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고층건물 외장재 화재, 예방이 최선

나종선 경기도북부소방 재난본부 예방과장 2025. 12. 2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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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선 경기도북부소방 재난본부 예방과장


최근 해외에서 잇따라 발생한 고층건축물 외장재 화재는 우리에게도 경고를 던지고 있다. 외벽을 따라 불길이 순식간에 확산되며 소방력이 도착하기 전 대형 화재로 번지는 사례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고층건축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한국 역시 이러한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응 중심에서 벗어나 예방의 관점에서 외장재 화재 위험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외장재 화재가 위험한 이유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외벽 단열재나 복합패널에 사용되는 가연성 심재는 화재 시 즉각적인 연료가 되고, 외장재가 연속 시공될 경우 불길이 빠르게 수직 확산된다. 외장재 뒤 공기층은 굴뚝효과를 유발해 화염과 열을 상부로 끌어올리며 피해를 키운다.

문제는 고층 외부 화재에 대한 소방의 직접적인 개입이 물리적으로 제한된다는 점이다. 사다리차의 도달 높이와 기상 여건, 내부 스프링클러의 한계로 외장재 화재를 제어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설계·시공 단계에서 화재 확산을 억제하는 기술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벽 화염 확산을 막는 드렌처 설비, 창호를 통한 연소확대를 방지하는 윈도우 스프링클러, 공기층을 구획하는 화재확산방지 구조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팽창형 방화테이프와 화재 지연 공법 등도 초기 연소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적이다. 기존 고층건축물에 대한 외장재 안전성 진단과 관리도 강화돼야 한다. 난연성능 부족이나 시공 불량이 확인될 경우 보강과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고층건축물은 도시의 상징이지만, 그 높이만큼 위험도 크다. 외장재 화재는 예방이 곧 대응이며, 구조적 안전 확보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소방은 앞으로도 관계기관과 협력해 보다 안전한 도시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나종선 경기도북부소방 재난본부 예방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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