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청와대 이전, 수어통역사는 박스 안에서 해방됐다
춘추관 첫 대변인 브리핑부터 브리퍼 옆에 수어통역사 함께 서기로…KTV 화면에도 크게 배치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 역대 최초 수어통역사 채용…기존 통역사 모습은 오른쪽 하단 박스 안에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대통령실이 용산에서 청와대로 이전하면서 대변인 브리핑을 진행할 때 수어통역사가 브리퍼 바로 옆에 서게 됐다. 이로 인해 브리핑과 질의응답을 KTV로 생중계하면서 대변인과 한 화면에 수어통역사가 담겼고 통역사의 수어통역이 잘 보이도록 개선됐다. 그동안 수어통역이 화면 오른쪽 아래 작은 박스 안에 갇혀있었는데 대변인과 같은 비율로 확대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첫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첫 춘추관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라며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을 만난 행사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기자들 질문을 받았다. 춘추관에서의 두 번째 대변인 브리핑은 26일 오후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진행했다.
이날 눈에 띄는 대목은 박지연 수어통역사가 대변인 바로 옆에 서서 수어통역을 진행한 점이다. KTV 생중계 화면에서도 나란히 서 있는 대변인과 박 통역사를 함께 잡았는데 농인들 입장에서는 수어통역을 훨씬 보기 수월해진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실(청와대) 최초로 수어통역사를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하고 브리핑에 수어통역을 제공했다. 용산 대통령실 시절에는 대변인 등이 브리핑을 진행하는 브리핑룸이 아닌 별도 공간에서 박 통역사가 실시간으로 대변인의 브리핑을 보면서 수어통역을 진행했다. KTV로는 오른쪽 하단에 박 통역사의 모습이 작은 박스 안에 배치됐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청와대로 이전하면서 춘추관에 마련된 브리핑룸에서는 박 통역사가 직접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 대변인 옆에서 통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미 국회에서는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할 때 브리퍼 바로 옆에 수어통역사들이 서서 통역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각 방송사의 뉴스에서도 대변인과 수어통역사가 나란히 서서 수어통역이 제공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변인 브리핑 당시 각 방송사들은 대변인만 카메라에 담고 있고, 대통령실에서 제공받는 영상도 박 통역사가 없는 '클린본'을 제공받기 때문이다.
KTV 생중계 화면과 달리 KBS 등 주요 방송사 저녁 메인뉴스에서는 각 방송사의 수어통역사들이 뉴스에 대해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용산 대통령실처럼 각 방송사 메인뉴스의 수어통역도 수어통역사들이 오른쪽 하단에 작게 배치돼있다.

수어는 표정과 몸짓으로 내용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수어통역사가 너무 작게 배치되면 농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TV화면은 상대적으로 크지만 요즘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스마트폰으로 작게 배치된 수어통역사를 보고 있으면 눈에 아프거나 집중력이 떨어져 뉴스 시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KBS는 2022년 2월3일 한국수어의날을 맞아 '뉴스9' 마지막 부분에서 화면 오른쪽 아래 있던 수어통역사를 앵커와 같은 비중으로 화면에 보여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어의날에만 이러한 이벤트를 할 것이 아니라 법에 따라 한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갖춘 한국수어가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국제농인연맹이 권장하는 수어통역 화면 크기는 전체 화면의 3분의 1이다.

박 통역사는 지난 9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수어통역의 필요성과 농인들의 삶과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대통령실의 조치는 농인의 존재와 수어통역의 필요성, 특히 수어통역 화면 크기가 왜 중요한지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르면 한국어와 한국수어는 동등한 자격을 갖는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의 공용어는 한국어와 한국수어, 두 가지인데 한국수어에 대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오는 29일 0시 대통령을 상징하는 공식 깃발인 '봉황기'를 용산에서 내리고 청와대에 게양하면서 공식 명칭도 '대통령실'에서 '청와대'로 바꾼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용산으로 이전해 '대통령실'로 명칭을 바꾼지 약 3년7개월 만이다. 기자실과 브리핑룸이 있는 청와대 춘추관은 앞서 22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전은수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한 첫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 일정을 소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26일 용산 대통령실로 마지막 출근을 했고, 오는 29일부터는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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