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줄어든다고 교육재정 축소?… 교부금 산정할 연구 필요”[흔들리는 교육재정, 휘청이는 백년대계]
(4) 교육재정 배분 전문가 좌담 <끝>
△ 이선호 교육개발원 연구본부장
20년새 학교 11%↑ 학생 60%↓
비교과 교원은 늘어 예산 더 필요
지방 교육 재정은 국세연동 방식
예산 줄면 인건비 충당 힘들어져
△ ‘의사출신 경제학자’ 김현철 교수
학생 창의적사고 도울 투자 시급
능력있는 교사 보상체계 도입을
사회복지센터 운영권 관리처럼
학교도 건강한 경쟁요소 있어야

2026년도 정부 예산안과 함께 교육세제 개편안도 통과되면서 전국 시도 교육청들은 긴축 예산이 불가피해졌다. 과거 유·초·중등(유치원∼고교)에 배정되던 재정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와 영유아특별회계로 분산되면서 가용 예산이 줄어든 것이다. 실제 전국 최다 학생이 있는 경기교육청은 예산 규모를 지난해보다 0.6% 줄였다. 전남(9.1%), 강원(4.6%), 전북(2.8%) 등은 감소 폭이 더 컸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026년에는 약 1조5000억 원의 재정이 감소하고, 2027년에는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의 일몰까지 더해져 3조4000억 원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에서는 줄어드는 학생 수에 따라 시도 교육청의 일부 지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늘어나는 고등·평생교육 수요에 재정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정된 재정의 배분을 두고 논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문화일보는 김현철 연세대 의대 교수와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과 지난 23일 서울 용산역 회의실에서 좌담을 열었다. ‘의사 출신 경제학자’로 유명한 김 교수는 교육·보건·노동 분야를 아우르며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와 불평등 해소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대학 교육뿐 아니라 초·중·고 교육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혁신을 주장해 오고 있어 객관적 시각에서 교육재정의 배분 문제를 설명해줄 수 있는 전문가다. 이 본부장은 학교재정 배분 모델로 학위를 받았고, 현재 지방교육재정 분야 대표적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 본부장은 학생 수가 준다고 해서 재정을 기계적으로 줄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왔다.
―지방교육 재정 문제는 재정 배분의 문제다. 현재 정부는 대학 교육, 즉 고등교육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예산과 교육세제 개편을 추진해온 것으로 분석된다.
△김 교수=현재 국민들이 한국의 공교육에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국민들이 지금 초·중등 교육에 투자해서 뭐 나온 게 있냐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교육을 책임져 온 분들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유·초·중등 재정을 끌어다 고등교육 재정으로 써야 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고등교육 쪽은 연구·개발(R&D) 예산이 많이 필요한데 교육 예산으로 가져다 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창의적·비판적 사고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다양한 나라 학생들을 가르쳐봤는데 한국 학생들이 창의적·비판적 사고에 약하다. 어렸을 때부터 이에 대한 집중적 교육투자가 필요하다.
△이 본부장=고등교육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학령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에 지방교육 재정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시각에는 오해가 많다. 과거에 비해서 학교의 모습이 달라졌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도서 벽지 학교는 작은 규모로 유지되고 있는데 학생들의 통학 거리나 교육권의 차원에서는 학교가 반드시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로 설득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무상급식 도입, 방과 후 프로그램 등으로 영양·보건·상담 교사 등 교과 교원이 아니라 비교과 교원이 크게 늘었다. 학생 수는 줄지만, 교원은 늘었다. 2005년과 비교했을 때 현재 학교 수는 11.5% 늘었고, 학생 수는 60% 감소했다. 학급 수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김 교수=교육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는 100% 공감한다. 통학에 1시간 이상이 걸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현재 지방교육 재정 배분 기준은 어떻게 돼 있나. 학생 수에 따라서 배분을 하나.
△이 본부장=다양한 요소들이 들어가 있다. 기본적으로 교사 등 인건비는 실수요로 계산을 하고 있고, 학교 시설비·학교 신설비 등도 포함돼 있다. 교육과정 운영비는 표준 교육비를 산정해 계산하고, 그 외에 방과 후 학교, 고교 무상 교육 등 다양한 사업 수요가 들어가 있다. 계속 단순하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학생 수만을 기준으로 할 때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도 생길 수 있다. 교육 고수요 학생들의 교육비가 얼마나 필요한지 충분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설명할 때 한마디로 똑 떨어지게 하기 어렵다.
△김 교수=아마 학생 수는 줄고 있어도 학급 수는 변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한 학급에 55명이었지만, 지금은 20∼30명 수준이다. 미국에서 한 학급에 적정한 인원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20명, 15명, 12명으로 학급을 구성해서 몇 년 동안 교육하고 추적한 결과가 있다. 12명 학급에 속해 있었던 학생들이 20명 학급 학생들보다 더 좋은 결과를 냈다. 우리도 이런 근거가 있으면 학생이 줄어도 학급 수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근거 연구들이 안 돼 있는 것이 안타깝다.
―현장에서 많이 지적하는 게 국세 연동 방식으로 지방 교육재정이 불안하다는 점이다. 매년 세수에 따라 교육 재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해소하려면 방법이 있나.
△이 본부장=2021년과 2022년에 세수가 늘었던 적이 있다. 2년 연속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교육청에 예산을 늘려준 적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교육 정책은 3월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서 하반기에 주면 불용 될 가능성이 크다. 그때 기금을 적립했다. 그 이후로는 예산이 계속 줄어들었다. 줄어든 기간에는 쌓아둔 기금을 쓰면서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예산이 출렁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까지 모두 포함해 교부율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교부금은 분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교육 재정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교사 인건비다.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어쨌든 교사에 대한 투자는 늘어나야 하는 것 아닌가.
△김 교수=지금은 능력 있는 교사에게 보상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사교육 시장처럼 고액 연봉을 받는 교사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미래 지향적으로 봤을 때 다양한 사람들이 교사가 될 수 있는 채널이 있어야 한다. 지금의 교원 양성 트랙을 거치지 않더라도 교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원 프로그램 기간을 줄여 인공지능(AI)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교직에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이 본부장=전 세계적인 연구 결과에서도 한국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교원의 이직률이 상당히 낮고, 양질의 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질의 교원이 나오는 것은 인건비의 효과가 크다. 현 양성 체제를 해체하는 순간 교원의 질이 좋아질 수 있을지 염려가 된다.
△김 교수=한국의 교원은 정말 양질이다. 다만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인력을 만들어 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월급을 깎으라는 게 아니라 월급을 더 줄 수 있어야 된다. 부모들이 사교육에다 쓸 돈을 공교육에 쓰겠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공교육에 돈을 쓸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이 있나.
△김 교수=공교육에 건강한 경쟁 요소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사회복지 분야에 장애인센터나 사회복지센터를 만들면 국가가 건물을 다 지어주고, 운영은 민간에 맡긴다. 5년마다 재계약하면서 운영권을 박탈할 수도 있다. 지금 학교는 이렇게 할 수 없다. 다양한 모습의 교육 모델이 나와서 서로 배워보자는 마음이 생겨야 한다. 공교육이 공공성은 유지하되 조금 긴장하고 학생들을 더욱 잘 보살필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이 본부장=교육 현장의 폐쇄적인 문화는 분명히 변화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혁신학교 같은 것들이 있었고, 최근에는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렇게 실험적 모델의 학교들이 많이 생겨서 성과를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방교육 재정은 고등교육 재정과 연관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지금 정부도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데 대학은 등록금 규제 해소 얘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김 교수=등록금 규제는 희대의 포퓰리즘적 규제였다. 등록금을 충분히 올리면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받고 다닐 수 있게 할 수 있었다. 이 정책은 지금 대학 재정이 모자란다고 지방교육 재정을 내놓으라고 말하게 된 중요한 원인이다. 등록금 자율화는 당연한 이야기다. 다행히 정부에서 일부 규제를 풀었다.
―마지막으로 최근 교육계의 화두는 AI 시대의 인재 양성이다. 인재 양성을 위해 결국 언제, 어떤 투자를 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AI 시대 교육은 어떻게 가야 하나.
△이 본부장=AI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인재를 만드는 것이 하나 있고, AI를 통한 학습에 관한 얘기가 있다. AI 교육에 대한 오해는 AI교과서 때문에 많이 생겼다. 아직 맞춤형 교육을 하고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는 없을 정도다. AI 시대에 교사의 역할이 되게 중요하다. AI 활용 역량 강화뿐 아니라 윤리적 부분에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김 교수=사실 AI를 개발하는 인재도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AI가 인간보다 코딩을 더 잘한다. 앞으로 교사가 가르쳐야 하는 것은 사회성, 인간 간의 연대, 따뜻함이라고 생각한다. AI가 가르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학습은 AI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으로밖에 할 수 없다.
공동기획 : 문화일보·전국시도교육감協
김병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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