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눈] "질문하는 아이, 토론하는 교실"…현장 교사가 말하는 시민교육

황대훈 기자 2025. 12. 2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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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교사의 시각에서 한국 사회와 교육현장을 조명하는 '교사의 눈' 시간입니다. 


우리 사회를 크게 흔들었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을 지나오며, 학교 현장에서도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게 하기 위한 교육은 필요하지만, 민감하고 논쟁적인 사안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다뤄야 할지,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분열에 갇힌 한국 사회

"소통과 공존의 역량 필요"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 일제히

"2026 민주시민 교육 강화"


전담 조직 신설

지식 전달 넘어 '건강한 소통 능력' 강화


학교 현장에서 본

민주 시민교육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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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현장 교사가 체감하는 민주시민교육의 과제, 강원 운양초등학교 김기수 교사와 함께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민주주의 수업을 해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해오셨습니까?


김기수 교사 / 강원 운양초등학교

안녕하세요? 


강원도 강릉의 작고 아름다운학교 운양초등학교 교사 김기수입니다. 


매일 아이들과 우당탕탕 살아가는 모습을 살아있는 민주주의 수업으로 포장해주시니 조금 낯이 뜨거운데요.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학교 안팎을 넘나들면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생각하며 수업을 고민합니다. 


지금 당장 배워야 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를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이끌어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걸 좋아합니다. 


여러 장면들이 스치지만, 아무래도 2025년은 대통령 탄핵과 선거 그리고 강릉 가뭄을 주제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시민이란 무엇인가' 고민한 순간을 뺄 수 없을 것 같아요. 


서현아 앵커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일으킨 사건이었죠.


12.3 계엄 사태를 동화 형식으로 풀어내신 책을 쓰셨는데요.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김기수 교사 / 강원 운양초등학교

1년이 조금 지났죠. 


당시에는 2학년 아이들 담임이었어요.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2학년 아이들에게 2학년의 언어로 비상계엄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분명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물어볼 테니까요. 그래서 '김선생님법'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주제로 동화 <정치하는 아이들>을 썼고요.


<정치하는 아이들>에서는 '김선생님법'도 중요한 주제지만 '다모임'도 힘을 주어 썼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운양초등학교에서는 매월 두 번씩 다모임을 합니다. 


전교생이 한 곳에 모여 함께 학교살이를 나누는 시간이죠.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주체성을 갖고, 집단지성으로 고민하고 해결하며 직접민주주의를 경험하고 배우고 있어요. 


이를 <정치하는 아이들>에 담았어요. 


12.3 계엄과 다모임을 주제로 쓴 <정치하는 아이들>이 시민교육, 민주주의 교육을 고민하는 모든 분들에게 작은 영감을 전하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수업 과정에서 지역 사회의 현안을 직접 살펴보거나,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편지로 표현해 보는 활동도 진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체험형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김기수 교사 / 강원 운양초등학교

지금 당장 내가 마주하는 사건들을 수업으로 마주하면 아이들이 눈빛부터 다릅니다. 


배움에 대한 내적 동기가 상당하죠. 


내적 동기가 충만할 때 아이들은 주체로서 배움을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강릉에 가뭄이 심각했습니다. 강릉 가뭄을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했는데, 아이들의 눈빛이 장난 아니었어요. 


당장 거리를 가득 채운 현수막도, 매일 보는 뉴스도 가뭄 이야기였으니까요.


 아이들은 몇 번의 자료 조사로 가뭄이 기후위기 문제임을 파악했고, 올해만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반복된 문제였음을 파악했어요. 


그러더니 정치인과 행정가들의 역할도 고민하더라고요. 문제가 반복되었음에도 해결하지 못하는 걸 보니 보통 문제가 아니구나, 대통령님께 도움을 구해야겠다는 방향으로 아이들이 사유했고 기어코 이재명 대통령님께 편지를 썼답니다.


아이들과 '사건'을 중심으로 배움을 가꾸어 갑니다. 


지금 당장 일어나는 사건은 책 속의 지식보다 아이들을 '사유'의 영역으로 이끌어가는 힘이 강합니다. 


아이들은 사유를 통해 의미를 발견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마주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나아가는 거죠.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들여 이재명 대통령님께 편지를 쓰던 모습, 손을 벌벌 떨며 대통령실 주소를 적던 모습은 아이들 마음 깊숙한 곳에 오랫동안 남을 거라고 믿어요.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 아이들이 시민으로서 지역의 문제, 자신의 삶과 연관된 문제를 마주하고 자신의 주관을 세워나가지 않을까요? 


그렇게 건강한 시민으로 자랄 거라 생각해요.


서현아 앵커

현실적으로 학교 현장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민주시민교육조차 조심스러운 경우가 많은데요. 


학교에서 정치를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김기수 교사 / 강원 운양초등학교

어려운 질문이에요. 


앵커님께서 질문을 주셨는데, 저도 한 번 질문을 드려볼게요. 


앵커님은 정치라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먼저 정치의 의미부터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정치라는 말을 들었을 때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기 쉬운 것 같아요. 


정치 본연의 의미는 그게 아니잖아요. '삶을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가꾸고 바꾸는 일'로 정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삶을 더 나은 곳으로 가꾸고 바꾸기 위해서는 '내 생각을 정리하고 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이게 정치교육, 민주시민교육의 시작이죠. 어느 주제에 대해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거예요. 


생각하지도, 말하지도 않는다면 정치와 나의 삶을 직접 연결 짓기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정치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의 여러 맥락과 가치를 아이들의 삶 속에서 연결짓는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러한 과정이 사라지면 정치를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는 일로만 여기고 삶과 동떨어진 정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정치란 더 나은 삶을 위한 행위가 되어야 해요. 


정치교육도 시민교육도 그 위에 있어야 하고요.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그리고 학부모님들도 정치 본연의 의미에 집중할 때 학교에서 지금보다 나은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끝으로 꼬마 시민인 어린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김기수 교사 / 강원 운양초등학교

나의 생각을 말하는 일이 어려운가요?


나의 생각을 입밖으로 꺼냈다가 생각이 틀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반대 의견을 들을까봐 걱정되나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틀려도 괜찮습니다.


반대하는 사람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지, 나쁜 사람이거나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정치하는 아이들』을 읽고 작은 용기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나의 말이 현실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 살펴보며 일상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확신 하건대, 나의 생각을 나의 목소리로 세상에 꺼내는 순간 멋진 일들이 펼쳐집니다.


저는 어린이가 어른보다 무조건 더 훌륭한 존재라고 믿습니다. 


많은 어른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언제든 아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말해도 혼을 내거나 나무랄 어른은 많지 않으니까요. 


친구들에게 용기를 내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처럼 어른들에게 똑같이 행동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학교를, 가정을, 우리 사회를 더 좋아하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무엇보다 오늘이 행복한 어린이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용기와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태도. 


교실에서 시작된 작은 연습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 수 있겠죠.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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