면들을 녹였다는 점도 글로벌적 성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홍수'가 보여주는 모성애는, 아이를 낳은 엄마의 모성애를 단순하게 그리기 보다, 연구원으로서 아기를 '만들어 낸' 주인공 구안나(김다미)가 느끼는 복합적인 모성애를 보여준다. 그 감정은 매일매일 시끄럽고 정신없는 아이에게 짜증을 내다가도, 이내 죄책감을 느끼고, 한편으로는 “이제 아이를 회수해도 될 거 같다”고 연구원으로서 말하다가도, 결국은 그 아이를 위해 목숨을 여러 번 바치는 복합적인 것이다.

또한 '타임워프'를 반복하면서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듯한 전개, 그 전개에서 인류애를 잃지 말자는 메시지도 건질 수 있다. 구안나가 초반에는 외면했던 다른 층에 사는 아이를 엘리베이터에서 구하는 장면, 아이를 낳고 있는 임산부를 구하는 장면 등은 '왜 급박한 와중에 자신의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구할까?'라는 의문을 들게 만든다. 그러나 이후 구안나가 펼친 인류애가 결국 자신의 아이를 구하는 단서와 도움들로 채워지는 장면에서 의문은 설득으로 바뀌기도 한다.

국내에서의 혹평과 글로벌 성공을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 없는 시대라는 의견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홍수'에 쏟아진 혹평의 배경을 '기대의 불일치'에서 찾으면서 “그정도 혹평을 할 작품은 아니다”라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정덕현 평론가는 26일 통화에서 “제목이 '대홍수'이다보니 직관적으로 '재난물'이라는 생각에 선택을 했는데 재난물의 공식에 따르지 않고, 중반부에서 SF 설정으로 바뀌면서 혼동 내지 '속았다'라는 생각이 들어 혹평이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재난물을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기대와 달랐던 점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뻔한 장르물로 끝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좋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국내 혹평과 달리 글로벌 1위를 차지한 것과 관련해 정덕현 평론가는 “작품의 국내 '호불호'와 글로벌적 성공이 연관성이 있던 시대는 지났다”라며 “국내에서 천만 영화가 여러 편 나오고, 각자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모두 비슷한 영화를 봤던 시대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은 '넷플릭스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적절히 채워주고 또 배반하기도 한다”며 “넷플릭스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쉽게 말해 '큰 스케일'이다. '대홍수'는 초반부터 큰 스케일을 보게 하며 물이 극적으로 차오르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화면 등에서 자극적이다. 이후 SF와 감성을 결합한 부분에서 반전을 주면서 뻔한 전개가 아니라는 배반감도 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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