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전환 특구 예고에 지역·노동계 “생존대책 마련 시급”
노동계 “늦었지만 대책 세워 혼란 줄여야”
기업·노동자 보조금 지원책 등 나오지만
임시책 대신 지속가능한 구조 마련 촉구

정부가 내년에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 검토를 예고한 가운데, 석탄발전소 폐쇄를 앞둔 지역·노동자는 신속한 생존책 마련으로 폐쇄 여파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석탄발전소 폐쇄 예정지역인 하동, 충남 태안·보령 등을 내년 중 정의로운 전환 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23일 세종발전본부에서 열린 제5차 석탄발전 전환 협의체 회의 이후 전해졌다. 회의에는 관계 부처, 지자체, 발전사 등이 참여했다.
정의로운 전환 특구란 2021년 9월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 제48조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급격한 일자리 감소, 지역경제 침체,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고용환경이 크게 변했거나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정의로운 전환 특구로 지정한다는 것이다. 정부·지자체는 정의로운 전환 특구로 지정한 지역에 노동자 재취업, 지역민 생활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석탄발전 노동자들은 대책이 늦은 만큼 빠르게 혼란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동 석탄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정도영 공공운수노동조합 일진파워노조 하동지부장은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의 고용 전환이 이뤄질 수 있는 신산업 마련에 지자체·정부도 답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라며 "다소 부족한 시간이지만 빠르게 대책 마련에 나서 지역 위기·고용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정부는 하동 화력발전소 폐쇄 이후 탄소중립 대응,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하동 LNG복합발전소를 대안으로 꺼내는 실정이다. 하동 LNG복합발전소는 2027년 착공을 목표로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며, 2029년 준공 예정이다.
노동계는 LNG복합발전소 문제점을 들어 더 나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LNG복합발전소를 놓고 △석탄발전소 폐쇄 이후 준공돼 고용전환 어려움 △운영 인력이 석탄발전소 절반 수준이라 100% 고용전환 어려움 △온실가스 배출로 탄소중립 대안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고 있다.

하동 석탄발전 노동자·지역 학자들은 타 지자체 사례를 들어 지자체·정부의 조속한 대체 산업 마련을 촉구했다.
김철진 일진파워노조 위원장은 "충남도·태안군은 지자체·주민·노동자 협의체를 통해 다채로운 목소리를 내면서 폐쇄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며 "경남도·하동군도 선제적으로 대체 산업 수요를 발굴하고 고용 전환 대안을 마련해야 했으나 중앙 정부의 지침 부재를 들어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심상완 국립창원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전남 신안군은 민간사업자의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군민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햇빛연금 제도를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며 "재생에너지 전환 과도기에 지역민이 배제되지 않고 이익을 공유받는 체계를 만드는 데 지자체가 선도적 역할을 한 셈"이라며 지자체 역할을 강조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결국 정의로운 전환 특구가 지역·노동자에 보조금 성격을 띤 일시적 지원보다 지역 스스로 자생력을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다.
심 명예교수는 "하동은 석탄발전소 폐쇄에 지역경제 침체는 물론 실직 노동자 유출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결국 특구는 지역민·노동자가 하동에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끔 장기적 대체 산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안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