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집권 후 이스라엘 여성 인권도 대폭 하락···“33개 장관 중 여성 6명 불과”

배시은 기자 2025. 12. 2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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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1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 여성 운동가들이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이야기>의 등장인물 복장을 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정이 추진하는 사법제도 개편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극우 연정이 집권한 후 이스라엘의 여성 인권이 후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NN은 24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이 종교적·보수적인 정책을 추진하며 여성 인권이 퇴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2년 12월 출범한 네타냐후의 연립 내각은 이스라엘 개국 이래 가장 보수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연정에는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샤스당과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이 포함됐다.

미국 조지타운대가 181개국을 대상으로 여성 복지 수준을 평가하는 여성·평화·안보 지수에서 이스라엘은 올해 84위를 기록했다. 이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알바니아보다 낮은 순위다. 네타냐후 연정이 집권하기 전인 2022년에는 27위였다.

특히 공직에서 여성의 대표성은 낮은 수준이다. 현재 이스라엘 33개 부처 중 장관직을 차지한 여성은 6명이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의 120석 중 여성 의원의 비율은 25%인 30석에 불과하다. 네타냐후 연정에 속한 정당 중 두 곳은 여성 의원이 한 명도 없다. 이스라엘에서 시장 및 지역 의회의 의장직을 맡고 있는 여성은 6%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크네세트에서는 종교 정당들의 주도로 성평등에 반하는 법안들이 적극적으로 논의되는 중이다. 일부 정당들은 유대교 율법에 따라 문화 행사와 교육기관에서 남녀 분리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가 운영하는 종교 법원의 권한을 대폭 확대해 민사 분쟁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은 몇 주 안에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성 판사들로만 구성돼 있으며 유대교 율법에 따라 판결을 내리는 종교 법원의 권한이 확대될 경우 여성에게 차별적인 판결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성 단체 보놋알터나티바는 “이 법안은 본질적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종교 사법부의 손에 여성의 운명을 맡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크네세트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이스라엘에서 살해된 여성은 44명으로 이는 10년간 기록된 수치 중 최고치다. 여성운동가들은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2023년 총기 소지 허가 기준을 완화한 후 여성 살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보건복지부는 파트너의 총기 소지 허가 금지를 신청한 여성의 수는 2023년 5명에서 지난해 90명으로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다프나 해커 텔아비브대 법학·젠더학과 교수는 “이스라엘의 성평등 순위 하락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이같은 상황은 이스라엘이 여성 인권 신장에 앞장섰던 수십년 전과는 극명하게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이라브 코헨 예시 아티드당 의원은 “이 정부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피해에 무관심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과거 여성 인권과 관련한 정책들을 선제적으로 추진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1951년 남녀의 평등한 지위를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여성평등권법’을 제정했다. 1969년에는 이스라엘의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총리인 골다 메이어가 취임한 바 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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