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도 '크리에이터' 키워야 살아남는다
언론재단 보고서 "전통 미디어, 생성형 AI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의해 협공"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생성형 AI와 결합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 생태계가 전통 미디어의 이용자와 광고주 예산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존재 자체를 위협 받고 있는 전통 미디어도 '기업가형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23일 미디어 이슈 리포트 '생성형 AI와 결합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대, 언론의 대응 전략'(김창숙·양소은 선임연구위원)을 통해 이 같은 분석을 소개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란 개인 또는 소규모 팀이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유통하고, 팔로워와의 직접적 관계를 통해 광고·구독·후원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독립적 산업 생태계로 정의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화하는 것과 같은 사례들을 의미한다.
뉴스 미디어, '틈새 미디어'로 진입해 '기업가형 크리에이터'로 나아가야
전통 미디어에 있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는 경제적 타격 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디어 전략가이자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인 루시 쿵(Lucy Kng)은 지난달 영국 뉴스리와이어드(NEWSREWIRED) 컨퍼런스에서 “전통 미디어 산업은 생성형 AI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는 두 거대한 힘에 의해 협공 받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미디어 산업에서의 경쟁 심화가 아니라 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근본적 재편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루시 쿵은 '크리에이터'를 '인플루언서'와 동일시하는 관행이 뉴스룸에 거부감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뉴스 미디어가 크리에이터로 진입하는 지점은 “틈새 전문가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리에이터를 유명인, 인플루언서, 틈새전문가, 기업가형 크리에이터 등으로 분류했다. '틈새전문가'는 뉴스레터, 팟캐스트,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활용하고 구독, 뉴스레터, 광고를 통한 수익화가 가능한 모델을 의미한다.
장기적으로는 '기업가형 크리에이터'로 나아갈 것을 제안했다. '기업가형 크리에이터'는 △전통 미디어 수준에 가까운 높은 콘텐츠 품질 △반복 가능한 포맷과 다중 채널 운영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조직 형태로 운영 △광고, 브랜드 협업, 이벤트 등 다각적 수익 구조 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루시 쿵은 “뉴스 산업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 바라봐야 할 미래형 사업은 결국 '콘텐츠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콘텐츠를 기반으로 제품·서비스·커뮤니티·이벤트·툴을 결합하는 복합 구조 회사”라고 강조했다.

저널리즘 조직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성공사례로 덴마크에서 핀란드로 확장한 젯랜드(Zetland)가 꼽힌다. 야코프 몰(Jacob Mpoll) 젯랜드 국제 확장 담당은 자사에 대해 “10년 전 디지털 신문으로 시작했지만 핵심은 멤버십 중심 모델”이라 설명했다. 젯랜드의 엠버서더 캠페인은 기존 회원에게 '공적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함께 확장하자'는 방식으로 참여를 요청한다. 기자와 편집국 구성원, 일반 회원이 함께 거리 캠페인과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는 등 독자를 미디어의 공동 주체로 재정의했다.
젯랜드는 3주 만에 1만 명 이상의 신규 유료 회원을 확보했고, 이로써 전체 유료 회원이 3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저널리즘 조직 역시 직접 관계, 커뮤니티 참여, 미션을 중심으로 재구성될 경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성공 공식을 적용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이탈리아 출신의 축구 이적 전문 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Fabrizio Romano)는 스포츠 저널리즘에서 기자와 크리에이터의 경계를 성공적으로 재구성한 인물로 여겨진다. 연구진은 로마노의 성공은 장기간 축적된 오프라인 네트워크 구축 과정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로마노가 수년 동안 선수, 에이전트, 클럽 관계자, 그 주변 인물들과 접촉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큰 인물' 뿐 아니라 정보 흐름의 주변부까지 신뢰 관계를 확장했고, 이는 기자가 조직 없이도 안정적 정보 접근권을 확보하는 기반이 됐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터와 뉴스 기준 '마찰' 관리 체계 필요…개인에 과부하 떠넘기지 말아야
루시 쿵은 언론사가 크리에이터를 뉴스 생태계로 끌어올 때 훈련과 개발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관련해 언론재단 연구진은 “크리에이터의 강점(진정성·직접성)이 뉴스의 기준(검증·맥락·책임)과 충돌하는 지점이 많은 만큼 이 마찰을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전통 미디어는 크리에이터에게 편집 원칙, 사실 확인, 이해상충 기준, 광고 표기 등을 적절히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련의 과정을 수행하여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신뢰 기반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역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핵심은 '콘텐츠' 이전에 '관계'라고 강조했다. 팟캐스트와 비디오 창작자는 '준사회적 관계'를 강화해 참여도와 충성도를 만들며, 이는 뉴스 조직에 기회인 동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관계 기반 모델은 '항상 켜져 있는 멀티플랫폼 운영'을 요구해 번아웃 위험을 높인다”며 “개인에게 과부하를 떠넘기지 않도록 팀 기반 제작, 포맷 반복성, 휴식·교대 설계가 필수”라고 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특검, 윤석열에 징역 10년 구형 - 미디어오늘
- [속보] 정청래 “허위조작정보 전파 악질적 행태…시대의 걸림돌” - 미디어오늘
- 26일 윤석열 결심공판 열린다… “내란 재판 방향타 될 것” - 미디어오늘
- “몰염치 쿠팡” “안하무인” 쿠팡에 분노한 언론 - 미디어오늘
- 경향 “김병기 국민 눈높이서 행동해야” 한겨레 “거취 문제로 연결” - 미디어오늘
- 재래 언론이라 비웃는 전략 언론 - 미디어오늘
- ‘백종원 대표가 제보자 색출’ 보도에 3000만원 배상 판결 - 미디어오늘
- 민주당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해야” - 미디어오늘
- 쿠팡 “개인정보 유출자 특정...외부 유출 안 돼” - 미디어오늘
-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언론계 반발에 “엄살이 너무 심하다”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