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의 성탄절, 화려함 뒤엔 씁쓸함도 [한양경제]

김지훈 기자 2025. 12. 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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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크리스마스 이브의 서울 명동은 날 선 추위도 녹일 만큼 뜨거운 인파와 화려함의 열기로 가득 찼다.

어둠이 채 내리기도 전인 오후였지만 명동 거리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뤘다.

화려한 백화점 거리를 지나 명동대성당으로 향하자 분위기는 차분하고 따뜻하게 변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이날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명동 거리는 영웅의 기개가 거리를 비추고 안전 펜스가 시민을 지켰지만, 빈 바구니를 채우지 못한 한 점의 아쉬움이 쓸쓸함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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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사드·조명·트리 등 볼거리 풍성
골목마다 경찰관·안전요원 배치 질서유지
구걸하는 노숙인 바구니는 텅 비어…씁쓸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24일 명동 거리 속 공연을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다. 나경식 기자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의 서울 명동은 날 선 추위도 녹일 만큼 뜨거운 인파와 화려함의 열기로 가득 찼다.

어둠이 채 내리기도 전인 오후였지만 명동 거리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뤘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쏟아져 나온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걸음을 떼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평소라면 어깨가 부딪히고 발이 밟히는 혼잡함에 곳곳에서 짜증 섞인 소리가 들렸을 법하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옴짝달싹하기 힘든 ‘콩나물시루’ 같은 거리였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불만 대신 설렘과 미소가 번져 있었다. 추위를 잊게 만드는 성탄의 마법이 거리를 뒤덮은 듯 했다.

신세계 백화점 미디어파사드에 '이순신1545중구' 영상이 나오고 있다. 나경식 기자


인파의 물결이 가장 거세게 향한 곳은 단연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이었다. 명동 크리스마스의 상징이 된 미디어파사드를 보기 위해서다.

올해는 특히나 더 웅장한 광경이 펼쳐졌다. 캐럴과 트리 장식 사이로 스크린에 띄워진 것은 다름 아닌 ‘이순신’이었다. ‘영웅의 탄생’을 주제로 한 영상이 건물 외벽을 장식하자, 거리를 메운 관광객의 시선이 한곳에 모였다.

활기 넘치는 성탄절 분위기에 민족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어우러지자, 현장의 열기는 한층 고조됐다.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압도적인 에너지가 명동 한복판을 휘감았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바리케이드가 준비되고 있다. 나경식 기자


화려한 미디어파사드 아래로 눈을 돌리자, 예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백화점 앞 인도와 차도 경계에는 경찰과 신세계백화점 측이 합동으로 준비한 안전 바리케이드가 놓여 있었다.

3년 전 발생했던 이태원 사고 이후, 우리 사회가 ‘인파 관리’와 ‘압사 사고 방지’에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시민들은 경찰과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우측통행을 하면서 질서 정연하게 이동했다. 경찰관들과 안전 요원들이 동선을 정리하는 모습에서, 화려함보다 ‘안전’을 먼저 챙기려는 성숙한 축제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명동대성당 앞에 소원의 나무가 세워져있다. 나경식 기자


화려한 백화점 거리를 지나 명동대성당으로 향하자 분위기는 차분하고 따뜻하게 변했다. 성당 앞마당에서는 성탄 축제 ‘2025 명동, 겨울을 밝히다’가 열리고 있었다.

시민들은 소원을 빌거나, 행사에 참여해 평소 잘 드러내지 못했던 내면의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메인거리와 달리, 이곳에서는 성탄절이 주는 진정한 위로와 평화가 흐르는 듯했다.

하지만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은 법일까. 성당으로 오르는 길목, 차가운 보도블록 위에는 한파 속에 몸을 웅크린 채 구걸하는 이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서로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넸지만, 정작 거리의 소외된 이웃 앞에 놓인 바구니는 텅 비어 있었다. 한 점의 동전도 없는 빈 바구니는 화려한 장식과 웃음소리에 가려진, 우리가 마주해야 할 성탄절의 쓸쓸한 단면이자 어두운 그림자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이날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명동 거리는 영웅의 기개가 거리를 비추고 안전 펜스가 시민을 지켰지만, 빈 바구니를 채우지 못한 한 점의 아쉬움이 쓸쓸함을 남겼다.

김지훈 기자 jihunhun5596@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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