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이 받은 ‘트럼프 열쇠’... 5개만 있는 것도, 황금도 아니다

이철민 기자 2025. 12. 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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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 쿠슈너, 회고록에서 “트럼프가 직접 디자인한 청동 열쇠”
네타냐후·호날두·아소 다로의 열쇠 보도에선 ‘황금’ 얘기 없어
트럼프 개인 변호사, 코로나 때 물류 책임진 美교통부 장관, 트럭기사들 받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개 제작된 백악관 황금 열쇠 중 마지막 남은 1개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왔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그러나 그의 글과, 그간 미국 언론에서 나온 ‘백악관 열쇠(Key To The White House) 선물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이 열쇠의 주(主)재질은 ‘황금’이 아니라, 청동 또는 황동(黃銅)이다. 황금빛이 나게 마감한 고급 기념 열쇠다. 물론 다섯 개만 만든 것도 아니다.

강 실장은 이 대통령에 앞서 이 ‘백악관 열쇠’ 선물을 받은 사람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아소 다로 전(前) 일본 총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소개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 ‘백악관 열쇠’ 선물을 받은 것은 트럼프 행정부 1기때였던 2020년 9월15일이었다. 네타냐후는 트럼프가 중재한 이스라엘과 중동 아랍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에 서명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했다.

2023년 8월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쓴 책 ‘브레이킹 히스토리(Breaking History)’는 바로 이 네타냐후에게 준 열쇠를 다뤘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백악관 손님들에게 주기 위해 이 열쇠를 직접 디자인했다.

쿠슈너는 이 책에서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매우 큰 청동(bronze) 열쇠를 네타냐후에게 주면서 “이건 내가 처음으로 선물하는 첫번째 열쇠요. 내가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백악관 정문에 걸어와 이걸 보여주면 들여 보내줄거요”라고 말했다고 썼다.

쿠슈너는 당시 자신과 애비 버코위츠 백악관 고문은 트럼프의 이 말을 들으면서 “웃음을 참으려고 애썼다”고 썼다. 쿠슈너는 “우리는 (트럼프의) 이 말을 전에도 들었는데, 트럼프는 너무 진지하게 이 말을 했고, 비비(네타냐후의 애칭)는 아주 좋아했다”고 썼다.

네타냐후는 “(기자들에게) 보여줘도 되느냐”고 했고, 트럼프는 “물론이죠. 우리 부부가 총리 부부에게 드리는 특별한 애정의 표시입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열쇠이자, 우리 마음을 여는 열쇠”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열쇠를 이미 그해 4월 16일 백악관 잔디밭에서 열린 행사에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물품을 나르느라고 애쓴 전미트럭협회 회장과 운전 기사들, 일레인 차오 당시 교통부 장관에게 감사의 뜻으로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2년 4월, 코로나 팬데믹때 운송에 애썼던 미 여성 트럭 운전기사에게 백악관 열쇠를 선물하고 있다./유튜브 스크린샷

가장 최근엔 11월 17일 축구선수 호날두가 집무실에서 이 ‘의전용 백악관 열쇠’를 받았다.

트럼프는 2024년 미 대선 유세가 한창일 때에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아소 다로 전 일본총리(2008~2009년 재임)을 만난 뒤에, ‘백악관 열쇠’를 선물로 제공했다. 그때는 대통령도 아닌데, 이 선물을 해 미 언론에서 백악관을 개인 소유물로 생각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즉 주요 도시의 시장이 재직 시에 열쇠를 시를 상징하는 선물로 주기도 하지만, 퇴임 후에도 이런 선물을 주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었다.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와의 사이가 틀어지고 자신의 연방정부 효율화 작업이 대충 마무리 돼 ‘정부효율화부(DOGE)’의 수장(首長)직을 사임한 5월 3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 열쇠를 받았다.

미국 언론 매체는 이 ‘백악관 열쇠’를, 황동(brassㆍ구리와 아연의 합금) 또는 청동(bronzeㆍ구리와 주석)에 도금한 것으로 보도한다. 금처럼 보이는 구리계 합금이라는 것이다.

수백 g에서 1㎏까지 중량이 나갈 법한 이 열쇠가 진짜 금이라면, 2023년 9월 한 경매 웹사이트에서 소개된 것처럼 3700 달러일 수가 없다. 14K 금이라 할지라도 1㎏이라면 현재 미국에선 8만1300~8만 2000 달러(12월 국내 시세 약 1억2000만원)에 거래된다.

네타냐후가 이 열쇠를 받은 뒤에도, 한 미국 대통령 기념품 판매 사이트에 동일한 “금색 열쇠(gold color key)”와 나무 보관 상자가 올랐다. 이 웹사이트는 “제한된 수의 백악관 열쇠가 주요 백악관 직원들과 특별 손님들에게 제공됐다”며 “이런 한정판이 시장에 나오는 경우도 드물고 곧 팔린다”고 소개했다. 현재 재고는 없으며, 당시 가격은 2495달러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지난 8월19일 백악관 방문 때 트럼프에게 골프 클럽을 선물하고, 트럼프로부터 “백악관 열쇠(keys to the White House)”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이 열쇠가 같은 열쇠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비록 ‘황금’이 아니더라도, 백악관 로고가 들어간 의전용 펜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디자인했다는 점에서 이 특별한 열쇠의 의미는 매우 크다.

그러나 정확히 몇 명이 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는 외국 정상이 아니더라도, 사석에서도 자신이 고맙게 여기는 이들에게 이 ‘백악관 열쇠’를 선물했다.

2020년 미 대선 결과를 번복하기 위해 애썼던 트럼프 캠페인의 법률 고문 제나 엘리스가 지난 1월20일 트럼프 취임식 다음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백악관 열쇠/X

2020년 미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던 트럼프 대선 캠페인의 법률 고문이었던 제나 엘리스는 취임식 다음날인 1월21일 소셜미디어 X에 자신이 이 ‘백악관 열쇠’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자랑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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