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00만원 수익 낸 서학개미…양도소득세 안 내는 길 열린다는데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2025. 12. 26.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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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1계좌·5000만원 한도
증권사 내년부터 상품 출시
국내상장 美ETF는 혜택 제외
타계좌서 해외주식 매수 우려
정부, 꼼수 차단책 마련 고심
24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정부가 24일 발표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동안 서학개미는 연간 매매차익 250만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내년 1분기 중 RIA가 도입되면 해외주식을 5000만원까지 매도한 후 국내주식시장에 1년 이상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받을 수 있다.

서학개미가 보유한 해외주식 규모가 3분기 말 기준으로 1611억달러(약 233조원)에 달해 5000만원 한도가 적다는 지적도 있지만, 상당수 서학개미들이 더 많은 양도세 혜택을 받기 위해 내년 초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RIA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에는 테슬라, 엔비디아, QQQ, VOO 등 해외상장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만 포함된다. 국내시장에 상장된 미국 S&P500지수 추종 ETF나 나스닥지수 추종 ETF를 매도한 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1년 이상 투자한다고 해도 세제혜택은 받을 수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22% 양도세 부과 대상인 해외상장 주식과 ETF를 매도한 후 국내시장에 투자해야 한다”며 “국내상장 해외주식 ETF는 매매차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계속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RIA는 증권사들이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분기 중 상품이 나올 전망이다. 해외주식 양도세 비과세를 노리는 서학개미들은 내년 1분기에 해외주식을 자신의 RIA로 옮긴 후 매도하고 국내주식 취득까지 끝내야 한다. 양도세 감면 기준인 국내시장 복귀는 ‘해외주식 매도 시점’이 아니라 ‘국내주식 매수 시점’이기 때문이다.

RIA는 1인당 1개만 허용된다. 여러 증권사에 복수 계좌 개설을 허용하면 또 다른 연동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므로 조속한 제도 시행이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5000만원은 비과세 한도가 아니라 해외주식 매도대금 한도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주식 5000만원어치를 먼저 RIA로 옮겨야 한다”며 “RIA에서 매도한 후 5000만원이 생기면 이 돈으로 국내주식이나 국내시장에 상장된 국내주식형 ETF를 매수해야 양도세 감면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에도 국내시장에 상장된 해외ETF를 매수하면 양도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RIA는 1인당 1개만 허용되고 여기에 해외주식 5000만원까지만 입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분기 테슬라 5000만원어치를 RIA에 입고해 양도세를 면제받고, 2분기에 엔비디아 5000만원어치를 입고해 양도세 80%를 면제받는 방식은 생각할 수 없다.

RIA 세제혜택 조건 중에는 ‘국내주식 1년 이상 투자’도 있다. 이 조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RIA 안에서 종목 교체는 자유롭게 허용할 방침”이라며 “국내시장에 1년 이상 머무르게 하겠다는 취지로, 한 종목을 1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 주식 5000만원어치를 RIA로 옮긴 경우, 처음에는 전부 삼성전자에 투자했다가 매도한 후 SK하이닉스와 한화오션, 알테오젠 등 다른 종목에 나눠 투자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RIA 운영 시 계좌에 원화를 남겨두지 않고 전액 투자해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최초 투자 시점이나 종목 교체 과정에서 가격 불일치 문제 등 문제로 원화가 일부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입법 과정에서 구체적인 허용 범위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기획재정원회 위원인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문제도 국회·정부 입법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24일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다른 계좌에서 국내주식을 팔고 해외주식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면 공연한 조세 손실만 발생하고 외환 관점에서의 실익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RIA에서 해외주식 A를 팔고, 다른 주식계좌에서 해외주식 B를 사도록 허용하면 세제혜택만 주고 원화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며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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