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가 썼다”…'김병기 배우자 업추비 유용' 자백 녹취 공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의 배우자 이모 씨가 서울 동작구의회에 배정된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받아 쓴 사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배우자 이 씨와, 동작구의회 당시 부의장이었던 조진희 씨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을 입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파일은 배우자 이 씨와 조 씨가 김 원내대표의 보좌 직원과 통화한 내용으로 2022년 8월경 녹음됐다.
조 씨는 구의회 업무추진비 카드를 김 원내대표의 배우자 이 씨에게 제공한 인물이고, 배우자 이 씨는 조 씨로부터 카드를 받아 고급 식당에서 사용한 당사자다. 이 씨가 유용한 업무추진비는 최소 270만~370만 원에 이른다. 국민 세금을 공적 권한이 없는 국회의원 배우자가 유용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조진희·김병기 배우자 육성 녹취 입수... 업추비 유용 대책 논의
뉴스타파가 입수한 조진희 부의장과 배우자 이 씨의 육성 녹취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의 배우자 이 씨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8월까지 조 부의장 몫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카드를 썼다. 이 씨는 이 카드를 조 부의장으로부터 제공 받아 여의도 소재 고급 일식집 등에서 사용했다. 구의회 업무추진비는 업무와 관련이 없는 제3자의 사적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조 부의장과 배우자 이 씨가 각각 김병기 의원실 보좌 직원과 통화한 건 2022년 8월 말이다. 당시 김병기 의원은 민주당 사무총장 하마평에 올랐는데, 당내 일각에서 '김 의원의 배우자가 지역 구의회 업무추진비 카드를 사적으로 받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당 지도부에 관련 제보가 들어가면서, 의원실은 해당 의혹의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대응해야 했다.

조진희 "사모가 카드 썼다"
조 부의장은 당시 김병기 의원실 보좌 직원 A씨와 2022년 8월 28일과 29일 통화했다. 통화에서, 조 부의장은 A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조 부의장은 "지금 이게 사모님이 (업무추진비를) 쓴다고 구체적으로 얘기가 나오는 거 아니냐"며 "어젯밤에 (카드 집행 내역을) 계산을 다 해봤다. 사모님이 쓰신 게 7월 12일부터 8월 26일까지"라고 말했다.
조 부의장은 자신이 '사모님'인 이 씨에게 직접 카드를 줬다고도 실토했다. "7월 12일에 바로 (사모님께) 드렸다"는 것이다. 보좌 직원 A씨가 "조진희 의원님이 쓴 기간은 언제인지"를 묻자 조 부의장은 "한 일주일"이라고 답했다. 조 부의장은 "중간에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제가 (사모님께) 말씀드려서 한 번 가져왔었다. 그게 한 일주일 정도"라고 말했다.
조 부의장이 이 씨에게 카드를 준 시점인 7월 12일부터 8월 26일 사이 약 일주일(7월 25일부터 8월 초)을 제외하면, 거의 두 달에 걸쳐 이 씨가 업무추진비 카드를 썼다는 의미다.
조 부의장은 "8월은 제가 거의 안 썼다. 다 사모님이 썼다"고도 털어놨다. 구의회 업무추진비를 공적 업무와 관련이 없는 제3자가 썼다는 뜻으로, 업무상 횡령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다.
조 부의장이 이 씨에게 카드를 줬다는 7월 12일은, 조 부의장이 구의회 부의장에 당선된 바로 다음날이다. 부의장 몫의 업무추진비 카드를 받자마자 이 씨에게 바로 준 셈이다. 조 부의장은 지난 2021년 개인 비리로 재판을 받았지만, 이듬해 구의원 공천을 받고 재선에 성공했다.
조 부의장은 '본인이 쓴 액수가 어느 정도냐'는 보좌 직원의 질문에 "제가 쓴 게 118만 원, 사모님이 쓴 게 270만 원 정도 된다"고 답했다.
조진희 "사모가 계산하는 CCTV 나오면 어떡하냐"
녹취에는 당시 조 부의장이 '사모님이 계산하는 모습이 담긴 CCTV'가 폭로될까 상당히 우려했다는 정황도 나온다. 조 부의장은 보좌 직원 A씨에게 "생각을 해보니 좀 걱정되는 점이 있다"며 "사모님이 식사를 하는 모습은 CCTV에 나올 수 있는데, (누군가가) 사모님이 계산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CCTV를 확보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면 카드 사용을 내가 했다고 해도, 그 말이 신빙성이 있겠냐"는 우려도 덧붙였다.
하지만 조 부의장은 그럼에도 자신이 이 사건을 무마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다. 그는 보좌 직원 A씨에게 "사모님이 여의도 식당을 많이 가셨다. 대여섯 군데 된다. 두 세번씩 식당을 중복으로 가셨는데, 제가 빨리 시간을 내서 여의도를 한 번 다 순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배우자 이 씨가 방문한 식당을 본인이 이용한 것으로 조작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식당을 가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어 조 부의장은 "7월에 쓴 업무추진비 내역이 공개되면 여의도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어쩌고 저쩌고 할 수도 있다"며 "어젯밤 12시까지 사무실에서 그 자료 정리를 싹 했다. 일자별로 다 정리하고, 식당도 어디를 먼저 갈지 순위까지 다 정했다. 하여튼 이쪽은 제가 알아서 마무리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업무추진비 내역과 녹취 내용 일치…김병기 의원과 겹치는 동선도
뉴스타파는 동작구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되어있는 2022년 7월과 8월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확인해봤다. 조 부의장의 '자백'처럼, 이 시기 업무추진비는 여의도 소재 식당에서 다수 사용됐다.
먼저 이 씨는 조 부의장의 업추비 카드를 이용해 여의도 소재 한 고급 일식당에서 48만 원을 결제했고, 고깃집에서는 20만 원을 사용했다. 스시집에서는 13만 원, 12만 원, 19만 원을 결제했다.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빵집에서 38만 원, 노량진동의 마트에서 39만 원을 결제한 내역도 확인된다.
김병기 의원의 대방동 소재 자택 바로 옆의 중국집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만 5000원, 4만 7500원이 집행됐다.
김병기 의원과 동선이 겹치는 결제 내역도 있었다. 2022년 8월 22일, 김병기 의원은 서울 은평구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가 끝난 이후인 밤 10시쯤, 은평구 소재 식당에서 6만 원이 사용됐다.
조 부의장이 김 의원의 배우자 이 씨에게 카드를 건넸다고 밝힌 2022년 7월 12일부터 8월 26일까지 결제된 총 금액은 약 370만 원이다. 조 부의장이 보좌 직원 A씨와 통화에서 밝힌 금액보다 약 100만 원이 더 많다.
김 의원 배우자 이 씨 육성도 확보… '인원수' 우려
뉴스타파는 조 부의장이 카드를 건넸다고 지목한 김병기 의원의 배우자 이 씨의 육성 녹음파일도 확보했다. 이 씨 역시 조 부의장과 비슷한 시기인 2022년 8월 29일, 보좌 직원 A씨와 통화했다. 통화에서 이 씨는 업무추진비 집행 증빙에 반드시 필요한 식사 '인원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 씨는 "인원수 있잖아요. 좀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조진희 부의장도 '생각이 안 난다'라고만 이야기 할 수는 없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이 씨는 자신이 쓴 업추비를 증빙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인원수는 '허위로 기재'됐을 거라는 말도 했다. 보좌 직원 A씨가 "공개된 업무추진비를 보면 인원수가 다 기재되어 있다"고 하자 "그러냐. 그건 거의 다 가라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카드를 제공한 조 부의장을 못 믿겠다는 듯 "조진희는 진짜로 만나서 얘기를 하든지 해야지, 좀"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시점, 금액, 사건 무마 시도 전부 드러나
정리하면, 뉴스타파가 확보한 조진희 부의장과 배우자 이 씨의 전화 녹취에는 ▲배우자 이 씨가 동작구의회 업추비 카드를 받아 쓴 정황, ▲사용한 시기와 금액, ▲관련 증빙을 허위로 기재하는 등 사건을 덮으려는 시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역 의회 업무추진비를 공무원인 아닌 제3자가 사적인 용도로 썼다면 업무상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
뉴스타파는 조진희 부의장에게 연락해 이 씨에게 업무추진비 카드를 준 사유가 무엇인지 물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조 부의장은 지난달 취재진과의 통화에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상처를 건드리지 말아라. 제 카드는 제가 썼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김 의원 배우자 이 씨에게도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김병기 원내대표에게도 연락을 취해 '배우자의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이 사실인지, 의원 본인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물었다. 하지만 그는 뉴스타파의 반론 요청에 아무런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뉴스타파, 추가 보도 예정
뉴스타파는 지난 9월부터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김 원내대표 차남의 대학 편입 의혹을 최초로 폭로했고, 김 원내대표가 전 보좌직원들을 상대로 협박 및 입막음을 하고 사찰과 인사 보복을 한 의혹 등을 차례로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김 원내대표에 대한 보도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그를 둘러싼 많은 의혹들, 그중에서도 그의 배우자 관련한 의혹을 집중 취재해왔다.
뉴스타파는 김 원내대표 배우자의 지역구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사건의 전말을 계속 보도할 예정이다.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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