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무죄 ... 다시 논란 중심 선 지귀연 판사

박혜연 기자 2025. 12. 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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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재판도 맡아… 법조계 “與 압박 영향 줬을 수도”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사건 1심 재판부가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배경을 두고, 재판장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가 그간 받아온 정치적 압박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해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지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재판을 맡으며 여권의 전방위적 공격을 받아온 상황에서, 여권 인사가 다수 연루된 이번 사건에서 보다 신중한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 4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하기 전 언론 공개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지 부장판사를 향한 정치권 공세는 지난 3월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지 부장판사는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할 당시 구속 기한이 지나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여권에서는 지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 사건을 전담하는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해 지 부장판사를 재판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발의해 국회를 통과시켰고, 지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지 부장판사는 사법부 관계자와 공모해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다는 의혹으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고발돼 내란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현재 지 부장판사는 룸살롱 의혹과 관련해 뇌물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차례에 걸쳐 6년간 지내는 등 법리에 밝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23년 2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부임한 뒤 지난해 2월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의 1심 주심을 맡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통상 형사부에서 2년을 채운 올해 2월에 인사가 났어야 하는데, 윤 전 대통령 재판을 맡으면서 1년 더 남아 3년째 형사 재판을 맡고 있다. 지 부장판사는 오는 1월 8일 윤 전 대통령 사건의 변론을 종결하고, 정기 인사 전인 오는 2월 중 선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사정들이 이번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지 부장판사는 사법부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다음으로 정치적 공격과 압박을 많이 받아 온 인물”이라며 “피고인들이 여권 인사들과 관련된 이 사건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판단을 내리기엔 부담이 있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추가적인 정치적 압박을 부를 수 있는 판단은 피하려 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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