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의 ‘숙박권 수수’와 문진석의 ‘인사 청탁’…도덕성 흔들리는 여당 원내지도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항공사에서 숙박권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여당 원내지도부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과거 비위 논란 때와 달리 당 윤리감찰단 조사를 즉각 지시하지 않는 등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제 몫”이라며 “공직자로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같은 우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사과했다. 김 원내대표가 지난해 대한항공에서 160만원 상당의 최고급 호텔 숙박권을 받은 사실이 지난 22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비위 논란이 커지자 재차 고개를 숙인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 9월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를 만난 사실이 드러나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역구 소재 종합병원에서 진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이날 추가 제기됐다.
앞서 김 원내대표와 함께 여당의 주요 입법을 이끄는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당시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대학 동문의 인사를 청탁해 논란이 됐다. 김 비서관은 사의를 표명하고 바로 사직 처리됐지만 오히려 청탁을 한 문 원내수석은 “당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할 성격은 아닌 것 같다”(박수현 수석대변인)는 등의 지도부 판단으로 당직을 유지했다.
원내지도부가 논란에 대응하는 방식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원내대표는 숙박권 수수 보도 다음날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왜 물어보나” “상처에 소금 뿌리고 싶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김 원내대표는 당일 “앞으로 처신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며 언론 공지를 통해 사과했다. 문 원내수석은 인사 청탁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논란 이틀 뒤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지만 김 원내대표와 문 원내수석 모두 공식석상에 나와 공개 사과하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법적 논란으로 커졌다. 한 시민단체는 김 원내대표의 항공사 숙박권 수수에 대해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오는 26일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해 12월 불법계엄 직후 직권면직된 전직 보좌진들이 “교묘한 언술로 공익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다”며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전직 보좌진 측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이미 고소했다”며 추가 법적 조치도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 지도부는 김 원내대표 논란에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정청래 대표가 지난 8월 이춘석 의원의 차명 주식거래 의혹과 지난 9월 최강욱 전 의원의 성비위 2차 가해 발언 논란, 지난달 장경태 의원의 성추행 의혹 보도가 나오자 즉시 윤리감찰단에 진상 조사를 지시한 것과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대표는 오는 26일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문 원내수석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도 없었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도덕적·윤리적 기준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회의원 직을 저런 분이 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김 원내대표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우려하며 여론 등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김 원내대표가 사과했지만 더 자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의원들이 다들 걱정하고 있다”며 “고약한 건들이 계속 나오면 곤란한 상황이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지도부가 연루된 사안이라 추가 의혹이 계속 나오면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며 “김 원내대표 스스로가 견디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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