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사용자·노동쟁위 범위 확대” 노란봉투법 고용노동부 지침 행정예고
단순 도급계약엔 해당 안 돼...‘구조적 통제’ 인정 안건만 교섭 가능
합병, 분할 등 결정 과정서 근로자 지위 변동 초래할 경우 교섭 대상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원청 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조합(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정부의 구체적인 해석 지침안이 나왔다. 정부는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의 근로시간과 작업방식 등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면 하청 노동자에게 교섭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도급계약만을 이유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대신 원청이 근로조건의 핵심적 부분을 통제해 하청 사용자의 결정을 제한하게 되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도급계약에 따른 일반적 지시권은 인정 안 돼"
고용노동부는 내년 3월10일 시행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관련 해석지침안을 행정예고한다고 26일 밝혔다. 행정예고는 행정청이 정책, 제도 등을 수립·시행하거나 변경하는 경우 이를 예고하는 절차다. 이번 지침은 현장지원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수렴한 노사 의견, 전문가 논의 결과 등을 토대로 한 판단기준, 이에 대한 사례 제시 등에 중점을 뒀다는 게 노동부 측 설명이다. 노동부는 행정예고 기간(2025년 12월26일~2026년 1월15일) 노사와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합리적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사용자 개념 확대다. 노조법 개정안 제2조제2호는 "사용자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한다. 나아가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근거로 원청 사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하청 노동자도 원청 사용자를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노동부는 원청의 사용자성에 대해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부분을 명확히 했다. 판단 기준은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다. 판단 사례는 △인력운용 △근로시간 △작업방식 △노동안전 △임금·수당 등이다.
구체적으로 원청 사용자가 특정 공정에 필요한 인력의 수, 자격, 기능, 하청 교대제 등 근로시간, 업무 순서 등 인력운용과 근로시간을 결정하는 경우다. 원청이 세밀한 작업지시서·관리시스템 등을 통해 업무 배정, 순서, 방식 등을 결정하는 때에도 구조적 통제에 해당한다. 통근버스, 휴게시설 등 복리후생, 위험·특근·야근수당 등 임금·수당, 작업장 및 안전 예산 등 노동안전 관련 원청의 하청 통제 여부도 사용자성을 고려하는 요소다.

노동부 측은 "이런 기준에 따른 구조적 통제는 원·하청 생산라인 등이 연동된 경우처럼 원청과 하청의 업무가 단계별로 밀접하게 연계됐거나 작업공정이 상호 의존적인 경우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하청업체가 독립된 설비를 갖춰 완제품이나 부품을 생산·납품하는 통상적인 물량도급 관계의 경우에는 이런 구조적 통제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조적 통제를 판단할 때 도급계약 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조적 통제가 있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즉, 일반적인 도급계약 관계에서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일반적으로 계약이행의 내용이나 절차에 관해 요구하거나 협의·조정하는 건 계약상 관리범위 내 행위로, 이를 구조적 통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공장 구내식당에서 조리·배식업무를 하는 사내 협력업체에 시간에 맞춰 업무를 하도록 요구하는 건 도급계약에 의한 일반적 지시권에 포함된다.
해외 투자 등 사업 결정 과정서 정리해고 시 노동쟁의 대상
이처럼 구조적 통제가 인정된 경우 하청 노동자는 원청과 교섭에 나설 수 있다. 이때에는 원청의 구조적 통제가 인정된 의제만 교섭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원청이 하청의 근로시간을 구조적으로 통제했다 해도, 복리후생 등 다른 분야까지 의제로 꺼낼 수는 없는 것이다.

사업자 개념과 함께 노동쟁의 대상 확대도 노란봉투법의 쟁점이다. 노조법 제2제5호는 노동쟁의 행위에 대해 '노조와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간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와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 등과 관련한 분쟁상태를 의미한다고 규정했다. 노동쟁의 대상이 기존의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으로 확대된 것이다.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문구도 추가됐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공장 증설이나 해외 투자, 합병, 분할, 양도, 매각 등의 사업경영상 결정 그 자체만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사업 결정 실현 과정에서 근로자 지위 또는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의 경우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고 했다. 또 합병, 분할, 매각, 양도 등 결정에 따라 고용조정 등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면 노조는 고용보장 요구 등과 관련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개정 노조법은 원하청의 상생 성장을 위해 대화 자체가 불법인 상황을 해소하고 불법파업과 과도한 손해배상청구, 그리고 극한투쟁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서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라며 "해석지침은 이런 입법취지를 반영하려는 것으로 과거와 달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예고기간 중 다양한 현장 의견에 귀 기울이고 토론 등을 통해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해석지침 행정예고는 노동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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