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서 기후위기까지 … 오늘의 문제를 무대에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2025. 12. 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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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위 공연지원 '창작산실'
젠더 등 사회적 메시지 담은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적 작품
내년 1~3월 대학로 일대 공연
연극·뮤지컬 등 34편 무대에
18회 창작산실 기자간담회에서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홍보대사를 맡은 김신록 배우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가상현실에서 젠더, 기후위기까지. 동시대 고민을 담은 젊은 창작자들의 실험적 작품들이 내년 1월 관객과 만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이하 창작산실)은 연극·뮤지컬·무용을 포함한 6개 장르, 총 34개 작품을 내년 1월부터 3개월간 서울 아르코·대학로 일대 공연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로 18회를 맞은 창작산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표적인 공연예술 창작 지원 사업이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작품만 366편에 달한다. 창작뮤지컬, 연극, 무용, 음악, 창작오페라, 전통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대상으로 동시대성, 다양성, 수월성, 실험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해 관객과 만날 기회를 마련해왔다.

창작산실은 단순한 1차 제작 지원에 그치지 않고 작품의 '레퍼토리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초연 이후 완성도를 높이며 해외 무대 진출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뮤지컬 '마리 퀴리' '레드북' 등이 대표적이다. '마리 퀴리'는 2024년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에 정식 진출했고, '인사이드 윌리엄'은 상하이 극장 라이선스 공연에 이어 2025년 일본 진출을 확정했다.

지난 2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창작산실 신작 기자간담회에서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해외 문화예술계가 가장 부러워하는 지원 사업이 바로 창작산실"이라며 "이 사업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K컬처 시대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부터는 2차 제작 지원을 본격화해 레퍼토리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6개 장르, 13편의 작품이 우리 예술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창작산실 홍보대사로는 연극배우 김신록이 위촉됐다. 김신록은 "창작산실은 지금 이 시대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관객과 함께 나누는 현장"이라며 "기초 공연예술 창작공연의 매력을 더 많은 관객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 부문에서는 공상과학(SF)부터 다큐멘터리 형식까지, 동시대에 가장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는 7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SF 연극 '풀(POOL)'이다. 1인칭 게임 형식의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배경으로, 가상세계 체험과 기억 제거술이 일상이 된 미래 서울을 무대로 삼는다. 주인공 '나'는 코마 환자가 급증하는 원인을 찾기 위해 직접 가상세계로 들어가 오류를 추적한다.

여성 서사의 비중도 눈에 띈다. 해녀들 이야기를 다룬 '해녀 연심', 여고 배구부를 배경으로 한 성장 서사 '디사이딩 세트', 화교 가정의 여성들을 조명한 '내가 살던 그 집엔' 등이 무대에 오른다.

창작 뮤지컬 부문에서는 실존 인물의 삶을 다루거나 기존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이 다수 포진했다. 제임스 딘의 삶을 그린 '제임스 바이런 딘', 뮤지컬 '팬레터' 창작진이 참여해 화제를 모은 'A여고 사서의 영광과 비극', 적벽대전을 말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적토_고삐와 안장의 역사' 등 7개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무용 부문에서는 기후위기와 감시 사회 등 사회적 메시지가 짙은 8개 작품이 소개된다. 'JASON Project'는 현대무용을 통해 대멸종 이후 인류와 지구의 존재 가치를 탐구하고, 발레 작품 'Melting'은 빙하의 녹아내림과 쓰나미의 이미지로 기후위기 속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그려낸다.

음악 분야에서는 현대음악과 민요·재즈를 결합한 '지박 컨템포러리 시리즈', 자연의 격렬함을 현대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표현한 'Four Pieces for Orchestra', 음악과 연극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인 '비-음악적 비-극들'이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한국 민주주의 운동을 다룬 창작 오페라와 전통예술 공연 5편이 포함돼 어느 해보다 풍성한 라인업을 갖췄다.

이들 작품은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등 서울 전역에서 공연된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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