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쫓기자…젠슨 황, TPU 설계자 샀다

김인엽 2025. 12. 2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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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창업 10년 차 스타트업인 그록의 인재와 기술을 흡수하는 데 2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칩 생태계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한다.

구글과 AWS는 각각 추론용 AI칩인 7세대 TPU 아이언우드, 트레이니엄3 등을 공개하며 엔비디아 첨단 GPU보다 전력 효율성이 높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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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추론 AI칩 기술사냥
창업 10년차 그록에 29兆 베팅
그록 창업자 조너선 로스는
TPU 1세대 핵심 설계 멤버
GPU에 추론 특화 AI칩 더해
구글, AWS 수직계열화 차단
사진=AP


엔비디아가 창업 10년 차 스타트업인 그록의 인재와 기술을 흡수하는 데 2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칩 생태계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한다.

최근 추론용 AI칩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에 맞서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연산·학습에 최적화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추론에 특화된 그록의 언어처리장치(LPU)를 결합해 구글, AWS 등 대형 클라우드 고객이 자체 AI칩으로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는 흐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략이다.

 ◇젠슨 황의 과감한 베팅 통할까


엔비디아와 그록의 이번 거래는 최근 빅테크들이 독과점 이슈를 피하기 위해 애용하는 방식을 그대로 차용했다. 계약의 일환으로 그록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조너선 로스, 서니 마드라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엔비디아에 합류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로선 그록의 인재와 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고, 이들이 구글 등 잠재적인 경쟁자에 인수되는 일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로스 창업자는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1세대 수석 아키텍트였다.

엔비디아가 그록을 ‘포섭’하는 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투자 금액만 봐도 알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사진)가 최근까지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부은 인수합병(M&A) 거래는 2019년 네트워킹 부품 제조사 멜라녹스에 69억달러를 투자한 것이다. 그록은 지난 9월 삼성카탈리스트펀드, 블랙록, 1789캐피털 등이 참여한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 가치를 69억달러(약 10조원)로 평가받았다. 엔비디아는 시장가의 약 세 배를 주고 그록에 베팅한 것이다. 다만 이번 거래 후에도 그록은 사이먼 에드워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CEO를 맡아 독립 회사로 존속한다. 그록의 클라우드 사업인 ‘그록클라우드’도 이번 거래 대상에서 제외됐다.

 ◇격화하는 클라우드 AI칩 시장

2016년 설립된 그록이 개발한 LPU는 구글의 TPU에 맞설 대항마로 꼽힌다. LPU와 TPU는 모두 추론에 특화된 AI칩이다. GPU가 학습과 추론을 아우르는 범용 가속기라면, 그록과 구글의 추론 특화 칩은 실시간 응답이 중요한 추론 작업에만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엔비디아가 LPU에 주목한 건 그록이 개발한 ‘결정론적 추론’ 기능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TPU는 추론 과정에서 정보량이 많을 때 마치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처럼 그때그때 해결하면서 대규모 데이터 묶음(배치) 처리에 장점이 있다면, 그록의 LPU는 출발 전에 시간표대로 그냥 달리는 전용 고속철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불필요한 제어 기능을 제거하고 연산 경로를 고정함으로써 지연 편차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 AI칩이라는 얘기다.

엔비디아는 최근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자로 나서기 위한 전략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 주요 고객사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AWS와 정면으로 싸우는 방식에서 일보 후퇴한 것이다. 그 대신에 엔비디아는 GPU에 LPU까지 겸비함으로써 구글 등의 AI칩 확대를 방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과 AWS는 각각 추론용 AI칩인 7세대 TPU 아이언우드, 트레이니엄3 등을 공개하며 엔비디아 첨단 GPU보다 전력 효율성이 높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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