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R.I.P]천재적 상상력의 프랭크 게리와 '신문지우기' 최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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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게리는 정형화된 직선 건축에서 벗어나 비정형의 미학을 개척한 현대 건축의 거장이다.
1989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고, 1997년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통해 쇠락하던 공업도시를 부흥시킨 '빌바오 효과'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물론 LA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매사추세츠공대 스타타센터,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까지 무한한 상상력과 파격으로 건축계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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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 효과'의 주인공, 프랭크 게리
'신문 지우기' 최병소, 한국 전위미술에 족적

“과거를 배우되 머무르지 마라”
프랭크 게리 1929.2.28~2025.12.5
프랭크 게리는 정형화된 직선 건축에서 벗어나 비정형의 미학을 개척한 현대 건축의 거장이다. 1989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고, 1997년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통해 쇠락하던 공업도시를 부흥시킨 ‘빌바오 효과’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전투기 설계용 소프트웨어와 티타늄 패널을 건축에 도입해 상상 속의 복잡한 곡면을 현실화했다.
캐나다 토론토의 가난한 유대인 이민자 가정 출신인 그는 활동 초기 합판, 철조망 등 저렴한 재료를 활용해 주류 건축계의 권위에 도전했다. 그가 건물을 비틀고 해체하는 방식은 현대 건축의 문법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게리가 지은 건물이 지나치게 디자인을 우선시해 기능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그의 몇몇 작품에서는 누수, 빛 반사 등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현대 건축의 모습을 바꿔놓은 거장이자 ‘스타 건축가’라는 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게리의 천재성은 할머니의 부엌에서 싹텄다. 할머니는 어린 손자를 위해 땔감으로 쓸 나무 조각들을 바닥에 쏟아줬다. 이런 기억은 훗날 게리가 합판, 철조망 등 흔하고 저렴한 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건축을 시도하는 계기가 됐다. 할머니는 시장에서 사 온 물고기를 욕조에 풀어놓기도 했다. 물고기들과 놀던 추억은 게리가 훗날 지은 건물들의 은빛으로 반짝이는 외관, 유선형 리듬을 낳는 원동력이 됐다.
트럭 운전사로 일하며 야간 대학을 다니고, 주류 건축계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가난한 예술가들과 어울린 그는 1990년대 전후로 건축계의 거물이 됐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물론 LA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매사추세츠공대 스타타센터,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까지 무한한 상상력과 파격으로 건축계를 이끌었다. 그는 90세가 넘어서도 고향 토론토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초고층 빌딩을 설계하며 “나는 아직 94세일 뿐이니 102세까지 일하겠다”고 농담할 정도로 열정적인 인물이었다. 앞으로도 그가 남긴 찌그러지고 휘어지고 춤추는 건물들은 전 세계 도시의 빌딩 숲 속에서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로 남을 것이다.

“칠해서 나를 지운다, 지우며 얻은 무(無)의 세계”
최병소
1943.1.25~2025.9.11
최병소는 연필과 볼펜으로 신문지를 칠해 활자를 지우고 종이를 마모시키는 ‘신문 지우기’ 연작으로 한국 전위미술의 지평을 넓힌 작가다. 서라벌예술대(중앙대 전신) 서양화과와 계명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70년대 대구 현대미술운동에 참여하며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개척했다.
그는 1975년 자신의 대표 화풍인 ‘지우기’ 작업을 시작했다. 흑연으로 덮여 금속처럼 변한 종이와 찢긴 흔적은 시대적 억압에 대한 저항이자 신문지 교과서가 해어지도록 공부했던 유년의 기억이 투영된 수행의 결과물이다. 기교와 허세를 거부한 그의 작업은 고행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즐거움’이 됐다. 2010년대부터는 세탁소 옷걸이를 구부려 쌓는 설치 작업을 통해 일상적 재료의 예술적 확장을 실천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2010년 이인성 미술상을 받았고, 2024년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에서 ‘서베이’ 섹터에 소개되며 국제무대에서도 주목받았다.
성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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