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권, 사법과 언론에 재갈 물려 어디로 가려는가 [쓴소리 곧은 소리]
소위 허위정보근절법은 언론의 자기 검열 초래…통제 불가능한 절대권력 될까 우려
(시사저널=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국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제21대 국회에 이어 제22대 국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의 민주정치는 실종되었고, 극단적인 진영 갈등 속에서 일방적인 법안 통과는 쟁점 법안일수록 더욱 심하고,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허공에 흩어지는 메아리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 초기부터 논란이던 내란재판부법은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가 하면, 이른바 허위정보근절법도 일방 처리됨으로써 언론계의 불안감까지 가중되고 있다. 허위정보근절법은 본질적으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언론의 자기 검열·위축을 초래해 진보적인 사회단체들도 반대하고 있다. 그 밖에 법왜곡죄 도입, 공수처 수사 권한 확대, 사법행정위원회 도입 등에 관한 위헌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야권에서 우려하는 점은 이 법안들이 개별적으로도 문제지만 각각의 법안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이 결합될 경우 훨씬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란재판부법 등을 통해 사법의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허위정보근절법에 따라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면, 이제 이재명 정권은 통제 불가능한 절대권력이 되는 게 아닌가?
문재인 정부 초기에 적폐청산 정국이 장기간 계속되었던 것처럼 이재명 정부 초기는 내란 정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적폐가 그렇게 많았는지, 실제로 내란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과는 별도로 말이다.
이재명 정부 초기에 내란재판부 주장은 '내란특별재판부'라는 이름으로 등장했으나 위헌이라는 비판이 날카롭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불과 몇 달 후에 '내란전담재판부'로 명칭만 바꾸고 다시 주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원안을 수정한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안을 본회의에서 다시 수정하는 방식으로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명칭 바꿔도 실체는 특별재판부
민주당에서 위헌적 요소를 완전히 제거했다고 말하는 수정 전담재판부법은 원안에서 몇 가지 사항을 변경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전담재판부의 구성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등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추천위원회 관련 규정을 삭제하고 판사회의에서 전담재판부를 구성하도록 한 것, 구속 기간에 대한 예외 규정을 삭제한 것, 재판 기간에 대한 규정에서 구체적 기한을 두지 않은 것 등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위헌성 문제가 해소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법과 관련해 판검사들을 압박하기 위한 법왜곡죄 도입 및 공수처 수사 범위 확대, 언론의 비판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 허위정보근절법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것이 우연일까?
내란재판부법이 위헌인 가장 큰 이유는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특별재판부라는 점에 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특별재판부는 특별법원의 축소판이고, 전담재판부는 전문법원의 축소판이다. 즉, 법원 단위가 아니라 재판부 단위로 규모가 작아졌을 뿐 성질은 비슷한 것이다.
특별법원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법원과는 다른 구조, 다른 성격, 다른 재판 절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원의 시초로 불리는 영국의 성실청(Star Chamber Court) 경험 이래로 이러한 특별법원은 법치주의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헌법에서 직접 예외를 정한 경우(예컨대 현행 헌법상 군사법원)가 아니라면 위헌으로 본다.
반면 전문법원은 특정한 유형의 사건들을 전문성을 가진 법관들이 담당해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허법원이나 회생법원, 행정법원 등이 이에 속한다. 독일에서는 전문법원제도가 더욱 활성화되어 행정법원, 노동법원, 재정법원 등 전문법원이 1심, 2심, 3심으로 계속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특별법원과 달리 전문법원은 위헌이라고 보지 않는다.
특별재판부와 전담재판부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재판부와 구조 및 성격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특별재판부와, 전문성을 갖고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전담재판부는 구별된다. 전자는 위헌성을 피하기 위해 헌법적 근거가 필요한 반면, 후자는 합헌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내란재판부에 대해 초기에 특별재판부라고 이름 붙였던 것을 전담재판부로 이름을 고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 실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 점은 무엇보다 세 가지 측면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첫째, 내란재판부는 특정 사건, 즉 12·3 비상계엄 사건을 특별하게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즉, 특정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그것도 사후적으로 구성된 재판부를 특별재판부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
둘째, 내란재판부는 전문성 때문에 구성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40여 년 전의 신군부 쿠데타 이후 최초의 내란 사건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법관으로 전담재판부를 구성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애초에 재판부 구성에서 전문성이 고려되지도 않고 있다.
셋째, 내란재판부는 동종의 유사 사건을 기대할 수 없다. 40여 년 만에 발생한 사건일 뿐만 아니라 향후 몇십 년 후에 유사 사건이 발생할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이런 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상설화할 수 있겠는가?
특별재판부는 헌법에 의해서만 설치 가능
결국 실체가 특별재판부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 헌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위헌성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제헌헌법에서 반민특위 및 그 특별재판부를 위해 부칙에 근거를 두었던 것, 제2공화국 당시 3·15 부정선거 관련자 등의 처벌을 위한 특별재판소 설치를 위해 헌법을 개정(제4차 개헌)했던 것, 문재인 정부에서 사법농단 의혹 관련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다가 중도에 포기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법률로 위헌적 내란재판부법을 강행하고 있다. 그 위헌성 문제를 몰랐을까? 아니면 무시하는 것일까?
또한 수정 통과된 내란재판부법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수정했을 뿐 피고인의 인권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특별재판부 설치가 피고인에게는 평등권의 침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가 된다는 점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대법원이 입장을 바꿔 예규로 내란재판부를 구성한다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 부분이다. 오히려 대법원이 정부·여당의 압력에 굴복해 피고인의 인권을 위헌적으로 침해하는 것에 동참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이 인권의 최후 보루이자, 법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의 모습인가?
더욱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사후 입법으로 재판부 구성과 재판 절차를 바꾼다는 것은 소급입법에 의한 인권침해가 된다. 마치 경기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심판과 경기규칙을 바꾸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설령 1심 재판에 적용하지 않고, 2심 재판에만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전반전이 아닌 후반전에 심판과 경기규칙을 바꾸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내란재판부법은 그 본질이 바뀌지 않는 이상 위헌성을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특별재판부로서 내란재판부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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