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률 2%…초등 심화수학 문제의 비밀 [생활 속, 수학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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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 2㎏을 퍼내고 대신 4㎏의 물을 넣어 섞은 후, 다시 3㎏을 퍼내고 대신 6㎏의 물을 넣어 섞었다.
초등 심화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본 원리와 개념을 탄탄히 다진 후 일정 수준의 응용능력만 갖춰도 중고교에 올라가 수학 1등급을 얻는 경우가 매우 많다.
초등 수학에서의 심화에 대한 무모한 숭배는 대다수의 수학 패잔병을 양산하는 과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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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의 소금물이 120g, 8%의 소금물이 80g 있다. 두 소금물을 모두 섞으면 몇 %의 소금물이 될까?
#2. 25% 소금물이 10㎏이 있다. 이 중에서 2㎏을 퍼내고 대신 4㎏의 물을 넣어 섞은 후, 다시 3㎏을 퍼내고 대신 6㎏의 물을 넣어 섞었다. 마지막으로 20% 소금물 5㎏을 넣어 섞었다. 몇 %의 소금물이 만들어졌을까?
#1은 농도에 관한 기본 원리를 잘 이해하면 초등생도 충분히 풀어내는 기본에 충실한 좋은 문제다. 그러나 일부 학원에서 '심화문제'로 내세우는 #2는 학문적 의미의 심화가 아닌 실수를 유발하게 만드는 의미 없는 심화문제(정답률 2%)다. 농도 문제의 핵심은 소금물에 소금이 얼마나 있는지를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관건인데, 심화문제는 복잡한 연산을 반복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위 사례는 수학 공부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의 폐해를 보여준다. 초등부터 심화를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난무하지만, 극소수 학생에게만 효과적이라는 치명적 약점이 문제다. 복잡한 계산을 끈질기게 풀어낸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아이들은 엉터리 심화문제 때문에 자신감을 상실하고 결국 '수포자'로 전락하고 만다.
심화 도전으로 얻는 장점에 비해, 무리하게 심화를 강요해서 점점 더 수학을 싫어하게 만드는 단점이 비교 불가할 정도로 심각하다. 난도 높은 심화문제를 진지하게 오래 고민해보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교육적 성과를 간과하자는 것이 아니다. 극소수만 가능한 이상적 목표를 대다수에 강요하면 대부분의 정상 수준의 아이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
초등 심화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본 원리와 개념을 탄탄히 다진 후 일정 수준의 응용능력만 갖춰도 중고교에 올라가 수학 1등급을 얻는 경우가 매우 많다. 오히려 초등학교 시절의 자신감이 학습 태도 발전으로 이어져 학업 완성도가 그만큼 높아지는 사례가 더 많다.
겉으론 잘 해내는 것처럼 보여도 심화 파고들기의 실상은 허망하다. 초등 수학에서의 심화에 대한 무모한 숭배는 대다수의 수학 패잔병을 양산하는 과욕일 뿐이다. 심화 수학에 대한 잘못된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을 위한 참 수학 교육의 길이 보인다. 난이도를 알맞게 적용하는 지혜로운 수준별 맞춤 전략은 수학 공부에도 필요한 전략이다. 스스로 차오르는 자신감에 흥미진진해지는 참 수학 공부의 첫걸음은 바로 거기에서부터 제대로 시작될 것이다. #1 정답은 6.2%, #2 정답은 12.5%.

김필립 ㈜필립교육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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