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앙코르·실험적 무대·고대비극…불완전의 역설로 인간 삶 파헤친다

박성준 2025. 12. 2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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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이 고대 비극 5부작의 완성과 신예 작가의 실험적 무대, 우수작 앙코르 공연과 해외 진출을 내세운 2026년 시즌 공연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현존과 좌표'를 화두로 삼고 있는 국립극단은 인간 삶의 서사와 실존을 무대 위에서 재현하는 연극의 본질에 집중하며 내년에는 '불완전함의 역설'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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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2026 라인업 발표
‘삼매경’ 등 화제 작품 재공연
공모 대상 ‘역행기’도 기대감
‘안티고네’로 비극 5연작 매듭

국립극단이 고대 비극 5부작의 완성과 신예 작가의 실험적 무대, 우수작 앙코르 공연과 해외 진출을 내세운 2026년 시즌 공연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현존과 좌표’를 화두로 삼고 있는 국립극단은 인간 삶의 서사와 실존을 무대 위에서 재현하는 연극의 본질에 집중하며 내년에는 ‘불완전함의 역설’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25일 국립극단에 따르면 특히 내년 하반기에는 ‘안트로폴리스 5부작’ 중 후반 3편이 연속 공연되며 고대 그리스 신화의 도시 테베를 무대로 한 비극 연대기가 완성된다. ‘오이디푸스’(9~10월), ‘이오카스테’(10~11월), ‘안티고네/에필로그’(12월) 순이다.

연극평론가협회가 ‘올해의 연극’으로 선정한 ‘삼매경’. 2026년 3∼4월 앙코르 공연된다. 국립극단 제공
고대 비극 중 가장 유명한 ‘오이디푸스’는 연작의 중추로서 ‘도시의 기원’과 ‘권력의 비극’을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인간 존재의 인식 구조를 탐구한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예언을 피하려 했으나 결국 실현하고 마는 주인공의 비극은 결국 자신을 겨누는 칼날로 귀결된다. 무대는 깨달음이 곧 파멸로 이어지는 역설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다시 던진다.

서지혜 연출의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 간 왕위 다툼으로 벌어진 도시 전쟁의 위기 이야기다. 어머니 이오카스테는 중재와 설득에 나서지만 그녀의 외교론은 쉽게 화해를 부르지 못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오늘날 세계 분열이 깊게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광적인 욕망과 집착 앞에 인간의 이성과 자유의지의 구원이 과연 가능한지를 묻는다.

정영두 연출작 ‘안티고네/에필로그’는 신과 인간의 법 사이에 홀로 서는 인물로 사랑과 죽음이 교차하는 도시의 운명을 완성한다. 국가의 명령을 어기고 죽은 형제 ‘폴리네이케스’의 장례를 치르는 안티고네의 결단은 가족애를 넘어 국가와 권력, 윤리와 신념의 관계를 근원적으로 되묻는다.

국립극단이 15년 만에 실시한 창작 희곡 공모에서 30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수상한 김주희 작가의 ‘역행기’는 9월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심사위원회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으며 “이야기가 요구하는 상상적 공간의 스케일, 그리고 이야기를 추동하는 주제의 다층성을 감안할 때 대작이라 부를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5월에는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명작 ‘바냐 아저씨’를 한국판으로 변주한 ‘반야 아재’(번안·연출 조광화)가 공연된다. 이미 ‘바냐 아저씨’를 세 번이나 무대에 올렸던 국립극단은 원작 배경을 한국으로 옮길 계획이다. 연극평론가협회가 올해의 연극으로 선정한 3편 중에 하나인 ‘삼매경’도 내년 3∼4월 앙코르 무대가 열린다.

한국 연극사에 고전으로 기록된 ‘동승’과 아역 출신 원로배우 지춘성의 연기 인생을 결합한 ‘삼매경’과 또 다른 화제작 ‘그의 어머니’ 재공연(4∼5월)을 통해 국립극단은 정규 작품화 가능성을 타진한다. ‘헤다 가블러’와 ‘십이야’는 내년 해외 무대에 선다. ‘헤다 가블러’는 싱가포르 국제 예술축제(SIFA) 초청을 받아 내년 5월 싱가포르 드라마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프로덕션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국립극단이 기획·제작한 ‘십이야’는 홍콩 국제 셰익스피어페스티벌 초청으로 내년 6월 서구룡문화지구에 위치한 프리스페이스 더 박스 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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