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누틴, 당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민족주의 정서 힘입어 재집권할까

패통탄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탄핵당하며 후임으로 선출된 아누틴 찬위라꾼 현 태국 총리가 당 차기 총리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태국과 캄보디아의 무력 분쟁 재개로 민족주의 정서가 고조된 상황에 힘입어 아누틴 총리가 재집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마티촌·타이포스트 등에 따르면 보수 정당인 품짜이타이당(BJT)은 전날 방콕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아누틴 총리를 차기 총리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당은 아누틴 총리가 “현직 총리로서 국정 운영 경험이 풍부할뿐더러 태국이 여러 위협에 직면해 있어 국정 연속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 오늘날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아누틴 총리는 차기 총선을 “2008년 창당 이후 가장 중대한 선거”라 정의하며 “태국 국민이 BJT에 이렇게 높은 기대를 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재집권할 경우, 현 내각의 핵심 인사인 시하삭 푸앙껫깨우 외교부 장관과 엑니띠 니띠탄쁘라빳 재무부 장관, 수파지 수툼폰 상무부 장관 등을 유임시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전당대회가 끝난 후 시하삭 장관이 총리 후보로 추가 지명됐다. 전날 밤 BJT가 배포한 총리 후보 공식 지명 문서에는 아누틴 총리와 함께 시하삭 장관의 이름이 올랐다. BJT는 두 후보 중 아누틴 총리를 “가장 적합한 후보”라 밝히면서도 왜 시하삭 장관이 추가 지명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타이포스트는 이를 두고 “깜짝 지명”이라고 전했다.
최근 캄보디아와 국경 분쟁이 다시 불거진 상황에서 아누틴 총리가 민족주의 여론의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폰 자투스리피탁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아누틴 총리는 홍수 사태에 대한 미흡한 대처와 사기 조직과 연루됐단 의혹이 불거졌지만 최근 캄보디아와의 국경 긴장으로 국민의 관심을 돌렸다”며 “이로써 아누틴은 태국의 주권을 수호하고 민족주의적 강경 노선을 취할 용의가 있는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동남아 지역 분석 사이트 풀크럼 기고문에서 밝혔다. 아누틴 총리의 실제 지지율은 취임 전과 비교해 이달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차기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정당이 탄생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패통탄 전 총리의 탄핵과 함께 야당으로 전락한 프아타이당은 정권 탈환을 위해 최근 욧차난 웡사왓 마히돌대 생체의학공학 교수를 총리 후보로 최우선 지명했다. 욧차난 후보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조카이자 솜차이 웡사왓 전 태국 총리의 아들이다. 그는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할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총선의 향방은 무당층의 표심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원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가운데 32.36%가 아직 지지 정당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BJT를 지지한다고 답한 유권자는 9.92%밖에 안 됐다.
아누틴 총리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탄핵당한 패통탄 전 총리에 이어 지난 9월 진보 성향인 국민당의 지지를 얻어 태국 총리가 됐다. 소수 정부를 운영하던 그는 최근 자신에 대한 불신임안 발의 가능성이 커지자 지난 12일 취임 100일도 안 돼 의회를 해산했다. 이에 따라 태국은 내년 2월8일 하원의원 500명을 뽑는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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