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문 일타쌍피’ 노렸나…與 “통일교 특검 받겠다” 태세 전환, 왜?
野, 정청래 지도부 ‘정적 제거’ 의도 의심…“친문 오물 뒤집어쓰기 싫다는 것”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상대 장군을 노린 묘수가 될까, 제 말을 잃는 자충수가 될까. 더불어민주당이 '통일교 특검'을 전격 수용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2018년 '드루킹 특검'의 기억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이른바 '3대 특검'과 달리 여권 역시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점, 야권의 강한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민심의 지형, 그리고 정권 출범 초기라는 시점까지 겹치면서다.
드루킹 특검은 결과적으로 민주당에 적잖은 상처를 남겼다. 댓글 조작 행위가 선거 범죄로 인정돼 당이 강조해온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고, 무엇보다 당내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이 사건으로 지사직을 상실하고 실형을 선고받았다. 특검 수용이 '정면돌파'이자 정치적 자신감의 방증이라는 당시 여권의 설명과 달리, 결과는 여당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방향으로 귀결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런 전례에도 민주당은 왜 통일교 특검을 받아들였을까. 우선 통일교 특검 찬성 여론이 반수를 웃도는 가운데, 여권 물밑에선 '민주당 실세들의 구주류 처단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청래 지도부가 특검을 전격 결단한 배경에는, 수사의 파편이 여권에 튀더라도 그 피해는 당의 신주류인 친명(親이재명)계나 친청(親정청래)계가 아닌 구주류인 친문(親문재인)계에 국한될 것이란 당 지도부의 정략적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밑질 게 없다"…특검 손익계산 끝났나
당초 통일교 특검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했던 민주당의 입장은 불과 일주일 만에 "못 받을 것도 없다"로 바뀌었다. 급선회 배경에는 여론의 압도적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2025년 12월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정치권 인사들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한 특검 도입 필요성을 조사한 결과,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62%로 집계됐다. 이는 '필요 없다'는 응답(22%)을 세 배 가까이 앞선 수치다.
주목할 대목은 민주당 지지층 내부의 여론이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67%가 통일교 특검 도입에 찬성해 국민의힘 지지층(60%)보다 오히려 높은 비율을 보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접촉률 49.8%, 응답률 10.8%.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검에 대한 찬성 여론이 야권을 넘어 여권 지지층 내부에서도 형성됐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입장 변화는 불가피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가 특검의 '정치적 주판'을 튕긴 결과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크다"는 결론을 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이 민심의 역풍을 우려하는 것을 넘어 '특검의 순풍'을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우리는 이번 특검으로 절대 밑질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교 게이트는 이재명 정부에서 시작된 사안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 이전부터 이어져온 문제"라며 "드러나게 되면 오히려 국민의힘 관계자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결정적인 건 통일교가 윤석열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라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비교하면 비중이 9대 1, 많아도 8대 2 정도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 상황에서 송언석 원내대표나 장동혁 대표에게 '당신들이 떳떳하냐'고 묻는다면 떳떳하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2차 종합 특검' 명분 얻는 계기?
야권 일각에서는 통일교 연루 의혹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주로 친문계 인사들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친명계나 친청계로 분류되는 현 민주당 주류에는 직접적인 부담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인터뷰》에 출연해 "민주당 의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이건 친문 문제인데 왜 우리가 같이 오물을 뒤집어써야 하느냐. 친문들이 수사받고 처벌받는다고 해서 우리에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인식이 실제로 있었다"면서 "친명이나 친청 계열 모두 부담이 크지 않다고 내부적으로 계산했고, 그런 인식이 통일교 특검 수용 결정에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여당에서는 통일교 특검 수용이 당 지도부가 추진해온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의 연장선에 있는 '2차 종합특검'을 밀어붙일 명분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을 외면할 경우 제기될 수 있었던 '내로남불' 공세를 선제적으로 차단했다는 평가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미 2차 종합특검을 예고해 놓은 상황에서 특검 수사 과정에서 파생된 이 사안에 대한 특검만 거부하는 것은 명분이나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통일교 특검 수용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민주당이 입장을 급선회하기 하루 전에 열린 고위 당정협의에 여권 핵심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던 만큼, 특검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민주당 내 한 친청계 인사는 "정교유착 문제는 철저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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