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용' 한강버스를 유람선으로 전환하면 벌어질 일 [넘버링+]

최아름 기자 2025. 12. 2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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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연속기획 넘버링
한강버스 불편한 미래 2편
대중교통 근거로 혜택 받아
대중교통이어서 손실 보전도
한강버스 기능하지 못하면
유람선으로 바꿀 수 있을까

'대중교통' 한강버스에 투입된 돈은 한두푼이 아니다. 12척의 배를 건조하는 데만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갔고, 선착장 등 인프라 건설에도 많은 돈을 투입했다. 혹여 한강버스 사업을 그만두거나 대중교통으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 돈을 다시 돌려받을 순 없다. 그렇다면 한강버스를 유람선으로 전환하면 괜찮은 걸까. 넘버링 '대중교통 아닌 한강버스의 불편한 미래' 2편이다.

한강버스는 운임 외에도 선착장 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대중교통이라는 명목으로 시작한 한강버스는 그 몫을 제대로 해내고 있을까. 우리는 넘버링 '한강버스 불편한 미래' 1편에서 한강버스가 어떻게 대중교통이라는 지위를 얻었는지 확인했다(서울시 조례 개정). 그 과정에서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으로 기능하기 어려운 세가지 문제를 짚었다. 잦은 고장, 기상 상황에 취약, 긴 환승 시간 등이다.

그렇다면 한강버스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대중교통'이란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 만약 대중교통이란 명목을 잃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답을 찾기 전에 먼저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이란 지위 덕분에 누리고 있는 혜택을 살펴보자.

첫째, '손실 보전 지원' 부분이다. 한강버스는 크게 두개 조례를 근거로 손실을 메울 수 있다. 그 하나는 서울특별시 대중교통 기본조례 3조 3이다. "서울시장이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시책을 추진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운송손실은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서울특별시 한강버스 운영과 환경친화적 선박 보급 촉진에 관한 조례다. 2023년 12월 29일에 제정한 이 조례 8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장은 한강버스 사업에서 적자가 날 경우 예산을 이용해 손실 보전을 할 수 있다."

대중교통 지위 잃는 순간 둘째 혜택은 '환승 체계 편입'이다. 대중교통의 '환승 체계'에 들어간 한강버스는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부수적으로 얻었다. 한강버스 터미널을 통해서다. 한강버스 터미널에 가면 편의점ㆍ카페ㆍ식당 등 승선객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람들은 굳이 대중교통으로 이용하지 않더라도 선착장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모두 한강버스를 운영하는 사업체에 유리한 조건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의 지위'를 잃으면 두 혜택은 어떻게 되는 걸까. 무엇보다 '손실 보전 지원' 부분에서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다. 한강버스의 운영사는 '주식회사 한강버스'다. 자본금은 100억원으로, 민간 지분(이랜드그룹 이크루즈) 49.0%,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지분 51.0%다.

SH는 이미 사업비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주식회사 한강버스'에 270억원을 대여했다. 만약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성性'을 잃으면 '주식회사 한강버스'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화두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사진 | 뉴시스]

이미 '대중교통용'으로 사버린 배도 문제다. 서울시는 이미 8척의 한강버스를 만드는 데 1척당 51억원씩 총 408억원을 책정했다. 예비용 배에도 76억원씩 304억원을 투입했다. 배를 만드는 비용만 712억원이 들어갔다. 이 어마어마한 비용은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이란 지위를 잃는 순간 매몰돼 버린다.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으로 기능하지 못하면 유람선으로 활용하기도 어려운' 이유다.

혹여 서울시가 '유람선'을 고집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한강에서 유람선을 운영하고 있는 '이크루즈(이랜드그룹)'가 이미 결손금에 시달리고 있단 점이다. 만약 한강버스를 유람선으로 전환하면 이크루즈는 '적자 사업'을 떠안는 셈이 된다. 이크루즈는 '주식회사 한강버스'의 지분 49%를 갖고 있는 주주다.

이미 들어간 돈을 다시 꺼내는 건 쉽지 않다. 적자 보전을 해주겠다는 법적 근거를 없던 일로 하긴 어렵다. '대중교통'이란 이유로 한강버스에 투입된 1000억원대 예산은 그만한 가치를 낼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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