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유명무실’…지방대 졸업생 취업률 되레 하락

김산호 기자 2025. 12. 2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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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도입 이전대비 4.1% 하락
지역 경쟁 심화 등 효과 제한적
정책 방향 근본적 재설계 시급
▲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에따른취업확률변화추정결과. 한국재정학회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에도 지방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이 제도 도입 이전보다 오히려 하락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 한국재정학회가 발표한 '지역인재 채용제도가 지방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에 미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대 졸업생의 전체 기업 취업 확률은 제도 도입 이전보다 약 4.1%p 낮아졌다.

연구팀은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가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 이유로 △제도 도입 이전 높은 채용 비율 △지역 일자리 경쟁 심화 △지역·학생별 취업 준비 등을 꼽았다.

먼저 '혁신도시 조성·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최초 도입된 2018년 의무채용비율은 18%로 정해졌지만, 도입 이전인 2017년 기준 공공기관 신규채용 인원에서 지역인재 비중은 이미 60.3%의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도입 이전 기준선이 이미 높았던 상황에서 의무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정책 효과가 제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비수도권 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취업 경쟁이 높은 점도 주된 이유로 거론됐다. 공공기관은 지방대 졸업생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 졸업생에게도 선호도가 높은 직장으로, 지역인재 쿼터가 존재하더라도 채용 규모가 제한된 상황이라면 지방대 졸업생이 체감하는 취업 문턱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취업 준비에 투자하는 정도의 차이가 취업률 차이로 이어졌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수도권 대학 재학생은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인턴십, 교육 프로그램, 정보 네트워크 등에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반면에 지방 대학생들은 해당 인프라를 누리지 못하는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어서다.

이번 연구는 고은비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 전병힐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송헌재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공동 연구팀이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 자료를 활용해 이중차분법으로 정책효과를 심층 분석했다.

분석에는 지방대학 졸업 여부와 취업 여부를 비롯해 전공계열, 졸업 평점, 대학설립 유형, 전임교원 비율, 장학금 수혜 여부, 성별, 부모 월평균 소득, 졸업 당시 연령, 부모와의 동거 여부 등 다양한 변수들이 활용됐다.

이번 연구에서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외 취업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항목에는 법인대학 졸업자(-28.9%), 대학원 졸업자(-24.6%), 부모와 동거(-12.1%) 등이 꼽혔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지역인재 우선 고용제도를 도입한 이후 혁신도시 등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지역 졸업자의 의무채용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관련 법률에 따라 의무채용 비율은 2018년 18%에서 시작해 2024년에는 35%까지 상향됐다.

연구팀은 "지방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을 높인다는 정책의 취지에 부합하면서 실제로 제도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행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라며 "지방대학의 학생 역량을 강화하는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