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규 임용 소방공무원들, 출발선에서 마주한 책임과 사명

박다예 기자 2025. 12. 25. 14:4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삶에서 출발한 316명 ‘도민 생명’ 향해 선 하나의 길
꿈·책임·가족…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현장에 선 신임 소방관들
▲ 경기도소방학교 훈련 현장./사진제공=강동원 소방사 시보

경기소방 79기 신임 소방공무원 316명이 새해를 앞두고 오는 31일 공직자로서 첫발을 내딛는다. 각자의 삶에서 출발은 달랐지만, 이들이 선택한 길은 같다.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공무원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지난 19일 경기아트센터에서 신임 소방공무원 임용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5개월여간 합숙 훈련을 마친 이들을 '자랑스러운 경기소방의 가족'으로 소개하며, 재난의 위기 순간마다 현장에 나서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온 소방관들을 "1420만 도민이 가장 신뢰하는 공직자"라고 강조했다.

신임 소방공무원들은 이제 공직자로서 현장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도민의 일상을 지켜내겠다는 사명과, 그에 따르는 책무를 공통으로 언급했다.
▲ 19일 오전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년 신임 소방공무원 임용식에서 김동연 경기지사가 강동원 소방사 시보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강 시보 아들을 안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경기도
▲ 강동원 소방사 시보.

▲마흔의 나이, 다시 선 출발선= 강동원(41) 소방사 시보는 경기소방 79기 최고령 합격자다. 임용을 떠올리며 그는 "합격하고 나서 백 번은 울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번의 선택과 고민 끝에 다시 선 자리였기에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체육학을 전공한 그는 해당 업계에서 수년간 일하다 서른을 넘겨 간호학과에 재진학해 대학병원에서 근무했다. 직업을 바꿀 때마다 그는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해 왔다. 그리고 아버지가 된 뒤, 삶의 방향은 다시 한 번 달라졌다. "아이에게 비싼 장난감만 사주는 아빠가 아니라, 시간을 함께 보내는 아빠가 되고 싶었다"는 생각 끝에 소방관의 길을 택했다.

40대에 도전한 소방관의 길은 쉽지 않았다. 체중 110㎏에서 79㎏까지 약 30㎏을 감량하기 위해 매일 새벽 공원을 뛰었고, 유연성을 기르기 위한 훈련도 반복했다. 손끝이 정강이에 닿지 않던 몸은 반복된 훈련을 거치며 조금씩 달라졌다. 그는 "울면서 고통을 견뎠다"고 회상했다.

처음 체력 측정 당시 낮은 점수로 출발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보다 더 열심히 한 사람이 있다면 합격증을 내줘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는 말처럼, 반복된 훈련 끝에 체력시험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로 마무리됐다.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한 원동력은 가족이었다. 그는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아들이 떠올랐다"며 "힘들다고 포기해버리는 아빠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 다짐은 소방학교 훈련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실화재 훈련과 고온·농연 환경 속 훈련은 그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다. 눈을 가린 채 뜨거운 열기 속에서 기어가야 했던 훈련에서 그는 포기를 떠올렸다. "그때 아들 얼굴이 스쳐갔다. '여기서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전했다.

강 시보는 교관·교수가 뽑은 모범교육생과 동기들이 선정한 생활우수자로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금 흘린 땀방울 하나하나가 언젠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힘이 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민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며 "다시 배우는 마음으로 현장에 서겠다"고 했다.
▲ 경기도소방학교 훈련 현장./사진제공=강동원 소방사 시보
▲ 박기범 소방사 시보.

▲꿈에서 책무로, 가장 이른 출발= 2006년생인 박기범(19) 소방사 시보는 경기소방 79기 공채 가운데 최연소다.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시절부터 소방관을 꿈꿨고, 성인이 되자마자 그 길로 나아갔다. 선택은 빨랐지만, 그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위험한 직업인 만큼 주변의 걱정도 적지 않았지만, 그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박 시보는 "평소에도 어려운 친구들을 돕는 걸 좋아했다"며 "어른이 되어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소방관의 직업정신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임용을 앞둔 지금, 그는 설렘과 함께 '공직자'라는 단어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다. 박 시보는 "공직자의 신분이 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일을 이뤘다는 생각이 더 크다"고 했다.

소방학교에서의 훈련은 막연한 동경이 책임과 책무로 바뀌는 과정이었다. 그는 "겉으로 보기보다 훨씬 위험하고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며 "체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판단력과 장비 운용 능력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현장에 배치된 이후에도 훈련과 학습을 통해 전문성을 쌓아가겠다는 각오다.

가장 오래 남은 장면으로 그는 야간 자율훈련을 떠올렸다. 정규 훈련이 끝난 뒤에도 훈련장에 남아 있던 동기들의 모습이다. 그는 "그때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마음을 잊지 않고 현장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박 시보는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소방관이 되고 싶다"며 공직자로서의 의지를 다졌다.
▲ 경기도소방학교 훈련 현장./사진제공=강동원 소방사 시보
▲ 김재성 소방사 시보.

▲아버지이자 소방관으로 내딛는 첫걸음= 구급 직렬로 임용된 김재성(30) 소방사 시보에게 이번 임용은 단순한 직업 선택이 아니었다. 소방학교에서 훈련을 받던 시기, 그는 동시에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임용과 출산이 겹친 시간은 설렘보다 책임을 먼저 안겨줬다.

김 시보의 선택은 단번에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다른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다가 군 복무 이후 진로를 다시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생 때 팔이 골절돼 구급차로 이송되던 순간, 부목을 대고 아이를 차분히 다독이던 구급대원의 모습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김 시보는 "그때 느꼈던 인상이 다시 꿈을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이후 응급구조학과로 재진학해 졸업했고, 자격증을 취득하며 소방관의 길을 준비했다.

소방서 대체 인력으로 근무하던 시절의 경험도 선택에 영향을 줬다. 그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친근하게 대하면 병원에 도착한 뒤 꼭 '고맙다'는 말을 해주신다"며 "그 기억이 다시 현장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소방관을 향한 선택은 곧 삶의 무게와도 맞닿았다. 결혼 3년여 만에 첫 아이를 맞이하며 그는 "가장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공무원으로 합격한 지금, 김 시보는 "한 자리에 정착해 가족을 지킬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고 했다.

다만 그 과정이 늘 평온했던 것은 아니다. 소방학교 합숙 훈련 기간 동안 임신한 아내를 곁에서 충분히 돌보지 못한 점은 마음에 남아 있다. 그는 "혼자 감당하게 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며 미안함을 전했다.

김 시보는 "현장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긴장과 두려움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배운 것을 토대로 경험을 쌓아 점점 더 침착하게 대응하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9.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임용된 316명의 신임 소방공무원은 오는 12월 31일 자로 도내 36개 소방서와 207개 119안전센터에 배치돼 화재·구조·구급 현장에 투입된다. 각자의 삶에서 출발한 이들은 이제 도민의 일상을 지키는 소방공무원으로 현장에 선다.
▲ 19일 오전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년 신임 소방공무원 임용식에서 김동연 경기지사, 2025년 신임 소방공무원과 가족, 임상오 경기도의회 안행위원장, 전국 최초 소방서장 출신 광역의회 의원인 윤성근 도의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경기도

/박다예 기자 pdyes@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