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법 통과 우려에 "엄살 심하다"는 민주당, 따져보니…

김고은 기자 2025. 12. 26. 1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與 언론특위 3인방 최민희·김현·노종면, 김어준 유튜브 출연
24일 본회의 통과한 망법 주요내용 설명하고 후원도 호소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명분으로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위 3인방이 25일 김어준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 과방위원들이 충분히 칭찬받아야 한다”면서 후원을 호소했다. 권력 감시 위축 등 언론계 우려에는 “일단은 좀 알고 얘기했으면 좋겠다”면서 “엄살이 너무 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민희, 김현,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25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뉴스공장 방송 화면

최민희, 김현,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크리스마스인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세 사람은 모두 과방위원이자 언론특위 위원장, 부위원장, 간사를 각각 맡아 이번 망법 개정안을 비롯해 방송법·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법 등 이른바 ‘언론개혁’ 입법을 주도했다.

이 중 최민희 의원은 10월23일 애초의 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노종면 의원은 24일 본회의에서 망법 개정안이 처리되기 전까지 12시간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했다. 그런데 “좀 알고 얘기하라”는 이들조차 법안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설명을 하며 혼란을 더했다.

“알고 좀 얘기하라”는 허위조작정보 요건, 그런데…

우선 노 의원은 개정안 제44조의7 제2항에 규정된 ‘허위조작정보’의 요건에 대해 1)일단 내용에 허위(거짓말)가 있어야 하고 2)그것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혀야 하며(법익 침해) 3)유통하는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고 4)정치적 이익이나 클릭 장사로 돈을 벌겠다는 부당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의도 있고 악의도 있어야 한다”며 “이 4개를 다 만족할 때만 허위조작정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걸 다 만족하는 정보를 언론의 어떤 정상적인 보도나 유용한 정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거는 저는 토론 불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 의원의 설명은 사실일까. 해당 조항은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임을 알고도 “손해를 가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를 유통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는’이란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규제 대상인 허위조작정보의 정의를 모호하게 설계했다.

해당 조항의 문언을 그대로 해석하면 노 의원이 말한 대로 “4개를 다 만족할” 필요는 없다. 예컨대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로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라면 유통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공공의 이익도 법익에 해당하지만, 2010년 헌법재판소는 공익조차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라며 이를 이유로 허위사실 표현을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뉴시스

또 최민희 의원은 법률상 허위조작정보에 해당하는 사례로 스카이데일리가 12·3 계엄 당일 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서 중국인 99명을 체포했다는 기사를 들었다. 그러나 이 기사가 법률상 허위조작정보에 해당하는지도 명쾌하지 않다. 기자가 ‘제보’를 진실로 믿고 보도했다면 ‘고의’라는 전제 조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는 더 애매하다. 고의와 악의를 가지고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했더라도 ‘피해자에게 법익의 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징벌적 손배를 물 수 있는데, 스카이데일리 보도의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애초에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배 입법 논의가 진행될 때부터 정작 부정선거 음모론 같은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허위조작정보는 해결하기 힘든 ‘빈틈’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게다가 노종면 의원은 앞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허위조작정보의 “판단 주체는 법원”이라고 거듭 밝힌 바 있다. “법원이 판단할 기준을 제시한 것”이란 설명이었다. 그에 따르면 입법자인 국회(의원)도, 정부도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그런데도 허위조작정보 유통 금지가 법률에 규정됨으로써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이를 심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고, 이는 결국 정보 유통에 대한 정부·국가의 개입과 검열을 의미한다는 언론·시민사회 지적이 나왔던 것이다.

“함부로, 겁도 없이” 징벌적 손배 못 걸 거다? 과연…?

‘입막음 봉쇄 소송’ 방지책을 마련해 놨다는 노 의원의 설명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정안 제44조의11엔 ‘가중 손해배상 청구 남용에 대한 특칙’이 신설됐다. ‘누구든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과 감시 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부당하게 징벌적 손배를 당했다고 생각되면 피고는 법원에 중간판결을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은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공익적 목적 여부 등을 판단해 중간판결 신청을 기각하거나 징벌적 손배 청구를 각하할 수 있다. 그리고 법원이 정치인 등 공인이 청구한 징벌적 손배를 각하할 때는 해당 공인에게 ‘방식을 지정하여 소 각하 판결을 공표할 것을 명하여야 한다’.

해당 규정은 10일 과방위를 통과할 당시까지만 해도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에 관한 특칙’으로 정의됐고, 노 의원은 이를 두고 “민주당 스스로 집어넣은 것”이라 강조했다. “앞으로 ‘걸고 보자’, ‘겁 주겠다’ 이렇게 소송을 걸었다가는 오히려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도 말했다.

물론 해당 규정이 들어감으로써 언론 등에 대한 징벌적 손배 청구가 남용될 소지가 줄어들 수 있겠지만, 영향이 적거나 거의 없을 수도 있다.

노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봉쇄 소송인 것으로 법원에 의해서 판단을 받는다, 그러면 소송비도 대줘야 하고, 손해배상을 역으로 해줄 수도 있고, 심지어는 재판장이, 당신, 나가서 봉쇄 소송했다고 기자회견 해, 하면 기자회견을 해야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정치인이 함부로 겁도 없이” 하겠냐며 “했다가는 대국민 기자회견까지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역시 노 의원의 ‘추정’ 혹은 ‘예단’일 뿐이다. 법원이 징벌적 손배 청구를 각하하며 해당 공인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표하도록 할지 등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하게 돼 있다.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한 각하 판결 공표를 명할 수도 있지만, 홈페이지나 SNS 등에 간단히 공고하는 방식을 명할 수도 있다.

그리고 “손해배상을 역으로 해줄 수도 있다”고 했는데, 이 역시 앞서 나간 해석이다. 애초 과방위 안엔 ‘법원은 청구인인 공인 등에게 피청구인이 입은 손해(소송 대응에 소요된 시간적·경제적 손실 포함)의 배상을 명할 수 있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이 있었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수정안에선 ‘피고가 입은 소송절차 대응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명할 수 있다’고 바뀌었다. 법제사법위원회 검토 과정에서 “민사소송법 제203조에 따른 처분권주의와의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수정된 것이다. 처분권주의는 법원이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선 판결하지 못한다는 규정으로 법원이 임의로 손해배상을 명하긴 어렵단 거다.

결국 이 정도의 중간판결 제도 도입만으로 ‘봉쇄소송’ 남용을 막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이 법안을 만든 노 의원도 인정했듯 60일 이내에 각하와 배상 여부까지 판단해야 하는 법원이 부담을 느껴 “각하보단 본안 심리로” 갈 가능성도 있다. 언론계 역시 이런 이유 등으로 중간판결 제도의 실효성을 꾸준히 의심해 왔다.

최민희 “언론·시민사회 생각보다 조용해… 과방위원들 덕분”

김현 의원이 25일 방송에서 공개한 언론특위 활동자료.

노 의원은 이날 “이건 징벌적 손배가 아니라 정상화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최대 5배까지 가능한 징벌적 손배 청구를 두고 “저항이 강하니까 5배 하게 된 건데, 이걸 앞으로 5배 이상으로 다음 과방위원장은 바꿔주실 것”이라고도 했다.

최 의원은 그러면서 “언론이 더 떠들 수 있는데. 그리고 시민사회도 더 떠들 수 있는데 생각보다 조용하다”며 그 공을 과방위원들에게 돌렸다. 홍사훈 진행자가 “이 정도면 많이 조용한 건가” 묻자 “왜냐면 파업을 하잖아요, 보통. 파업하고 점거 농성하고”라며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은 우리 과방위원님들이 다 역할을 맡아서, 다 개별적으로 누군가를 설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칭찬받아야 한다”며 후원 계좌를 공개했다.

2021년 언론중재법 개정 논란 당시에 비하면 언론계가 비교적 조용했던 건 어느 정도 사실이다. 지난해 비상계엄 후 부정선거 음모론 등 허위조작정보의 위험성을 경험하면서 그 대응의 필요성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가 많아진 이유도 있다.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언론계는 일관되게 동의를 표해왔다.

다만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단체는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위축과 일반 국민의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면서 ‘숙의’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속도전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충분히 “설득”하고 사회적 논의를 다 했는지도 알 수 없다. 김현 의원이 이날 방송에서 공개한 활동 자료에 따르면 언론특위가 망법 처리 관련해 면담을 가진 건 11월13일 단 한 차례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대표자(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들만 만났다.

4년 전엔 상임위부터 법사위 등 국회 내 논의가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도 않았다. 당시엔 법사위까지 통과한 법안에 대해서도 여야가 물밑 논의를 계속했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결국 민주당은 본회의 상정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번엔 상임위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단 2주가 걸렸고,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을 당 차원에서 재수정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하는 촌극까지 빚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망법 개정안이 가결된 직후 “법사위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부의된 법률안이 그 불안정성 논란으로 본회의에서 수정되는 것은 몹시 나쁜 전례”라고 꼬집으며 “입법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 신뢰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와 개선을 당부”했다.

Copyright © 기자협회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