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 해제해도 관저 밀고 와... 대통령 얼마나 가볍게 봤겠나”

이민준 기자 2025. 12. 2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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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동안 특검 주장 직접 반박“
제왕적 대통령 권력 누렸다면 계엄 했겠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원인이 거대 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 심리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사건 결심 공판에서 1시간 동안 최후 진술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을 깨우고, 국민으로 하여금 정치와 국정에 무관심하지 말고 제발 일어나서 관심을 갖고, 비판도 해달라는 걸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취임 초부터 사사건건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아 정상적인 통치가 어려웠고, 이에 대한 여론의 환기를 위해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서울중앙지법

윤 전 대통령은 “질서 유지 차원에서 국회에 최소한의 군 병력을 보냈고, 국가정보원에서 시정을 권고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보안 시스템을 확인하기 위해 군 병력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당시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을 방해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는 “평상시 국무회의처럼 (국무위원들에게) 다 들어오라고 얘기하지 않은 게 범죄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제가 국무위원 13명을 불렀다”며 “나머지 8명에 대해 심의권이 방해됐다는 게 특검 주장인데, 19~20명을 불렀으면 나머지 한두 명에 대해 심의권을 침해한 것이냐”고 말했다. 국무회의 의결 정족수만 채우려 일부 위원을 소집한 게 아니란 주장이다.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계엄 해제 뒤 만든 사후 선포문에 서명한 뒤, 폐기를 승인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종류의 공문서가 대한민국에 존재하나 싶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국방부가 작성했어야 할 계엄 선포문을 부속실이 만든 것에 의문을 가졌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또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해제 뒤 만들어진 문서에 뒤늦게 부서했다는 특검 주장에 대해서도 “사전 부서는 보안 때문에 불가하다는 점을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때 이미 말씀드렸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 계엄군 지휘부의 비화폰 관련 자료를 서버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이와 관련해 그는 “그런 지시를 한 적도 없을 뿐더러, 당시 직을 그만둔 10여 명의 비화폰을 대통령경호처가 수거하거나, 수거가 불가능할 경우 언론에 관련 자료가 보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해당 비화폰을 이미 수사기관이 확보했다면 화면 사진 등을 찍어놨을 텐데 뒤늦게 삭제를 지시했다는 건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고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방해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는 “공수처가 형사소송법 110조를 예외로 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공수처는 예외 조항을 근거로 지난 1월 3일 군사시설 보호 구역인 대통령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다가 내란죄를 인지했다는 공수처 주장에 대해 그는 “(내란·외환죄 외의 혐의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소추권이 없다는 건 수사 역시 못 한다는 의미”라며 “퇴임할 때까지 기소 중지를 해놔야 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내란은 온 세상이 다 아는 것인데, 언론에도 다 보도된 사안을 인지했다는 건 코미디”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견제 장치를 따르지 않았다’는 특검 주장과 관련해서도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건 없다”고 반박했다. 제왕적 대통령으로서의 권력이 막강했다면, 거대 야당의 발목 잡기 같은 일이 없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을 해제했는데도 내란 몰이를 하면서 관저로 밀고 들어오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며 “얼마나 대통령을 가볍게 봤겠느냐”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년 1월 18일이 구속 만기라고 해서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거의 안 하고 있다. 제 아내도 구속돼 있고, 제가 집에 가서 뭘 하겠느냐”고 했다. 그는 이어 “내란 혐의 사건에 대해 추가 증거를 내면 그에 대해 심리를 한 뒤 마무리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재판부께서 선처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특검의 징역 10년 구형에 대해 “법적·사실적 근거가 극히 취약하며 정치적 프레임에 기댄 과도한 구형”이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은 수사와 재판의 전 과정에서 자신의 판단과 행위가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 있었음을 일관되게 설명해 왔다”며 “‘반성 없음’이라는 표현으로 낙인찍는 것은 사실상 유죄를 전제로 한 여론 재판에 불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6일 선고 공판을 연다. 다만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측에서 추가로 증거를 제출할 경우, 이를 검토해 변론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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