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과 동행’ 정명훈 “음악가들 돕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수락”
라 스칼라와 겸직엔 “오히려 부담 덜해”
음악가들이 오케스트라 사랑할 수 있게 도울 것

“음악감독(예술감독)이라는 책임을 한번에 세 군데서 맡는다는 것이 얼핏 일이 많아 보이지만, 오히려 외국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면서 활동하는 것보단 덜한 셈입니다. 제가 예전처럼 각 악단의 프로젝트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진 않겠지만, 여전히 책임은 무겁게 느끼고 있어요. KBS교향악단에도 제가 도울 수 있는 만큼 해보려고 합니다.”
정명훈(72) 지휘자가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2027년 부터 임기 시작), 클래식부산(부산콘서트홀·부산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에 이어 내년부터 3년간 KBS교향악단의 음악감독직을 맡는다. 26일 정 감독은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선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겸직에 ‘무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 감독은 “누구를 부르고, 어떤 곡을 하고 등등 각각의 프로그램은 책임자가 일을 잘 할 것”이라며 “내가 할 수 있은 것은 음악가들을 사랑해주고, 그 사람들을 물심양면 도와주는 것 딱 하나”라고 강조했다.
“20여년 전에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을 때하곤 마음이 다릅니다. 그때는 마치 올림픽 대회 나가는 것처럼 최고를 만들어야 겠다, 이런 식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저에게 그럴 때는 지났어요.”

정 감독이 집중하는 곳은 오케스트라 단원 개개인의 마음 속이다. 정 감독은 “사실 음악가들에게 오케스트라 활동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음악을 시작하는데, 100명이 함께 하는 악단에 들어가면 특별히 잘한다고 드러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전과 달리 오케스트라 단원과 지휘자 사이에 만남과 이별이 잦아졌다는 점도 짚었다. 정 감독은 “지휘자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거기에 매번 적응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자기 오케스트라를 위해 일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제 목표는, 단원 개개인이 정말로 이 일을 사랑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위해주고, 어떻게든 같이 만드는 음악을 특별나게 해내겠다는, 그 불가능에 가까운 마음을 갖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간의 모든 커리어 경로와 마찬가지로, KBS교향악단과의 동행도 결국은 ‘타이밍’이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 감독은 “타이밍이란 게 자기가 정할 수가 없는 것 아닌가”라며 “30년 전에 파리 오페라 바스티유 지휘자로 선임됐을 땐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고, KBS에서 이번에 제안받았을 때도 마침 라 스칼라에서 굉장한 자리를 갖게되어서 처음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어떻게 해서라도 이겨내야겠다고 생각한거죠. 이런 건(의지) 한국 사람들이 잘 이해하는 영역 아닐까 싶습니다.”
지휘자로서 단상에 오르는 일은 연륜이 쌓이면서 조금은 초연해졌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60살이 되니까, 그제서야 처음으로 사람들이 나에게 ‘마에스트로’라고 부르는 게 그렇게 불편하게 들리지 않았다”면서 “사실 이탈리아 말로는 ‘선생님’이라는 뜻인데, 젊은 나이엔 그래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단원들 앞에서 이래라 저래라 말하기가 불편했었다”고 고백했다.
“60살이 되니까 조금 밸런스가 맞아졌죠. 첫째로 단원들이 웬만해선 저보다 나이가 어리고, 그리고 제가 또 그동안 공부를 많이 하고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이에요. 농담같이 들리겠지만, 이젠 70살이 넘으니까 단원들에게 ‘마음놓고 연주하십시오. 뭐가 잘못되든, 그건 지휘자 책임입니다’라고 말합니다.”
단원들에겐 보다 관대한 마음을 가지게 됐지만, 여전히 스스로에겐 누구보다 엄격하다. 정 감독은 “집에서 하는 게 공부, 그리고 요리 단 둘 뿐이다”라면서 “가끔은 내가 부족한 부분이 느껴질 때, 그 때 다시 지휘 학교로 좀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하는 정 감독은 1월엔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 4월엔 오페라 ‘카르멘’, 8월엔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을 70주년을 맞이한 KBS교향악단과 선보일 예정이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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