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이루고 건강까지"...평균 82세 배우들의 '연극 도전'
[앵커]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배우의 꿈을 인생의 끝자락에 꽃피우는 분들이 계십니다.
평균 연령 82세, 대사 한 줄 외우는 것도 쉽지 않은 나이지만 열정만큼은 청춘 못지않은 현장을
양병운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아이고 참 주책이다 하겠다. 다 늙어가지고"
"주책은 무슨 주책이예요. 형님들은 아직 청춘이구만요"
한 노인복지관 무대에서 나이가 지긋하신 배우들이 열연을 펼칩니다.
연극 '청춘클럽-기억은 외출 중'입니다.
배우들의 면면이 좀 특별한데요.
평균 연령이 82세, 90세를 넘은 분들도 있습니다.
길게는 5년, 짧게는 1년정도 연극 수업을 받으며 실력을 갈고닦았습니다.
[박정희 (91세) / 연극 배우 " 초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좋아해서 무용하고 연극하고 다 했거든요. 그리고는 (성인이 돼) 중간에 살림하고 할 시간이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선생님이 (연극할) 좋은 기회를 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박용환 (90세) / 연극 배우 " 어릴 때 (연극을)못했는 게 후회도 되고 해서 그래 연극을 하면 모든 것이 좋아지겠다 싶어서 연극을 하고 있습니다."
연극의 배경도 동년배들이 자주 가는 노인정.
치매를 겪는 어르신들의 애환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황혼기 우정을 담백하게 풀어냈습니다.
연극 수업을 이끄는 이는 사회복지학 박사이자 연극인인 우호정 씨입니다.
어르신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자원봉사로 시작한 일입니다.
[우호정 / 연출가(사회복지학 박사) " 대본을 외우시면서 굉장히 집중력이 뛰어나시고 인지 능력이 발달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연극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함께 하기 때문에 사회성이 굉장히 발달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르신들 대부분은 배움의 열정이 남다릅니다.
그래서 연극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전말련 (80세)/ 연극 배우 " 우울증도 없어지고 친구들도 생기고 연극이 참 좋다 하는 걸 정말 너무너무 감하게 느껴요. 나 정말 행복하구나. 다시 태어났구나 하는 그런 생각도 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무대 위에서 증명한 어르신들, 인생의 막이 내리는 시기가 아닌, 새 막을 올리는 이들의 도전이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TBC 양병운입니다.(영상취재: 이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