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美 정관계 전방위 로비에…정부 "美와 접점 찾을 수 있어"
美인사 일제히 韓정부 때리기
"미국 테크기업 쿠팡 차별말라"
쿠팡 5년간 로비에 1075만弗
범부처TF 부총리 주재로 격상

대통령실이 성탄절인 25일 이례적으로 쿠팡 사태와 관련해 긴급 장관급 회의를 소집한 데는 쿠팡의 미국 정·관계 로비가 국익을 훼손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회의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까지 쿠팡을 비호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배경에 쿠팡의 로비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쿠팡 긴급 회의 소집은 전날 오후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외교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그동안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팀장을 맡았던 쿠팡 개인정보 유출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과기정통부 총리 주재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앞서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엑스(X)에 올린 글에서 "한국 국회가 공격적으로 쿠팡을 겨냥하는 것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추가적인 차별적 조치와 미국 기업들에 대한 더 넓은 규제 장벽을 위한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썼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 관계 재균형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한국이 미국 테크 기업들을 타깃으로 삼음으로써 그 노력을 저해한다면 그것은 매우 불행한 일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이 공정한 처우를 받도록 하고, 이 분야에서 성장하는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선 강하고 조율된 미국의 대응이 핵심적"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과 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읽힌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쿠팡을 겨냥해 "무슨 팡인가 하는 거기도 (법을) 막 어긴다. 그 사람들은 처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 징계를 지시했다. 이후 공정위는 현재 매출의 6%인 과징금 상한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쿠팡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회는 오는 30~31일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쿠팡 사태 관련 연석 청문회를 열 예정인데,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사진)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재된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의 글은 사실상 이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가 쿠팡 징계에 나서고 있는 데 대한 비판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이 글에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책임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미국 측의 한미 FTA 공동위원회 일방적 취소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 측근 인사가 한국 정부 비판 글까지 게재하자 정부 안팎에선 쿠팡의 로비 활동이 선을 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례 없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책 마련보다는 대미 로비력을 앞세워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데 대한 불쾌감이 읽혔다. 일각에선 쿠팡이 한미 당국 간 비관세 장벽 협의 과정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정부 대응을 쟁점화하려는 로비를 펼칠 가능성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쿠팡 정보 유출과 관련한 정부 대응에 미국이 일부 우려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미국 측과 소통하며 얼마든지 접점을 찾아낼 수 있다"고 전했다.
쿠팡 모회사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소재한 쿠팡Inc.로 쿠팡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Inc.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이기도 하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은 쿠팡Inc. 지분 8~9%를 보유하고 있지만, 차등의결권을 사용할 경우 실제 의결권 행사 지분이 70%에 이르는 실질적 지배자다. 쿠팡은 김 의장이 미국 국적 소유자인 데다 핵심 경영진도 대부분 미국인이라 사실상 미국 회사로 볼 소지가 있다.
쿠팡은 미국 워싱턴DC에 대관 조직을 두고 미국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쳐왔다. 미국 상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최근까지 약 5년간 총 1075만달러(약 159억원)를 로비에 사용했다. 로비스트 수는 4명에서 32명으로 늘었고, 접촉 대상은 의회는 물론 상무부·국무부·미국무역대표부(USTR)·백악관·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으로 확대됐다.
앞서 쿠팡 미국 현지 대관 조직을 이끌었던 알렉스 웡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NSC 수석 부보좌관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오수현 기자 / 김슬기 기자 /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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